"세상의 모든 물질이 연구 재료가 되는 호기심의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대학전공’ <27> 정호정 행남자기 상무-요업공학
정호정 행남자기 상무(여주 공장장)는 30년 넘게 도자기 연구 · 개발에만 힘써온 전문가다.

행남자기 여주공장은 '본차이나'(뼛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자기) 생산 연 100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정 상무는 1975년 전남대 요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군복무 후 1978년부터 쭉 행남자기에서 근무하며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정 상무는 "국내 도자기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꼭 도자기 분야만 아니더라도 요업공학은 반도체,우주공학 등 진출 가능 직업군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요업공학과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요업공학과는 다른 말로 무기재료공학과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무기물 재료면 무엇이든 연구 대상이 됩니다.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는 도자기를 비롯해 위생도기,타일,벽돌,유리,내화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무기물의 전자기 기능,열 · 기계 기능,생체 기능,광학 기능 등을 연구해 자동차,우주왕복선 부품 제작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졸업생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요업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요업공학은 '호기심의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물질이 연구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 행남자기에 입사해 실험실에서 근무할 때 1년에 1000개 정도의 신물질을 가지고 도자기에 적용 가능한지 실험하곤 했습니다.

광물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전국의 광산업자들과 친하게 지낼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합성 광물질 등이 발견되면 그것을 이용해 더 나은 도자기를 만들 방법이 없나 실험하곤 합니다.

항상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 저의 적성과 맞았던 것 같습니다. "

▼요업공학을 전공한 뒤 가장 보람된 일은.

"도자기의 질은 소재에서 갈립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행남자기 입사 당시 시중에서 많이 팔리던 도자기는 '아이보리 차이나'라고 해서 색이 누런 본차이나였습니다.

행남자기에서 국내 처음으로 '스노 본차이나'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스노 본차이나는 말 그대로 색이 눈처럼 흰 본차이나로 뼛가루(본애시)의 투입 비율을 대폭 높인 자기입니다.

이 자기는 투광도가 높은 대신 흡수율은 낮습니다.

투광도가 높으면 자기가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반면 흡수율이 낮다는 것은 음식을 먹거나 세척할 때 도자기에 수분이 적게 흡수돼 그만큼 위생적이라는 뜻입니다.

당시 스노 본차이나는 없어서 못팔 만큼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현재도 행남자기의 본차이나 가공 기술은 국내 경쟁 업체뿐 아니라 도자기 선진국이라는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서도 앞선다고 자부합니다.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도자기 가공 기술을 갖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

▼요업공학과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사실 도자기 분야의 경우 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유리용기 등 대체재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도자기를 사용하는 것은 고급 문화입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손님이 방문했을 때 유리용기에 음식을 내놓는 것은 실례라고 여깁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런 문화가 성숙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도자기 주요 소비층이 젊은 층으로 옮겨가면서 개성있는 제품의 인기가 높습니다.

개인 공방 등을 운영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분야를 공부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산업 소재 분야의 전망은 밝습니다. 반도체 칩,광섬유,항공기나 자동차의 첨단 부품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임플란트 업계도 요업공학과를 거쳐 진출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미국 알프레드대 세라믹공학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을 세라믹으로 만들 경우 연비가 100% 이상 개선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요업 연구는 전망이 밝고 쓰임새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 학과 졸업생들은 평균 초임 연봉이 무려 5만달러에 육박합니다. 코닝,쿠어즈,베들레헴 철강 등 일류 기업에 많이 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첨단 과학이 발전할수록 요업공학의 미래는 점점 밝아질 것입니다. "

▼요업공학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호기심이 많고 실험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진학 가능합니다.

또 꼼꼼한 성격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고등학교 때 물리,화학 등 교과과정에 나오는 기초 학문을 잘 공부해 놓으면 대학 공부에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윤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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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 광(光) 섬유·인조 뼈 재료 등 쓰임새 무궁무진

⊙ 세라믹의 종류

세라믹공학은 도자기,유리,시멘트,내화물 등 전통 분야에서 첨단 전기전자,우주,바이오 산업 등으로 응용 범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재료,광(光)섬유,고용량 하드디스크 재료,고온 초전도체,레이저 발진 단결정,환경정화용 광촉매 재료,전기자동차용 전지 재료,인조 뼈나 치아와 같은 기능성 세라믹 재료,우주선의 단열타일 및 우주선 발사용 단열재료,미사일의 탄두재료,원자로의 구조물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게 넓어지는 추세다.

세라믹은 제조 방법에 따라 △내화재료 △소결재료 △수경재료 △용융재료 등으로 나뉜다. 내화재료는 고온에 견디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섭씨 1000도 이상 고온에서 물렁물렁해지지 않고 그 강도를 유지한다.

대표적인 내화물은 내화벽돌로 철강업체의 용광로나 요업의 축로재료 등에 사용된다.

소결재료는 분말체를 원하는 형상으로 성형한 후 가열하면 서로 단단히 결합해 치밀화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든 재료로 도자기와 파인세라믹 재료의 대표인 알루미나,지르코니아,탄화규소,질화 규소 소결재료 등이 있다.

수경재료는 물과 반응해 경화하는 재료로 대표적으로 시멘트가 있다.

용융재료의 대표적 제품은 유리로,유리는 무기질의 용융체를 냉각할 때 결정화하지 않고 단단한 상태로 과냉각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밖에 기계 가공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두께 수 마이크로미터(㎛=1㎜의 1000분의 1) 이하의 얇은 막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판 위에 형성시켜 목적하는 물성을 나타내게 한 박막재료,결정 전체가 일정한 결정축을 따라 규칙적으로 생성된 단결정 등이 있다.

세라믹은 또 물성 및 응용에 따라

△각종 기계의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쓰이는 기계재료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사용되는 건축 재료

△인조 다이아몬드 입자 등과 같은 고경도 재료

△세라믹 엔진 등과 같은 고강도 재료

△전기저항을 이용한 절연체 등 유전체 재료

△전자재료

△반도체 재료

△센서 등에 이용되는 전도체 재료

△자성체 재료

△광전자 재료

△인공 치아,인공 뼈,인공 장기 등 생체 재료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