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연계과정을 연구하는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26>- 생물학과
영국의 동물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쓴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생존기계라고 이야기한다.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맹목적인 프로그램이 인간에게는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때로는 몇 백만년 이상 생을 계속해왔다고 전한다.

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 특별한 성질이 있기를 기대하게 한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생물학은 이처럼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학문이다.

생물학 자체가 하나의 추리 소설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생물학은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도킨스는 얘기한다.

인간은 물론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환경 속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다른 생명체와 연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연계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생물학이다.

생물학은 이처럼 생명체의 기원과 발생 과정에서부터 생명체의 복제,환경생태의 분석과 복원,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과 체계까지 전부 종합한다.

크릭과 왓슨에 의해 1953년 DNA 유전자 정보물질의 분자 구조가 밝혀진 이래 현대 생물학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파악하게 되면서 생물학의 영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DNA 마이크로칩,단백질칩,세포칩 그 외의 첨단기술의 개발과 함께 유전체학 기능유전체학 생명정보과학 시스템생물학 조직재생공학과 같은 새로운 영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모든 공학도들에게도 생물학은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기본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공대의 다른 전공의 교수들이 생물학을 배우려고 애쓴다는 소식도 그와 무관하지가 않다.

⊙ 학과 개요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26>- 생물학과
생물학과는 크게 무엇을 연구하느냐에 따라 동물학과 식물학 미생물학으로 나뉜다.

식물학 분야에서는 식물과 관련된 조직 배양이나 식물 형질 전환 등을 연구하며,동물 복제나 곤충 자원을 이용하는 등 동물과 관련한 사항은 동물학에서 배운다.

미생물학은 면역학 응용미생물학 방사선생물학 유전학 발생학 분자생물학 등을 연구한다.

연구 대상이 아니라 연구 방법에 따라 구분하면 유전학이나 발생학 생리학 생태학 등으로 구분된다.

응용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유전공학이나 의학 약학 농학 해양학 등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이론과 탐구 방법도 물론 생물학의 과제다.

⊙ 주요 교육 내용

생물학과의 교과 과정은 강의와 실험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2학년에서는 일반 생물학과 과학사, 인체의 이해 등 심도 깊은 생물학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기초 지식을 쌓는다.

3~4학년 때는 대상별로 심화 학습에 들어간다.

가령 식물 하나만 해도 식물생리학,식물형태학 등으로 세분해 연구하게 된다.

물론 일반 물리학이나 일반 화학 등 이과생이면 배워야 할 과목은 모두 배운다.

다만 수학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이과 학문과 차이가 나는 생물학의 특징이다.

이 외에 동물분류학 동물해부학 미생물학 일반생리학 세포학 조직학 유전학 진화학 발생학 분자생물학 식물생리학 동물생리학 등을 배우게 된다.

방학 기간에는 대자연 속에서 야외실습과 채집을 많이 다닌다.

⊙ 적성 및 흥미

무엇보다 생물학은 관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왜 재채기가 나오는 것인지,그리고 몸살이 나면 왜 몸에 열이 나는지,인간과 관련된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살펴보고 사소한 사건이나 변화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관찰에서 출발한다.

특히 어떤 사물의 드러난 부분을 포함해서 숨겨진 부분까지 흥미를 갖고 잘 관찰하는 습관이 생물학 전공 학도들에게는 중요하다.

체력이 생물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세포 조직을 연구하기 위해 세포를 배양하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한 이 세포들이 다 자랐을 때 실험 처리를 한 이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그래서 생물학을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실험 연구가 잘못됐을 때 문제를 분석하고 다시금 반복 실험을 할 수 있는 인내심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필요한 영역이다.

아울러 생물학은 혼자서 연구하거나 공부하기에는 벅찬 과목이 많다.

친구들과의 협동심이 다른 이과 과목보다 많이 강조된다.

생물학과 가장 관련이 깊은 학문을 굳이 꼽으면 화학을 들 수 있다.

생명도 유기체이므로 유기체가 변화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화학적 백그라운드가 충분한 다음에 생물학을 배워야 한다는 교수들도 있다.

특히 지금은 생물학만을 가지고 자연 현상을 얘기할 수가 없다.

비교생물학이나 통합생물학 물리생물학 등은 여러 시각에서 생명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컴퓨터를 좋아하면 금상첨화다. 많은 생물학 데이터를 잘 찾아내고 연구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잘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앞으로 생물학은 연구하는 연구자의 필수 역량이다.

⊙ 취업 및 진로분야

현재 전국 생물학과에는 의학 전문대학원이나 치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생물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우수한 학생들이 기초과학을 외면하면 기초과학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더욱이 지금은 생명 과학의 시대이기 때문에 생명과학과 관련한 산업이 아주 많다.

식품이나 비료 화장품업체에도 생물학과 출신들이 필수적이다.

생물학과 관련한 식품 제약회사의 연구원이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환경문제연구소 국립보건연구원 국방연구원 등 국공립기관의 연구원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21세기는 BT(바이오기술)의 시대라고 할 만큼 생물학의 진출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한국의 우주인으로 자리잡은 이소연양이 우주에서 먹은 우주김치나 우주식사 등은 생물학과 출신들이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