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IT산업의쌀’ … 반도체 ‘세계 최강’ 이어갈 연구인력 양성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25>- 반도체 공학과
반도체공학은 반도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반도체는 컴퓨터 휴대폰 TV 같은 각종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등 웬만한 기계장치엔 거의 빠짐없이 쓰인다.

그래서 반도체를 '정보기술(IT)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전기가 통한다, 전기가 안 통한다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전류가 흐른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철사처럼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도체, 유리처럼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부도체라고 한다.

전기공학에선 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전기 전도도'라고 한다.

따라서 도체는 전기 전도도가 아주 크고, 부도체는 전기 전도도가 거의 제로(0)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는 전기 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 되는 물질을 말한다.

사실 순수한 반도체는 부도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도체와는 달리 어떤 인공적인 조작을 가하면 도체처럼 전기가 흐른다.

빛을 비춰주거나 열을 가하거나 특정 불순물을 넣어주면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지만 사람이 조절하기 어려운 반면 반도체는 사람이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조절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반도체의 전기 전도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반도체에 집어넣는 불순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 반도체는 통신기술과 계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25>- 반도체 공학과
반도체는 왜 사용하게 됐을까. 통신기술과 관련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통신을 하기 위해 전기신호를 사용해야 하는데,전기신호가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중에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중간에 전기신호를 증폭시켜줘야 했다.

이 증폭 기능을 위해 최초로 개발된 것이 진공관이다.

하지만 진공관은 부피가 크고,진공관 내부 필라멘트가 언젠가는 타서 끊어져 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증폭 장치가 필요했고,그래서 등장한 것이 트랜지스터다.

반도체는 계산능력의 발전과도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더 빠르고 용량이 큰 계산기의 개발이 이뤄져 1947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전자 계산기인 에니악(ENIAC)이 개발됐다.

에니악은 1만9000개나 되는 진공관을 이용했기 때문에 무게가 50t에 달했고,280㎡의 면적을 차지했다.

진공관의 단점을 보완한 트랜지스터가 나오면서 에니악과 같은 거대한 장치를 2.42㎠ 크기의 작은 실리콘 위에 만들 수 있게 됐다.

⊙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

트랜지스터는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전자의 이동 거리가 짧아져 빠른 속도로 동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은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에 널리 쓰이는 공정은 0.13㎛(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수준이다.

이는 만들 수 있는 회로의 최소 길이가 0.13㎛란 뜻이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약 100㎛이니까,정말 미세한 공정인 것이다.

0.13㎛는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기술 발달 속도로 보면 다음 세대 트랜지스터는 9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정도로 작아져서,동작 속도가 빨라지고 칩 안에 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도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대해 인텔의 설립자 2명 중 한 사람인 고든 무어는 "반도체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3년마다 4배씩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이를 '무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산업의 발달 속도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1948년부터 비행기 제작 기술이 발전된 정도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48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프로펠러 비행기로 약 3~4일이 걸렸다.

항공기 기술이 반도체 기술과 비슷한 속도로 발전했다면, 현재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10초 안에 날아갈 수 있고,비행 요금도 1000원 정도로 떨어진 셈이 된다.

반도체 산업이 다른 분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온 것이다.

⊙ 여러 개의 칩을 한 개의 칩에 넣은 시스템온칩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칩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집적할 수 있게 되면 한 개의 칩 속에 내장할 수 있는 기능도 점점 많아진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펜티엄4 칩,메모리 칩,그래픽 칩,네트워크 칩 등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칩들을 모두 한 개의 칩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시스템온칩(System-on-Chip)이라고 부른다. 휴대폰과 컴퓨터가 같이 집적된 시스템온칩이 개발되면 손목시계 크기의 만능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런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에 비유하자면 철근 시멘트 나무 페인트 등 건축재료와 불도저 기중기 같은 건축기계는 풍부한데,이를 엮어서 도시 전체를 꾸미기 위한 설계도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미래에 제작될 수조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시스템온칩은 그 복잡성이 지구 전체와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도로,집,건물,교량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설계가 이뤄져야 수조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시스템온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반도체공학과 개설 대학 및 진로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25>- 반도체 공학과
현재 반도체공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경상대 고려대(세종캠퍼스) 동국대 성균관대 원광대 전북대 한국해양대 등이다.

반도체공학과가 아니라 전자공학과에 입학해도 반도체공학의 기초를 배울 수 있다.

학부를 마치고 공부를 더 하려면 전자공학과 석 · 박사 과정에 진학해 반도체공학을 전공하거나,반도체공학에 특화된 대학원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반도체공학에 특화된 대학원으론 고려대 한양대 등의 나노반도체공학과와 성균관대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 등이 대표적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전 세계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20% 이상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이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덕분에 국내 반도체 장비 및 부품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반도체공학을 전공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롯해 각종 반도체 관련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또 각종 연구소에 들어가 반도체공학을 연구할 수도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