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텐안먼 사태 직전과 비슷… 2년만에 가격 통제 나서
[Global Issue] 잘 나가던 중국 경제, 인플레에 '덜미' 잡히나
중국 증시가 연일 급락세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강도 조치가 연일 이어지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에 금리를 인상했고 올 들어 5차례나 지준율을 올렸지만 아직도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가 급격한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인민일보는 최근 "인플레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인민은행이 상대적으로 금리인상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가 경기둔화와 증시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을 유지하면서 인플레를 억제하는 게 커다란 도전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에 물가 감찰반을 보내고 가격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는 등 인플레 억제에 올인하는 배경엔 최근의 경제 및 사회상황이 체제 위기를 몰고 왔던 1989년 톈안먼 사태 직전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18%가 넘는 물가상승률과 빈부격차 확대를 비롯 정치개혁 요구가 커진 것 등이 최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인플레 억제에 올인
[Global Issue] 잘 나가던 중국 경제, 인플레에 '덜미' 잡히나
인민일보는 국무원(중앙정부)이 지난 주말부터 18개 성에 물가 안정 감찰반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간 진행될 이번 감찰에선 지방정부의 물가안정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가격조작 행위 처벌은 잘 이뤄지고 있는 지를 살피게 된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인플레를 잡지 못한 지방정부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로 한 상태다.

지난달 29일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는 가격담합과 조작 및 악의적 사재기 행위에 대한 벌금을 늘리도록 규정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지방정부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말까지 저소득층 22만3000명에게 100위안씩 지급했고,창춘시도 채소 도매상에 매일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통화정책도 긴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마더룬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29일 물가와 유동성 그리고 경제성장 속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변화에 맞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빈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내년 은행 신규 대출을 올해(7조5000억위안)보다 1조위안 줄어든 6조5000위안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리다오쿠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과거 2년간의 '매우 완화된 통화정책'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2년 만에 가격통제 재개

중국 정부가 주요 생필품인 식용유 및 한약재 가격 동결을 지시,2008년 1월 이후 24개월 만에 다시 상품가격의 직접통제에 나섰다.

중국증권보 등은 발전개혁위원회가 최근 식용유 제조업체들과 회동,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 전국정치협상회의) 이전까지 소비자용 소포장 식용유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포장 식용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하이자리와 중량 등이 참석했다.

발개위는 이번 회의에서 식용유 업체들에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고 가격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확히 요구하면서 "가격인상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식용유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지속,물가불안의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국가통계국 집계 결과 50개 주요 도시의 식용유 가격은 5ℓ포장 대두유가 10월1~10일 48.92위안에서 11월11~20일 56.99위안(9900원)으로 17% 급등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달 10일로 예정된 경제공작(업무)회의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어느 선에서 억제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내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경제성장률은 7%가 제시될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CPI 상승률은 4%,경제성장률은 8%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새로 나돌고 있다.

또 발전개혁위원회는 "당장 가격통제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웹사이트에서 밝혀둔 상태에서 실제로는 가격통제에 나서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전문가는 "과거 인플레는 모두 경기과열을 동반했으나 이번에는 유동성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긴축 정책이 경착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중국 정부가 고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톈안먼사태 상황과 유사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예상되는 3.3%의 물가상승률은 17~18%를 기록한 톈안먼사태 때에 비해 크게 낮아 보이지만 최근 수년 새 두 배 이상 뛴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보다 인플레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이저우성 류파수이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음식 가격이 0.2~0.3위안 올랐다고 학생들이 유리창을 깨고 테이블을 뒤엎는 사건이 지난주 발생한 것은 인플레가 초래할 폭력시위를 예고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시가 이후 대학에 가격인상 금지령을 내린 배경이다.

인플레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정치개혁 요구나 고위관료들의 부정부패,빈부격차 확대 역시 톈안먼 사태 전 민심이 공산당에 등을 돌린 배경이기도 하다.

신화통신은 최근 인플레는 저소득층에서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며 한 식품점에 들른 시민이 사과 가격이 ㎏당 4위안으로 두 달 전보다 2배로 오른 것을 보고 생활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문제는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는 임금인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임금인상은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는 중국 경제의 노선변화와도 맞물려있다.

중국 정부가 분배를 위해 올리는 임금인상이 인플레를 끌어올려 되레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키울 수 있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