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탈세 시도 등의 행태로 볼때 꼼꼼히 따져봐야"

반 "편협한 국수주의적 시각으로 몰아붙여선 안돼"

하나금융지주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론스타는 당초 외환은행 지분 64.62% 매입에 사용했던 2조1548억원을 그동안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거의 다 회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매각 대금의 대부분이 론스타의 순투자이익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과 기업 등에 투자했던 론스타의 소위 '먹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5400억원어치를 사면서 국내에 본격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이후 부동산,기업,은행까지 거침없이 사들이며 왕성한 투자활동을 해왔다.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극동건설을 1700억원에 사들여 4년여 만에 되팔아 5000억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2001년 6300억원에 사들인 서울 역삼동의 스타타워 빌딩(현 강남 파이낸스센터)도 3년 뒤 9300억원에 팔아 300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남겼고 2000년 전후 대거 사들였던 금융회사 부실채권과 몇몇 다른 빌딩들도 대부분 되팔아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의 '먹튀 논란'은 2003년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헐값 매각 논란으로 관련 재판이 5년이나 지속됐고 그 와중에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씨의 이름을 따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먹튀 논란을 알아본다.

⊙ "편협한 국수주의로 외국자본에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 "

론스타에 먹튀라는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는 측은 자칫 반외자 정서를 자극,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국내 자본의 인수는 괜찮고 해외 자본의 인수는 먹튀로 단정하는 식의 편협한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누가 우리나라에 투자하겠느냐는 얘기다.

론스타가 7년 전 아무도 사려고 들지 않았던 외환은행을 사들였는데 이제 와서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팔려고 하니 먹튀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관계자도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이 확산되면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국내 은행권 전체에 대한 부실 우려까지 고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 후 국민은행 HSBC 등에 팔려던 시도도 헐값 매각 논란과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됐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선고된 것도 결과적으로 먹튀 논란이 부당하다는 방증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론스타 인수 후 외환은행의 실적이 호전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외환은행은 2003년 외환카드 부실과 부실여신 대손충당금 등으로 2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2009년 900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거뒀다.

자산수익률(ROA)도 2002년 0.48%에서 2009년 0.88%로 두 배가량 높아졌으며,2002년 말 10%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2009년 말 14.89%로 시중은행 최고 수준이다.

⊙ "탈세 시도 등의 행태로 볼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론스타의 국내 철수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은 무조건 돈을 벌고 나가는 게 나쁜 게 아니라 론스타의 탈세 시도 행태를 꼬집는다.

론스타는 국세청이 2007년 외환은행 지분 매각 대금의 10%(1192억원)를 법인세 형태로 원천징수한 것에 불복해 세금 전액을 돌려 달라는 청구를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3년여의 심리 끝에 지난해 8월 청구가 기각됐지만 론스타 측은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고 사전 작업을 이미 마쳤다는 게 론스타를 비난하는 측의 주장이다.

론스타의 과세사업장이었던 론스타코리아가 2008년 문을 닫고 한국에서 철수했는데 이는 바로 나머지 지분 매각을 앞두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론스타에 원천징수 방식으로 외환은행 매각 대금의 11%인 51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거나,매각 대금에서 필요경비를 뺀 사업소득에 22%의 법인세 1조원가량을 부과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전례를 들어 비교적 과세를 자신하는 모습이지만 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국내 사업장이 없어진 마당에 과세가 쉽지 않고 국세청이 과세를 할 경우 론스타 측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럴 경우 론스타에 대한 반감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외환은행 매각대금 중 1000억원을 기부하겠다던 약속을 과연 론스타가 지킬 것인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 단지 큰 돈을 벌었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돼

론스타 먹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외환은행 지분을 이번에 하나금융지주에 최종 매각하면서 사실상 한국에서 철수하게 됨에 따라 마지막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론스타가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서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를 내고 나간다면 먹튀 논란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만 론스타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려는 것은 당연한 만큼 노골적인 탈세 시도가 아닌 한 이런 행태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다만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은행 대주주 적격성이란 은행법상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돼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단체들은 2007년 론스타가 이런 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정부의 해석을 의뢰했는데 아직까지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면 정부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론스타 문제는 국내에서 돈을 벌고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가 아니라 론스타가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를 놓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위법 사실이 없다면 먹튀라는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해서는 기피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부분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져 한치의 의문도 남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 설명

◆뱅크런


은행의 예금인출 사태.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하거나 해당 은행의 부실로 예금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한꺼번에 몰려 예금을 뽑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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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11월 26자 A12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5일 영국 런던에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외환은행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투자 원금의 2배가 넘는 4조7000억원가량의 매각 차익을 얻었고 세무당국은 이에 대한 과세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의 이날 발언은 론스타에 대한 과세 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이 종결되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론스타는 2008년 4월 한국에서 철수했으며 과거 외환은행 지분 매각의 주체가 조세회피지역인 벨기에에 있어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국세청은 국내에 론스타코리아라는 별도 법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세금을 매겼다.

론스타는 조세심판원에서 환급 청구를 했다가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에서 법인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매매대금의 0.5%인 235억원의 증권거래세만 내게 돼 '먹튀'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하나금융 측은 론스타와 이번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에 향후 법인세 과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론스타 측이 책임진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나중에라도 세금 문제에서 회피할 것에 대비해 은행 지급 보증과 같은 방법으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