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생명과학 · 정보통신 · 금융경제 분야 연구의 핵심도구"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23>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 수학


권숙교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로 시작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정보기술(IT) 전문가다.

그는 이대 수학과를 졸업한 수학도이기도 하다.

권 사장이 밝히는 수학과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다.

▼수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학과 선택 시 전문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라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커졌으나 학과를 선택해야 했던 그 시절에는 컴퓨터와 관련 있는 전공학과가 개설되지 않아 학과 선택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여러 학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던 중에 수학과 내에 컴퓨터 공학이라는 커리큘럼을 보게 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터라 자신 있게 수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토록 배우고 싶어 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3학년이 되던 해에 체결된 KAIST와의 협력을 통해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수학과는 어떤 분야로 진출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까.

"수학은 모든 이공계열 학문의 기본이 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수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교직이나 연구소로 진출하거나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고 활용하는 금융경제 분야와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을 적용해야 하는 법학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수학적 능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이 학과의 장점을 꼽으신다면.

"수학은 자연의 언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문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종합적으로 훈련시키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과학을 배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이끌어 낼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학생에게 만물의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수학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현재 금융업무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수학과와 금융과의 관계를 설명하신다면.

"현대 금융시장의 효율적인 운용과 각종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관련 이론들의 많은 부분이 수학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유동성 위기와 신용위기 등을 포함하는 정확한 리스크 측정과 관리에 대한 이론 또한 수학의 중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금융에 수학이 도입된 이유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이익을 창출해 내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내포돼 있는 많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수학을 통한 수단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

▼수학과의 장기적인 비전을 얘기하신다면.

"수학은 생명과학과 정보통신기술 분야,금융경제 분야 등에서 소프트웨어 연구 · 개발의 핵심 학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수학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21세기 첨단과학기술의 핵심 학문으로써 수학자의 위상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학과 선택 을 앞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금 많은 학생들이 학과 선택의 고민을 안고 있을 겁니다.

요즈음에는 예전에 비해 전공분야가 세분화되고 그만큼 다양해졌습니다.

학과는 자신의 흥미,적성,성격 특성에 맞추어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공학과의 교육과정부터 향후 진출이 가능한 분야까지 내적인 특징과 현실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모든 분야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살펴본다면 자신의 적성을 소신 있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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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벗어나 인문·사회 계열로 '영토' 넓히는 수학

수학과 과목은 이제 공대를 벗어나 인문 사회계열에도 진출하고 있다.

경영 · 경제학과를 비롯해 사회학이나 역사학에도 수학과와 공통 강의를 개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영 · 경제학과에서 수학을 전공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대학이 상당수 있으며 대학원 과정에서는 경제 수학을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경영학과와 수학과가 공동으로 금융공학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금융수학 · 과학계산 · 정보과학 등 신설 과정에도 수학과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KAIST의 경우 현재 전산학과,산업 및 시스템공학과(옛 산업공학과)와 공동으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타 학과 출신들이 수학과 수업에 수강 신청하는 사례도 늘어나 50명이 정원인 연세대 금융공학 수업(학부)에는 경영 · 경제학 등 상경대생과 의과대생 15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

청강생까지 포함하면 수업 인원의 30~40%가 타 학과생이라고 한다.

과목 신설도 늘고 있다. 상당수 대학이 수학에 경영 · 경제학을 접목한 금융공학과를 새로 만드는가 하면,아주대를 비롯해 몇몇 대학은 아예 금융공학 전문대학원까지 설립했다.

강원대는 내년부터 수리정보과학부를 수학과와 금융정보통계학과로 분리해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연세대도 2010학년도부터 기존 자연과학부를 수학 · 물리학 · 화학 · 천문우주학 · 대기과학 · 지구시스템과학과로 분리해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연세대 수학과 관계자는 "수학 등 특정 학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된 데다 학부제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서 이 관계자가 말하는 '특정 학과'는 수학과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연세대만 해도 지난해와 올해 1학년 자연과학부 학생들의 학과 선택이 수학과로 몰렸다.

이화여대는 수리물리과학부 1학년(정원 120명)의 전공 선택 결과 절반 이상인 66명이 수학과를 전공 학과로 정했다.

학부제로 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마다 이 같은 수학과 선호 현상은 공통된 모습이라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