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9일, 법원은 퀴어 영화인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사이'의 청소년관람불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상의 기본권 등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종교계에서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사회의 건강한 성문화와 가족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동성애 코드를 담았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뜨거운 감자가 된 적이 있다.

현실을 반영하듯, 성당에선 쫓겨나고 그나마 촬영한 일부 장면마저 통편집을 당하는 등 그야말로 '슬픈 언약식'이었다.

극중 경수 · 태섭 커플의 성당 언약식이 방송사 결정에 따라 편집된 가운데 김수현 작가는 "더러운 젖은 걸레로 얼굴을 닦은 기분"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고 시청자 게시판은 항의 글이 폭주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동성애'를 금기 사항으로 정해놓고 겉으로는 인정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동성애를 하나의 개성으로 보고 사회활동의 제약을 두지 않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국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곤충에서 개구리, 새들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동물 종에서 동성 간 교배를 하는 사례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우리 인간이 속한 범주인 동물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동성애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성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성적 문제와 가족구성 문제가 생태계에서는 그리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익숙했던 것에 편하고 그렇지 않았던 것에 반발심을 느낀다.

무서운 것, 더러운 것, 그리고 '상식'과 다른 것.

특정 집단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이성 간 교배가 아닌 낯선 동성 간의 교배가 고개를 들자 자체 합리화 과정을 거쳐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세상의 트렌드는 개성과 다양성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가 있다.

변화에는 항상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역사를 바꾸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 따랐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설 자리를 만들고 인간의 다양성을 개개인의 권리 자체로 인정해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하나 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해 보자.

퀴어물이 대중 속에 자리 잡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때 비로소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재희 생글기자(광남고 2년) wjdwogml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