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고등학교에서 2011학년도 수능에 대비해 정규수업을 파행하는 등의 편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A고등학교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의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수업을 파행하고 차별화된 교실에서 자습을 실시해왔다고 한다.

A고 3학년 '특별반' B군의 하루 일과는 수업진도가 끝나지 않은 한두 과목을 제외하면 모두 자습시간으로 채워진다.

이마저도 수업 진도가 모두 끝나고 나면 B군은 하루 일과를 차별화된 교실에서 소수 정예의 학생들과 자습을 하게 된다.

이 학교에서는 2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특별반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다년간 상위 대학 진학생을 배출해왔다.

또한 1학년부터 '특별반'을 조직해 방과 후 학교를 이용해 수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편법들이 A고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고등학교들이 암암리에 고3 수험생의 수업을 '자습형 수업'으로 대체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반' '튜터반'등의 차별화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학교에서는 교과서 수업대신 수능에 맞추어 문제집으로 수업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수능을 위한 편법들이 고등학교마다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것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학생은 "수능을 위해서라면 내신 수업보다 자습이 중요하고 다른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지만 학교들이 정규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하면서까지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것을 보면 수능을 너무 부추기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이렇게까지 편법을 행하고 있는 것에는 그럴 만한 변명이 있다.

다수의 학생을 대학에 고루 진학시키기보다는 소수의 잘하는 학생을 최상위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쉽고 기존의 학교 이미지를 탈피해 명문고로 거듭난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또한 소수 상위권 학생이 다수 중 · 하위권 학생을 이끌어가는 것이 어려워 한데 섞여 있다 보면 중 · 하위권 학생들이 분위기를 흐려놔 성적이 덩달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의 이러한 입장은 중 ·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대한 반감을 키우게 할 수도 있으며 수능만을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로 비쳐지기 쉽다.

지난 3월, 고려대 경영학과를 자발적으로 자퇴해 화제가 된 김예슬양은 "나는 25년간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이라며 고려대 교정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현재 수능은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하지만 학교는 '수능'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 할 학생들에게 대입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을 망치기 쉬운 지름길이 아닐까.

권기선 생글기자 (매괴고 2년) sharp_ro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