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올해 '기아체험 24시간'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했다.

전체 참가자 1만여 명과 봉사자 1000여 명이 함께 한 이번 행사는 지난 13,14일 양일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치러졌다.

기아체험 행사는 1975년 호주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30시간, 40시간 등 국가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참가자들은 일정 시간 굶으면서 전 세계 기아들의 심정을 느껴본다.

국내에서는 1993년부터 '기아체험 24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기아체험 행사는 다른 해와 달리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참가자에게 개인별로 실제 기아로 고통받는 아동의 사진과 정보가 담긴 명찰이 지급돼 하룻동안 명찰 속의 아동이 되어 지내는 것이다.

또 아프리카,아메리카,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 등 5개 대륙별로 참가자 팀을 나누어 게임을 진행했다.

또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 새천년개발목표)의 8개 조항과 연관된 활동 등을 통해 세계의 빈곤과 기아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대한 평이 좋지만은 않다. 우선, 대폭 확대된 참가 규모에 비해 인원을 통제할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행사 시작부터 좁은 입구로 모든 참가자가 입장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뒤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대륙이나 조를 배정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일도 일어났다.

MDGs 활동을 할 때에도 많은 인원의 비체계적인 이동으로 시간이 모자라게 되었고 결국 활동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참가자가 부지기수다.

전반적인 운영에서도 허술한 면이 있었다. 자원봉사자 간 전달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앞에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뒤에서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참가자는 크게 대륙별 팀으로 나뉜 후 세세하게 열 명 남짓의 조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을 이끌어야 할 조장 자원봉사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시설 문제도 있었다.

체육관 내에서 3층과 무대 뒤쪽 자리에 배치된 참가자들은 무대가 보이지 않아 대부분의 공연과 교육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참가자와 자원봉사자의 의식수준에도 문제가 지적된다. 기본적인 쓰레기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았다.

내부는 물론이고 행사 전후 행사장 주변까지 온통 쓰레기 투성이였다.

심지어 행사 중 화장실에서 음식물 포장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륙별 게임을 하면서 협력하여 풍선을 올려 보낼 때 이를 터트려버린 학생들의 행동은 많은 참가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의 무책임한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일부 봉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반말이나 명령조 어투를 사용하기도 했다. 기아체험 24시간 홈페이지의 후기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불만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한 참가자는 "무엇을 물어보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대하더라"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월드비전 측은 인력 문제가 컸다고 밝혔다.

노혜민 월드비전 홍보팀장은 "예년까지는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참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모두 와 주셨다"며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결석하여 행사 당일 아침에 급하게 모집하고 교육을 했지만 모자랐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여러 가지 말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참가자들의 반응은 "그래도 즐겁고 유익했다"이다.

기대한 만큼 실망은 했어도 많은 것을 느꼈다는 식이다.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한 만큼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의 프로그램이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귀한 마음과 소중한 시간을 받는 만큼 보다 알차고 의미있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행사의 참가비로 모은 후원금은 전액 아프리카 아동들의 교육 및 식수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지수 생글기자 (상주여고 1년) sksfh01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