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녁, TV를 켜니 프로그램 대신 파란색 화면만 보였다.

잠시 뒤에 단지 내 기계실에 이상이 생긴 듯하여 확인하러 갔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하지만 얼마 후 단지 내에서만이 아니고 대전시 전체가 나오지 않는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조금만 있으면 나온다는 소리에 거실을 아무 생각 없이 걸어다녔다.

결국 처음 TV를 튼 후 30분이 지나서 다시 프로그램들이 나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TV를 보면서 문득 내가 TV 중독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중독 인터넷 중독 음식중독 약물중독, 심지어는 트위터 중독 등 세상에는 중독이 많다.

이 만성적인 중독들 중 단연 TV중독이 눈에 띈다.

일단 TV중독에 걸리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TV를 오래 본다든가 그날 볼 TV 프로그램을 미리 정해놓거나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TV를 켜는 증상이 생긴다.

또 TV를 시청하지 못하면 신경질을 자주 내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거실을 배회하는 증세를 보인다.

TV중독에 걸리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일단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 초 TV 앞에서 몇 시간이고 각종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TV 중독자는 암, 심장마비 및 뇌졸중으로 일찍 사망할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IDI 심장 당뇨병연구소 데이비드 던스턴 박사팀이 6년간 성인 8800명을 대상으로 TV 시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TV를 하루 4시간 이상 시청하는 성인들은 2시간 이하 시청하는 성인들에 비해 조기 사망할 위험이 약 4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강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혈액 내 당과 지방 수치가 높아져 건강에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으로 키가 크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TV나 비디오게임에 빠지면 운동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기 때문에 호르몬을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

즉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가 정상보다 빠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TV를 보느라 꼭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면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게 돼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또 여과 없이 접하게 되는 선정적, 폭력적인 장면들 또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롭다.

TV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저 리모컨을 없애 보자. 대부분의 TV중독자들은 흥미 있는 프로그램이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곧바로 채널을 바꿔 또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TV 앞으로 가 직접 채널을 바꾸는 수고를 한다면 '이제 그만 봐야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다.

리모컨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TV 시청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의지다.

자신의 못된 습관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TV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직도 쓸데없이 TV 앞을 기웃거리는 청소년들이여, 이제부터라도 TV 시청시간을 줄여보도록 노력하자.

송민수 생글기자(대전 지족고 1년) md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