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OECD국가 중 20위··세계화·창의력·출산율 등 하위권
[Focus] 민간 교육 투자세계 최고라는 한국, 인재경쟁력은 글쎄올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과 빠른 경제 성장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안 덩컨 미국 교육부 장관도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한다.

그는 최근 "미국 부모들도 한국 부모처럼 자녀의 더 나은 교육을 요구하면서 내 사무실 문을 마구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인재 경쟁력은 있는 것일까. 인재를 키우는 토양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

한국경제신문이 서울대 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공동으로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OECD 국가의 인재개발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회원국 중 하위권인 20위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에 대한 민간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낮은 출산율과 취업률,정부 정책의 불투명성 등이 인재 양성과 활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출산율은 아주 낮았으며 세계화 부문에서도 낮게 조사됐다.



⊙조사 방법과 평가 결과는
[Focus] 민간 교육 투자세계 최고라는 한국, 인재경쟁력은 글쎄올시다!
이 조사는 인재가 사회에 얼마만큼 충분히 공급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출산율과 기대수명 중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취학률 등을 포함시켜 만들어졌다.

이들의 노동시장 활용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고용률과 실업률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포함시켰으며 중 ·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들의 고용률과 실업률을 별도로 반영했다.

국가적 지원 체계를 평가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 민간부문 투자액과 남성대비 여성의 소득,정부정책의 투명성,지식재산 보호 정도를 평가 지표에 넣었다.

설문 조사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국제적 공신력을 인정받은 자료만 활용했다.

평가 결과 노르웨이가 72.26점(100점 만점)으로 1위에 올랐으며 스웨덴(71.99점)과 스위스(69.38점)가 2,3위를 각각 차지했다. 주요국 중에는 영국이 10위(61.17점),미국이 13위(58.03점),독일이 14위(53.87점),일본이 16위(52.20점)였다. 한국은 48점에 그쳤다.

부문별 평가에서 한국은 민간의 교육투자(1위)와 인재 양성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모험 및 도전 의식(1위) 등에서는 최고였다.

하지만 인적자원의 양을 측정하는 출산율(26위)과 인재 활용도를 재는 대학졸업자 취업률(30위)이 최하위권이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22위),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대우(24위),정부 정책의 투명성(23위)이 후진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는 조사 대상국 중 대졸자 실업률(1.3%)이 가장 낮았고,여성 인재 활용도는 가장 높았다.

특히 인재 개발의 토양이 되는 문화 및 세계화 지수 부문(사회에 대한 신뢰 · 공동체 의식 · 다양성 존중)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스웨덴과 스위스도 취업률과 경제활동인구 비율 등 통계적 수치는 물론 정책의 투명성,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았다.

⊙ 경쟁력 낮은 이유는

경쟁력이 낮은 부문은 세계화와 창의력,출산율 부문 등이었다.

특히 해외 고급 두뇌 유치와 관련된 세계화 부문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이 평가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 △ 글로벌 시민 의식 △외국 학생 비율 등을 지표로 삼았다.

다른 국가와의 인재 및 지식의 교류가 활발할수록 국가 인적자원개발(HRD)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전체 대학원생 중 외국인 학생 수의 비중이 커질수록 특허 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숙한 시민의식 및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역량도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문화적 토대인데 이 부문이 취약하다는 것.

조사팀은 대표적인 사례로 다른 인종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얘기한다.

우리나라 국민 중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6.4%에 이르러 19개국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스웨덴의 경우 이에 대한 응답비율이 1.8%,캐나다는 2.5%로 아주 적은 응답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의식 등을 지표로 삼은 문화 부문에서도 우리나라의 순위는 26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연구팀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는 개방된 문화와 국민의 신뢰가 인재개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77.6%에 불과,스웨덴(95.6%),스위스(95%),캐나다(94.4%) 등보다 낮은 17위에 머물렀다.

출산율도 인재 대국을 지향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변수다.

인재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인구 수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신생아 1명이 평생동안 1.15개의 일자리와 12억200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출산율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 감소하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현재의 4% 수준에서 1.8%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여성 인력에 대한 활용 정도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에 대한 정부 및 민간의 투자는 전체 4위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는 대부분 민간 투자에서 비롯됐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2007년 기준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 규모는 GDP 대비 4.2%로 조사대상국 중 20위였지만 민간이 교육에 쓴 돈은 GDP 대비 2.8%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이 인재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여 인적 자원의 공급을 늘리고 글로벌 시대에 맞게 다른 사람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존중할 줄 아는 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구를 총괄한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장)는 "계량화된 지표 외에 인재 활용과 유치 등 사회 · 문화적 수준까지 유 · 무형의 인재 개발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글로벌 인재개발 경쟁력 보고서를 장기적으로 '한국판 IMD 리포트'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