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시민의 건강지키기 위해 감출수만 없는 조치”

반 “서울시의 무책임한 발표가 어민 생명줄 위협”


낙지머리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9월 중순 서울시가 낙지와 문어머리에 이타이이타이병과 전립선암 등을 유발하는 중금속 카드뮴이 많이 들어 있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서울시는 주요 유통업체에서 팔리는 연체류 14마리를 수거해 머리와 내장 내 중금속 함유량을 검사한 결과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인 ㎏당 2.0㎎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중국산 냉동 낙지의 머리에서 카드뮴이 1㎏당 29.3㎎ 나오는 등 낙지 머리는 수입산 6건과 국산 3건 모두에 카드뮴이 기준치보다 많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서울시 시험 결과는 내장에 국한된 것이라며 "통상 문어나 낙지는 몸통 · 발 등 몸 전체를 함께 요리해 먹는 점을 고려할 때 낙지와 문어 섭취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이 야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청 식품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낙지의 내장비율은 전체 무게의 10% 이하"라며 "몸통과 함께 먹는 점을 감안해 추정한 결과 중국산 낙지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연체류의 카드뮴 안전관리기준인 1㎏당 카드뮴 2㎎ 이하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후 서울시는 일정 부분 어민들에게 사과하기도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낙지 내장과 먹물은 시민들이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낙지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유해성 발표 성급했다는 측, "서울시의 무책임한 발표로 어업인의 생명줄이 위협받고 있다"

식약청은 낙지 머리에서 카드뮴이 나온 것은 맞지만 일주일에 낙지 한두 마리 정도는 평생 먹더라도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정도의 미세량이라며 서울시가 사전에 식양청 등과 협의도 없이 불쑥 낙지머리의 유해성을 발표해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어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지 머리와 먹물에서 중금속이 나온 것도 중요하지만 섭취 빈도와 방법 등도 충분히 고려해 발표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주변 먹거리 중 미세량이라도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서울시가 신중한 분석과 이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낙지머리와 먹물의 유해성에 대해 발표한 것은 '한건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어민들이 서울시를 원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수산자원보호협의회' 회원 1000여명은 얼마 전 서울로 올라와 서울시의 '낙지 중금속 검출' 발표에 항의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무책임한 발표로 어업인의 생명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서울시는 낙지 가격 하락 등 어업인이 입은 물질적 · 정신적 피해를 조사해 사과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진해에서 올라 온 한 어민은 "서울시 발표 이후 낙지 판매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지고 소비도 크게 줄어 (낙지를) 잡아도 도통 안 팔리니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유해성 발표 불가피했다는 측, "과학적인 결과를 감추고 있어야 하느냐"

서울시는 낙지머리의 위해성 발표가 시민의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과학적인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데도 감추고 있어야 하느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낙지머리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조사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기술수준이 식양청보다 열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의 조사 결과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낙지데이'까지 정해 구내 식당에서 점심으로 낙지요리를 제공한 것은 본의 아니게 어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 것에 대한 사과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맥락에서 이날도 먹물과 내장을 떼어낸 낙지만을 제공하는 등 머리와 내장이 유해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 역시 시판되는 낙지를 마음껏 먹어도 되는지 혼란은 있지만 어쨌든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점에서 무조건 서울시만을 탓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중금속이 포함된 낙지머리나 먹물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에 따라 과잉 섭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경종을 울린 것을 꼭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 정부가 믿을 만한 유권해석 내려줘야

중요한 것은 서울시와 식약청 간 논란이 아니라 먹거리에 대해 이처럼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믿을 만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 밝히지 않아서 그렇지 심각한 피해는 더 있다"는 식으로 주장한 바 있고, 복지부 외에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은 '새로운 진상'을 조사하고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면서 어느 쪽의 발표도 제대로 믿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어쩔 수 없이 낙지를 멀리하게 되고 그 결과 피해를 입는 것은 어민과 상인들이다.

서울시에 항의차 상경한 한 어민은 "카드뮴 기준치도 오락가락해서 어민들도 누구 말을 믿을지 헷갈리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냐"며 "검증된 기관이 속시원하게 낙지의 위해성 여부에 대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인 만큼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밝히는 일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설명

◆카드뮴

은백색의 금속으로 자연 환경에서는 산소, 염소, 황과 같은 원소와 결합하여 여러 가지 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카드뮴은 아연, 납, 구리 광석을 녹일 때 부산물로 얻어진 것이다.

주로 배터리, 색소, 금속 도금, 플라스틱 등에도 많이 사용된다. 카드뮴이 체내로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몸 속에 남아 있게 되므로, 비록 적은 양이라도 오랫동안 계속 노출될 경우 심각한 카드뮴 농도까지 농축될 수 있다.

그럴 경우 호흡곤란,흉부압박감, 식용부진, 심폐기능부전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공해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해중금속이다. 특히 카드뮴 중독증을 '이타이이타이병'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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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0월11일자 보도기사

낙지 머리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서울시의 발표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서울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살아 있는 낙지가 등장했다.

이윤석(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발표 내용에 대해 질의하고자 물이 담긴 통에 낙지를 넣어 가져왔다.

이 의원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낙지를 꺼내 들고 질의하려다 낙지가 움직이는 바람에 사정이 여의치 않자 책상 위에 통을 둔 채 질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서울시 발표가 신중치 못했다"고 질타하는 중 낙지는 통에서 '탈출'을 시도해 국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결국 통 밖으로 나와 책상 아래로 떨어졌다.

이 의원은 국감장이 잠잠해지자 다시 질의를 시작해 "오세훈 시장의 성과주의 때문에 서울시가 식약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신중치 못하게 발표하는 바람에 많은 어민과 판매상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된 낙지 머리 속 내장은 낙지 전체의 10%가 안 되는 것도 문제인 데다 서울시는 원산지도 모르는 낙지를 수거해 조사했으며, 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칼과 동결건조기 등 실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낙지 머리의 내장과 먹물 부분은 먹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며 "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 환경이 식약청에 비해 열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지 먹물에 들어 있는 타우린이 몸에 좋다고 해서 연포탕뿐 아니라 식빵과 파스타 등 먹물을 이용하는 음식이 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