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교과부장관/인터뷰
[Focus] “인재 强國 한국,이젠 글로벌 인재 키우는 교육허브로 가야죠”
소통,긍정의 변화,공정한 교육기회….

'MB 교육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49)이 요즘 자주 쓰는 말이다.

빡빡하게 짜여진 그의 일정은 대부분 현장(학교) 방문과 학부모 의견수렴 등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긍정의 변화'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1만번째 방문자에게는 밥을 쏘겠다"고 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0'의 공동 주최기관인 교과부를 이끌고 있는 이 장관을 한국경제신문 고기완 사회부장이 직접 만나 미래인재 육성방향과 교육개혁 방안을 들어봤다.

생글생글은 이 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다.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입시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겁니다.

둘째는 '잠자는 학교'를 깨우고 사(私)교육비 부담을 낮추는 겁니다.

그동안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미달돼도 다들 쉬쉬하고 감추기 바빴어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았죠.교원평가와 교장 공모,학업성취도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유입니다.

셋째는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막는 겁니다.

옛날에는 학교 공부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사교육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성과는 있습니까.

"작년 하반기부터 사교육 비용이 줄어들고 있어요.

학원들의 매출액 추이를 나타내는 학원생산지수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습니다.

학부모들이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통계상으로도 사교육시장이 감소하고 있죠."

▼대학 입학사정관제 등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제도들이 안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교육 부문은 워낙 덩치가 큽니다. 전국에 있는 학교만 1만1000개에 이릅니다.

대학만 350개죠.그래서 어떤 제도를 시작하면 처음엔 조금씩 효과를 내다가 시간을 두고 점차 확산됩니다.

현 정부 2년 반이 지났는데 학교에 가보신 분들은 현장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얘기합니다.

분명히 변화가 있고,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과거 정부도 교육개혁에 힘을 쏟았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과거 정부의 교육정책이 실패한 것은 1~2년 해보다가 안 되면 바꾸고,또 바꾸고 했기 때문이에요.

자주 바뀌다 보니 현장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내놓아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 상태였죠.

이런 식으로 지난 정부 10년 동안 교육정책이 표류하고 방황했어요.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교육분야에서는 제도나 정책면에서 '잃어버린 10년'이었죠.그걸 되찾아야 합니다. "

▼대학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우선 국립대 변화를 꼭 이뤄내야 합니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까지 다 해냈어요.

법인화가 이뤄지지 않은 서울대와 KAIST는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어요.

국립대가 매년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못내고 있지 않습니까. "

▼지금 국립대 체제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국립대는 정부조직 체계를 닮아 있어요.

국립대 사무국 간부 인사를 장관인 제가 합니다.

제가 그 사람들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제가 왜 이걸 해야 합니까? 해당 대학총장이 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립대와 경쟁이 되지 않아요.

유연성이 없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죠."

▼국립대 법인화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일부에서는 반발도 있습니다.

"올해 안에 서울대를 법인화하고 내년에는 지방 거점 국립대 4개를 추가로 법인화할 계획입니다.

국립대 법인화는 어디까지나 자율화하자는 것이지 민영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에서 민영화의 전초전이라고 얘기하는 데 아니에요.

국립대는 지금 회계처리할 때 복식부기조차 안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법인화가 안 되면 예산 방만 집행 관행과 경직성이 고쳐지지 않아요. "

▼현 정부와 철학을 달리하는 진보적인 시 · 도교육감이 많습니다. 정부와 어떤 갈등이 있습니까.

"컬러(색깔)가 다르더라도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교육감은 현장사령관이에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죠.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청과 교과부는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죠.

교육감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현장 변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같이 갈 수 있어요.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 · 영 · 수도 선택과목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는데요.

"발언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이들한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창의적인 탐구활동을 해야 할 아이들이 고등학교 3년 내내 시험공부만 하다가 망가지고 있죠.

이런 식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낼 수 없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국 · 영 · 수 공부를 아예 안 하면 기본 학력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다만 지금처럼 국 · 영 · 수에 매달리게 할 필요는 없어요. 교과부 입장은 국 · 영 · 수 중 1과목은 조금 어렵게 출제하더라도 나머지 2과목은 쉽게 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겁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말까지 결론 내겠습니다. "

▼글로벌 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제화 교육이 유아무야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유야무야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영어몰입교육 파동을 겪으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저로서는 일말의 책임을 느낍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학부모들이 불안해했던 거죠.영어교육은 정부가 너무 공공연하게 떠들면 사교육을 유발시킬 수 있어요.

조용하고 내실있는 변화를 추진하다 보니 유야무야된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고등학교를 나오면 영어 말문이 트일 수 있도록 학교수업을 바꾸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현재 고등학교 졸업생의 84%가 대학에 진학합니다.

이렇다 보니 인력 구조에 문제가 생기고 실업률도 높아지는 겁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이 대학으로만 진학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대학 졸업장은 나중에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선취업 · 후진학 개념이죠."

▼교육과 일자리를 연결시키겠다는 말씀이죠.

"좋은 일자리는 결국 좋은 교육에서 나옵니다.

전문계 고교와 전문대를 좋은 직업교육기관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지방대도 마찬가지예요.

지방대의 수준을 높이면 지방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앞으로 일자리 정책을 만들 때 고용노동부와 교과부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

▼세계가 인재전쟁을 벌이면서 인적 자원 육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자원 빈국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석유는 없지만 인재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인재강국입니다.

인재대국을 만드는 게 현 정부의 큰 기조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습니다. "

정리=이건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