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富에서 民富로 전환···빈부격차 등 사회 불균형 해소 최우선 과제
[Global Issue] 中 차기 지도자 ‘시진핑’낙점··· 중국은 어떻게 변화할까?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한 가운데 지난 18일 폐막됐다.

시 부주석은 이에 따라 2003년부터 대권을 잡고 있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됐다.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에 이은 제 5세대 집권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 부주석은 2012년 10월 당 서열 1위자리를 물려받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5중전회의 화두가 개혁과 변화였고 새로운 지도자가 부상한 만큼 '앞으로 새로운 30년이 시작될 것'(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새로운 중국의 지도자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의 경제,정치적 행보가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과연 시진핑은 누구이고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화될지 살펴보자.



⊙시진핑은 누구인가

시 부주석은 소위 태자당(太子黨 · 공산당 고위 간부 자제들) 출신의 선두 주자다.

부친 시중쉰은 선전특구 지정을 덩샤오핑에게 건의한 '개혁전도사'로 한때 자오쯔양과 당총서기 자리를 다투던 거물이다.

시 부주석 역시 부친의 성향을 물려받아 개방과 성장을 중시하는 시장친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명문가 출신이지만 그는 아버지의 실각으로 성장기의 대부분을 농촌에서 고된 노동으로 보냈다.

부친의 복권 후에도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부친 시중쉰은 국무원 부총리 겸 비서장에 오른 혁명 1세대다. 그러나 9살 때 '소설 류즈단 사건'이 일어나자 당국이 배후 인물로 그의 부친을 지목했고 그의 집안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1920년대 공산혁명 전사였던 류즈단이 숙청당한 인물인 가오강을 비롯 시중쉰 등과 함께 혁명운동을 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문제가 된 것.

시중쉰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고 16년 동안 감시를 받았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진핑은 능력을 인정받아 공산당에 입당했고 1975년에는 칭화대 입학을 허가받아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대학 졸업 후 겅뱌오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를 맡아 군인으로 중앙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겅뱌오가 좌천되자 지방 공무원 근무를 자원했다. 당시 중앙에서 농촌으로 지원자가 거의 없어 그의 결단은 주목을 받았다.

빈곤지역인 허베이성 정딩현에서 그는 CCTV 드라마 '홍루몽'의 촬영장소인 룽궈푸를 개발,관광 수입을 크게 늘렸다.

이후 그는 푸젠성 푸저우시 서기,푸젠성장,저장성 서기,상하이 서기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시 부주석의 정치적 성향은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다.

CNN은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시진핑은 시장친화적이지만 정치개혁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치전문가 가오쯔카이는 "사회안정과 공산당 통치를 매우 중시하지만 대중 앞에서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최근 푸젠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두고 경제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장의 과실을 소외계층에 골고루 나누자는 후진타오 주석의 노선과 조화를 이뤄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체제하 중국의 앞날은?

이번 대회에선 당장 내년부터 5년간 국정 운영의 방향타가 될 12차 5개년 계획이 논의됐다.

분야별 구체적 실행안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사회의 변화는 이번 5중전회를 끝으로 본격화될 5세대 지도부 인선 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시 부주석이 국가주석직을 승계하게 되면 중국 최고 권력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시 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은퇴하게 된다.

사회 불안 해소도 큰 과제다.

중국 내부에선 빈부 격차의 확대로 최근 집단시위가 빈발하면서 사회 불안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12차5개년 계획은 중국에는 새로운 실험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신화통신은 이번 5중전회에서 논의된 12차5개년 계획의 핵심은 '변화'라고 보도했다.

또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의 전환'을 위해 정치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은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과 민생 보장,그리고 전면적 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성장 위주에서 분배와 내수 확대로 무게중심을 옮겨왔고 이번 5중전회는 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 주석이 지난달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언급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핵심 개념으로 이는 지난 30여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화한 빈부 및 지역 격차,그로 인한 계층 갈등 등으로 초래된 사회불안을 치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국부(國富)보다는 민부(民富)를 더 중시하고 경제의 내실을 다진다는 취지다.

당장 중국은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 10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10%보다 다소 낮은 7% 선으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5년간 4조위안을 투입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서비스산업 비중을 높이는 한편 첨단기술산업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GDP) 4000달러 시대를 앞두고 빈부 격차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손꼽힌다.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734달러(국제통화기금 발표 기준)로 올해 4000달러 선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 사회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칭화대 연구팀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중국의 경우 0.47에 달한다.
통상 0.4가 넘으면 위험, 0.5를 초과하면 폭동 발생 수준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1%가 국민 전체 자산의 41.4%를 차지하고,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3.3배에 달한다. 최저수입층 10%와 최고수입층 10% 간의 소득 격차는 55배다.

2007년엔 21배였으나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폭이 벌어졌다.

리나천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넘어서면 그 사회 내부에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며 "중국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지만 빈부 격차에 따른 집단시위가 빈발하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사회의 안정성엔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