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열린 광장에서의 집회·시위는 시민의 기본권”
반 “상위법률에 어긋나는 조례 개정은 안될 말”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 27일 공포했다.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은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고 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0만 서울시민이 서명한 주민 조례개정청구서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정승우 민주당 의원 외 78명이 발의해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며,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원 등 공공재산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시의회에 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시의회는 "시의회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등의 이유로 오 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 10일 재의결했으며,서울시는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아 공포권이 시의회로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27일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함에 따라 법적 검토를 거쳐 조만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법 172조 3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에서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광장 개방 조례안 공방은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간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물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조례 개정 찬성 측, "열린 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위헌 조례를 합헌 조례로 고쳐 서울광장을 열린광장,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1000만 시민의 명령에 따라 조례안을 공포한다"고 말했다.
그는 "혹자는 신고제를 할 경우 서울광장이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우롱하는 편협되고 닫힌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서울시가 시의회의 조례 공포에 대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번 조례가 법적 소송의 근거가 되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조례가 아닌데도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은 결국 시의회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서울시는 재의까지 이뤄진 조례를 법원에 제소해 소모적 논쟁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일단 시행해본 뒤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열린 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시민의 주권"이라며 "시민의 기본권 제한을 강행하는 오 시장이야말로 반민주적이고 반시민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광장이 공유재산이라 허가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모든 집회와 시위가 열리고 있는 장소가 공유재산이라는 점에서 근거가 빈약하다"며 "이 같은 주장은 오 시장의 정치적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조례 개정 반대 측,"집시법 등 상위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을 조례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는 독립적 영역으로 허용 여부는 집시법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시 소관인 광장조례는 광장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하위법이어서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 시장이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이 공원 등 공공재산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조례안에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근거에서다.
불특정 다수가 즐기는 광장에서 시위가 열릴 경우 시민 불편이 발생한다는 것도 서울시가 내세우는 또 다른 반대 이유다.
서울시는 또 조례안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물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도로나 하천,공원 등 공유재산은 '허가 후 사용'이라는 원칙과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서울광장만을 신고제로 변경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 의석의 변화로 자치단체장의 정책이나 결정이 수시로 바뀐다면 지방행정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조례안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6 · 2 지방선거로 여소야대가 된 서울시 의회가 대표적인 경우로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여당인 시장이 추진해 온 각종 시책이나 방침을 시의회가 번번이 뒤집는다면 어떤 정책도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기 여렵다는 것이다.
⊙ 치안문제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법리 문제로 해결해야
서울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신고제로 할 것이냐 허가제로 할 것이냐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집회 및 시위는 허가제가 될 수 없다는 게 헌법에 대한 해석이다.
반면 공공재산에 대한 사용은 허가제가 원칙이다.
그래서 서울광장 사용에 대한 허용 여부를 위 두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을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자체 법규인 조례를 통해 공공재산 사용 기준을 상위법과 달리 정할 수 있는지가 궁극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에 대한 결론은 법원이 법리에 따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지 정치적인 의사표시를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든지, 광장에서 시위가 열릴 경우 무질서로 시민이 불편을 느낄 것이라는 등의 이유는 서울광장 운영 기준을 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허가제=관련 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어떤 행위(물리적 행위나 상행위 등)가 금지되지만 행정관청에 사전에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청을 하게 되면 행정관청이 제반 여건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허가 여부는 기본적으로 행정관청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신청 후 관청의 허가가 없다면 특정 행위를 할 수 없다.
◆신고제=관련 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전에 행정관청에 일정한 요건을 정해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행정관청은 특별한 하자나 문제가 없는 한 신고한 행위를 허용해 주는 것이 원칙이며 허용 여부는 행정관청의 재량이 아니다.
따라서 신고 후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행정관청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특정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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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9월28일자 A16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두 달째 공방을 벌여온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27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서울시는 무효확인소송을 대법원에 내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로 방침을 굳혀 서울광장을 둘러싼 양측 간 다툼은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 의지를 천명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정안 공포를 거부한 것은 서울 시민과 시의회를 무시한 반민주적,반시민적,반의회적 불통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장은 기자회견 직후인 11시30분께 시의회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였고,이로써 새 조례가 즉각 발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문화행사 외에 집회와 시위도 광범위하게 허용됐다.
서울시는 28일 의장의 공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오는 30일까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판결 전까지 조례 효력을 중단시키는 집행정지결정은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의회의 조례안이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반 “상위법률에 어긋나는 조례 개정은 안될 말”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 27일 공포했다.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은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고 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0만 서울시민이 서명한 주민 조례개정청구서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정승우 민주당 의원 외 78명이 발의해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며,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원 등 공공재산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시의회에 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시의회는 "시의회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등의 이유로 오 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 10일 재의결했으며,서울시는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아 공포권이 시의회로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27일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한 것이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조례안을 공포함에 따라 법적 검토를 거쳐 조만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법 172조 3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에서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광장 개방 조례안 공방은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간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물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조례 개정 찬성 측, "열린 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위헌 조례를 합헌 조례로 고쳐 서울광장을 열린광장,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1000만 시민의 명령에 따라 조례안을 공포한다"고 말했다.
그는 "혹자는 신고제를 할 경우 서울광장이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우롱하는 편협되고 닫힌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서울시가 시의회의 조례 공포에 대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번 조례가 법적 소송의 근거가 되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조례가 아닌데도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은 결국 시의회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서울시는 재의까지 이뤄진 조례를 법원에 제소해 소모적 논쟁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일단 시행해본 뒤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열린 광장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시민의 주권"이라며 "시민의 기본권 제한을 강행하는 오 시장이야말로 반민주적이고 반시민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광장이 공유재산이라 허가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모든 집회와 시위가 열리고 있는 장소가 공유재산이라는 점에서 근거가 빈약하다"며 "이 같은 주장은 오 시장의 정치적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조례 개정 반대 측,"집시법 등 상위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을 조례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는 독립적 영역으로 허용 여부는 집시법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시 소관인 광장조례는 광장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하위법이어서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오 시장이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이 공원 등 공공재산 사용은 허가제를 원칙으로 하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조례안에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근거에서다.
불특정 다수가 즐기는 광장에서 시위가 열릴 경우 시민 불편이 발생한다는 것도 서울시가 내세우는 또 다른 반대 이유다.
서울시는 또 조례안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물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도로나 하천,공원 등 공유재산은 '허가 후 사용'이라는 원칙과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서울광장만을 신고제로 변경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 의석의 변화로 자치단체장의 정책이나 결정이 수시로 바뀐다면 지방행정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조례안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6 · 2 지방선거로 여소야대가 된 서울시 의회가 대표적인 경우로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여당인 시장이 추진해 온 각종 시책이나 방침을 시의회가 번번이 뒤집는다면 어떤 정책도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기 여렵다는 것이다.
⊙ 치안문제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법리 문제로 해결해야
서울광장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신고제로 할 것이냐 허가제로 할 것이냐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집회 및 시위는 허가제가 될 수 없다는 게 헌법에 대한 해석이다.
반면 공공재산에 대한 사용은 허가제가 원칙이다.
그래서 서울광장 사용에 대한 허용 여부를 위 두 가지 기준 중 어느 것을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자체 법규인 조례를 통해 공공재산 사용 기준을 상위법과 달리 정할 수 있는지가 궁극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에 대한 결론은 법원이 법리에 따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지 정치적인 의사표시를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든지, 광장에서 시위가 열릴 경우 무질서로 시민이 불편을 느낄 것이라는 등의 이유는 서울광장 운영 기준을 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허가제=관련 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어떤 행위(물리적 행위나 상행위 등)가 금지되지만 행정관청에 사전에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청을 하게 되면 행정관청이 제반 여건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허가 여부는 기본적으로 행정관청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신청 후 관청의 허가가 없다면 특정 행위를 할 수 없다.
◆신고제=관련 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전에 행정관청에 일정한 요건을 정해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행정관청은 특별한 하자나 문제가 없는 한 신고한 행위를 허용해 주는 것이 원칙이며 허용 여부는 행정관청의 재량이 아니다.
따라서 신고 후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행정관청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특정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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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9월28일자 A16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두 달째 공방을 벌여온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27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서울시는 무효확인소송을 대법원에 내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로 방침을 굳혀 서울광장을 둘러싼 양측 간 다툼은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 의지를 천명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정안 공포를 거부한 것은 서울 시민과 시의회를 무시한 반민주적,반시민적,반의회적 불통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장은 기자회견 직후인 11시30분께 시의회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였고,이로써 새 조례가 즉각 발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문화행사 외에 집회와 시위도 광범위하게 허용됐다.
서울시는 28일 의장의 공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오는 30일까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판결 전까지 조례 효력을 중단시키는 집행정지결정은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의회의 조례안이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