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공학은 맛있고 안전한 식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종합예술과학”
"경제력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먹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제 식품은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맛있어야 하고 영양학적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다이어트나 단백질 보충 등 기능 성분도 필요합니다.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 등장하기도 했죠.
식품산업은 날로 방대해지고 세련되어질 것입니다. "
이정성 대상 품질기획팀장은 원광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시험분석실에서 7년간 근무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6년 동안 연구사로 활동했다.
현재 대상그룹에서 식품에 대한 안전 기준 및 제품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996년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출범할 당시 인원은 200~300명이었지만 곧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승격됐고 현재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설 만큼 식품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전문가가 절실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식품공학은 어떤 학문입니까?
"식품공학은 식품공학,식품가공,식품영양 등 3개 분야로 나뉩니다.
식품공학은 원료를 찾아 식품을 기획 · 제조하는 과정을 총괄하는데,식품가공은 원재료를 살려 좋은 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학문입니다.
식품영양은 식품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는 학문이죠.식품공학은 '종합예술 과학'입니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기계공학 생명공학 영양학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북 고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어려서부터 시계나 라디오 등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이 식품공학과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식품공학은 인내의 학문입니다. 원하는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식품공학과가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 농학과를 택했습니다. "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했습니까?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으로 기본을 쌓은 뒤 각 식품의 원료와 성분을 익혔고 발효,살균 등 식품 제조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미생물이나 각종 화학 성분을 분리하거나 원재료를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재미있는 실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각종 화학 성분과 원료명을 반드시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어려운 점도 있죠."
▼식품공학 전공 후 어떤 분야에 진출할 수 있습니까?
"국내의 식품 관련 회사는 중소업체를 모두 합쳐 30만개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취업문이 넓다는 뜻입니다.
좋은 원료를 찾아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품질과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절차 등에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영업직이나 영양사 등으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전기 · 전자나 자동차 등 일부 공학 분야보다 연봉은 적을지 모르지만 길이 다양하고 실생활과 밀착돼 재미있습니다.
석사를 마치면 정부나 공인기관 등에서 일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
▼식품공학과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식품안전과 건강기능식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이 두 분야를 중심으로 식품산업이 발달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은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에는 유기농 원료와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각광을 받으면서 친환경 조미료,자연숙성 간장 등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식품 산업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을 겁니다.
사회공헌도 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종자를 개발해 빈민국을 돕는 일은 식품공학이 없다면 불가능하죠."
▼이 전공을 통해 즐거웠던 기억은 뭔가요?
"약 20년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비타민을 분석하는 초고가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고작 4~5명뿐이었습니다.
저는 2주가량 매일 회사에 남아 밤을 새가며 장비를 분석했고,결국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 기계로 비타민B1을 분석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전 신입사원인데도 비타민 분석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연구사로 활동하던 1990년대 말 콩나물을 공장에서 가공할 때 정체불명의 백색가루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기존에 밝혀진 잔류 농약과는 달랐습니다.
이 성분을 비파괴 방식(재료를 파괴하지 않고 제품의 상태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최초로 콩나물에 다른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콩나물에 사용되는 농약의 사용 기준을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됐습니다. "
▼식품공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식품의 신소재는 주변에 있습니다.
풀이나 나무 열매,나무 껍질 등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 물질이 많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기능성 성분이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을지 호기심을 가지십시오."
강유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y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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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NT등과 결합해 바이오 제약분야로 영역확대
⊙ 식품공학의 미래는…
식품공학은 단순히 먹거리를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생명공학(BT),나노공학(NT) 등 첨단기술과 결합해 바이오와 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산업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 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자공학과의 결합으로 탄생한 유전자재조합생물체(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다.
GMO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해 유전적 형질(DNA)이 자연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변형한 생물체를 의미한다.
GMO는 그 종류에 따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 농산물) △유전자재조합동물(GMO 동물) △유전자재조합미생물(GMO 미생물)로 구분하며,지금까지 개발된 게 대부분 식물이기 때문에 GMO라고 하면 유전자재조합농산물을 가리키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농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제조한 식품을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식품)이라고 하며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조작식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사람들이 먹거나 사용하는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가운데 상당량은 GMO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사탕무 알팔파 감자 쌀 밀 멜론 토마토 호박 파파야 아마 등도 개발되거나 재배되고 있는 상태다.
식품 외에 가축사료나 의약품 그리고 에너지원 등을 만드는 데 광범위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GMO 옥수수는 가축 사료로도 사용되고 포도당 주사액이나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을 만드는 데도 들어간다.
또 GMO 동물이나 GMO 미생물은 질병 치료용 백신이나 호르몬 등과 같은 의약품 생산에 사용된다.
GMO 농산물은 생산비가 적게 들고 병충해에 강하며 산출이 많아 인구 증가로 늘어나는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다이어트나 단백질 보충 등 기능 성분도 필요합니다.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 등장하기도 했죠.
식품산업은 날로 방대해지고 세련되어질 것입니다. "
이정성 대상 품질기획팀장은 원광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시험분석실에서 7년간 근무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6년 동안 연구사로 활동했다.
현재 대상그룹에서 식품에 대한 안전 기준 및 제품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996년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출범할 당시 인원은 200~300명이었지만 곧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승격됐고 현재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설 만큼 식품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전문가가 절실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식품공학은 어떤 학문입니까?
"식품공학은 식품공학,식품가공,식품영양 등 3개 분야로 나뉩니다.
식품공학은 원료를 찾아 식품을 기획 · 제조하는 과정을 총괄하는데,식품가공은 원재료를 살려 좋은 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학문입니다.
식품영양은 식품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는 학문이죠.식품공학은 '종합예술 과학'입니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기계공학 생명공학 영양학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북 고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어려서부터 시계나 라디오 등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이 식품공학과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식품공학은 인내의 학문입니다. 원하는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식품공학과가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 농학과를 택했습니다. "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했습니까?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으로 기본을 쌓은 뒤 각 식품의 원료와 성분을 익혔고 발효,살균 등 식품 제조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미생물이나 각종 화학 성분을 분리하거나 원재료를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재미있는 실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각종 화학 성분과 원료명을 반드시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어려운 점도 있죠."
▼식품공학 전공 후 어떤 분야에 진출할 수 있습니까?
"국내의 식품 관련 회사는 중소업체를 모두 합쳐 30만개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취업문이 넓다는 뜻입니다.
좋은 원료를 찾아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품질과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절차 등에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영업직이나 영양사 등으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전기 · 전자나 자동차 등 일부 공학 분야보다 연봉은 적을지 모르지만 길이 다양하고 실생활과 밀착돼 재미있습니다.
석사를 마치면 정부나 공인기관 등에서 일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
▼식품공학과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식품안전과 건강기능식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이 두 분야를 중심으로 식품산업이 발달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은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에는 유기농 원료와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각광을 받으면서 친환경 조미료,자연숙성 간장 등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식품 산업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을 겁니다.
사회공헌도 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종자를 개발해 빈민국을 돕는 일은 식품공학이 없다면 불가능하죠."
▼이 전공을 통해 즐거웠던 기억은 뭔가요?
"약 20년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비타민을 분석하는 초고가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고작 4~5명뿐이었습니다.
저는 2주가량 매일 회사에 남아 밤을 새가며 장비를 분석했고,결국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 기계로 비타민B1을 분석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전 신입사원인데도 비타민 분석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연구사로 활동하던 1990년대 말 콩나물을 공장에서 가공할 때 정체불명의 백색가루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기존에 밝혀진 잔류 농약과는 달랐습니다.
이 성분을 비파괴 방식(재료를 파괴하지 않고 제품의 상태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최초로 콩나물에 다른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콩나물에 사용되는 농약의 사용 기준을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됐습니다. "
▼식품공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식품의 신소재는 주변에 있습니다.
풀이나 나무 열매,나무 껍질 등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기능성 물질이 많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기능성 성분이 우리 주위에 산재해 있을지 호기심을 가지십시오."
강유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y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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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NT등과 결합해 바이오 제약분야로 영역확대
⊙ 식품공학의 미래는…
식품공학은 단순히 먹거리를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생명공학(BT),나노공학(NT) 등 첨단기술과 결합해 바이오와 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산업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 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자공학과의 결합으로 탄생한 유전자재조합생물체(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다.
GMO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해 유전적 형질(DNA)이 자연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변형한 생물체를 의미한다.
GMO는 그 종류에 따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 농산물) △유전자재조합동물(GMO 동물) △유전자재조합미생물(GMO 미생물)로 구분하며,지금까지 개발된 게 대부분 식물이기 때문에 GMO라고 하면 유전자재조합농산물을 가리키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농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제조한 식품을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식품)이라고 하며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조작식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사람들이 먹거나 사용하는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가운데 상당량은 GMO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사탕무 알팔파 감자 쌀 밀 멜론 토마토 호박 파파야 아마 등도 개발되거나 재배되고 있는 상태다.
식품 외에 가축사료나 의약품 그리고 에너지원 등을 만드는 데 광범위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GMO 옥수수는 가축 사료로도 사용되고 포도당 주사액이나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을 만드는 데도 들어간다.
또 GMO 동물이나 GMO 미생물은 질병 치료용 백신이나 호르몬 등과 같은 의약품 생산에 사용된다.
GMO 농산물은 생산비가 적게 들고 병충해에 강하며 산출이 많아 인구 증가로 늘어나는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