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30) 제시문을 읽어가며 조건대로 명확히 내용을 가려내라

⊙ 260호 2010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 2－2 기출문제 풀이

서울대 문제가 생각보다 쉽다고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자기 경험을 섞어서 2500자로 쓰는 문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것이지요.

어찌됐든 문제가 변형되었으니， 제시문을 읽어가면서 조건대로 명확히 내용만 가려내면 되는 문제입니다.

사실 제시문 (1)에서는 성숙이라는 단어보다는 '치기어린'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물론 인생의 고통을 이미 알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집을 뛰쳐나온 주인공이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주인공에게 '집'은 분명 부정적인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다시 잡혀가느니 서울로 가서 무언가를 하자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결단력이나 실천의지 자체는 매우 높게 평가해줄만 합니다.

어떠한 문제의식을 접하고， 이에 대한 결단을 직접 실천해 옮겼으니까요.

더군다나 할머니 딸의 훈계에 울컥하지만， 성질을 잘 참습니다. 자기 성질대로 하는 것이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가 어린만큼 세상을 잘 모릅니다. 의욕과 용기는 넘치지만， 계획 없이 무작정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행동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지요.

아직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입니다.

(2)제시문은 유명한 헬렌 켈러의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언어에 관련된 제시문으로 나오곤 합니다만， 너무 진부하게도 '성숙'이라는 주제로 대놓고 등장합니다.

물론 성숙에 대한 주제로 제시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언어란 세계로 통하는 통로'라는 개념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헬렌 켈러는 언어를 이해하면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물론 그전에도 세계는 존재했지만， 언어가 개념으로 이해되면서， '인식을 소유'하게 되지요.

이제 헬렌 켈러는 자기만의 어둠에 갇혀 있던 시각장애 소녀가 세계의 일원으로서 세계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희망이 솟아나며 인간극장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어리광' (맹아학교 친구들이 보내준 인형을 던지다니！) 부분은 아직 사회적 관계， 즉 나와 세계의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모습을 보입니다.

무조건 내 중심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내 행동이 미칠 영향이나， 그것에 따라 남들이 가질 감정을 아직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직 '타인'이나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테니까요.

(이것은 종종 나오는 주제이지요. 과연 '언어'가 먼저일까요？ '사고'가 먼저일까요？ '슬프다'는 단어를 알기 전에는 '슬픔'을 모르는 것일까요？)

뭐， 그래도 조만간 극복이 되겠군요！

니체는 그리스도교 윤리를 '노예도덕'이라고 비난합니다.

갑작스레 니체 이야기를 해서 놀랐겠지만， 니체의 설명에 의하면 죄의식이란 주인이 노예를 복종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세뇌책이지요.

사실 그 누구도 죄를 심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원죄의식을 만들어놓고 스스로를 옭죄어 놓습니다.

잘못된 기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지요. 주인공이 살던 시대는 물론 노예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시기였고， 도망노예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사회적으로 '도덕적인 일'이라고 평가받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노예제도가 가진 비인간성'을 끝까지 깨닫지 못합니다.

짐이 자기에게 잘해준 것에 대해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으로 그를 놓아주려는 것이지， 노예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아 더욱 그렇지요.

물론， 그가 (당시의) 사회적 규범을 극복하면서까지， 즉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주체적 판단을 좇아 행동하는 것은 그의 성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만약 자신과 관계없는 노예였다면， 아무도 그는 주저없이 신고했을 것입니다.


다음은 이 문제에 대한 예시답안(1200자)입니다.

인간의 성숙이란 비단 육체적 성장만을 의미해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만 먹는다고 자연스럽게 정신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숙은 나와 세계의 관계 안에서 좀 더 주체적인 자아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는 편협한 자아로부터 나와 세계의 질서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으나，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여러 장애에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각 제시문은 이런 점에서 세계에 주체적으로 편입되어 가는 주인공들의 성숙과정으로 보여준다.

제시문 (1)의 주인공은 주체적인 자아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 중에 있다. 부정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박차고 나와 서울로 가려는 주인공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내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생의 고통을 깨달은 바 있으며， 자신의 성질대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세계의 생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정도의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계획없이 무작정 행동에 옮기는 그의 태도에서는 객관적 판단능력이 결여되었다는 한계가 발견된다.

나와 세계의 관계에 있어 주체성은 확보되었을지언정，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제시문 (2)의 헬렌 켈러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성숙을 경험하고 있다.

그녀는 낱말을 깨우침으로써 비로소 세계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강한 긍정을 얻게 된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나와 세계'의 관계 안에서 처음으로 주체적인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헬렌 켈러 역시 아직 타인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 선물로 받은 인형을 내던지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제시문 (3)의 주인공 역시 (1)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문제에 대해 주체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성숙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사회규범상 그것이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잘해준 이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행동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안에서 자신의 질서를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흔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행동 역시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 뿐， 노예제도나 사회규범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11학년도 중앙대학교 모의문제 중에서 수리논술 부분입니다.

이 문제에서는 '정규분포'라는 배경지식이 사용됩니다. 편차란 평균으로부터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종모양으로 생긴 정규분포곡선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너무나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

올림픽은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한 국가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올림픽의 경제적 가치와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세계 주요 16개국이 획득한 총 메달 수와 해당 국가의 국가 브랜드지수를 조사했다.

이 자료에 대한 요약 값들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단， 요약 값들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음.)

총 메달 수가 20개인 A국의 메달 획득 순위와 국가 브랜드지수가 60점인 B국의 국가 브랜드지수 순위를 표준편차 단위로 사용하여 비교하시오.

(300자 내외)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10월 3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기초/중급/고급 논술교재나 지금까지 이 코너에 연재된 문제의 해설서가 따로 묶인 <생글첨삭노트 2010> 교재가 필요하신 분들도 메일주세요.

pdf 파일로 보내드립니다.

글이든 교재 신청이든 메일을 보내주실 때는 학교/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이것은 신원확인용이에요！)

수리논술을 대비해서 연재하는 분량도 일정량이 모이게 되면， 교재로 따로 만들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