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은 지구에 물리적 자취를 남길수 있는 매력 넘치는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⑫ 윤병기 GS건설 목표대교 현장 총괄-토목공학
윤병기 GS건설 상무는 전남 목포대교(고하~죽교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공사 현장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목포대교는 동북아 무역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목포신항(고하도)과 내륙에 있는 북항(죽교동)을 이어주는 4.129㎞ 길이,폭 35~40m의 사장교다.

교량의 규모는 주탑의 높이와 주탑 사이의 거리(중앙 경간장)로 평가하는데 주탑의 높이가 167.5m로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경간장은 500m로 인천대교 다음으로 길다.

말하자면 목포대교는 목포권 물류와 교통 흐름을 바꾸는 거대 토목공사인 동시에 대한민국 교량건설의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총공사비는 3028억원으로 2012년 4월 완공 예정이다.

윤 상무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랜드마크를 짓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토목은 우리가 생활하는 지구에 물리적으로 커다란 자취를 남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분야"라고 강조했다.

윤 상무는 1970년 서울대에 입학해 토목공학을 공부한 이후 33년째 토목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고 있다.

1977년부터 1991년까지 사우디와 이라크에서 플랜트 기초공사와 교량공사를 맡기도 했다.

▼ 토목공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금문교를 보게 됐습니다.

거대한 다리가 한폭의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 나도 저렇게 멋진 구조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토목공학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푸른 바다 위에 호기롭게 떠있는 붉은 색 다리는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

▼ 토목공학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섬세하지 못하고 투박한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도저나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를 떠올리며 흙이나 파고 대충 시멘트를 바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곤란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목포대교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주탑과 다리 상판을 연결하는 케이블은 모두 120개입니다.

최고 167m 높이에서 연결되는 각각의 케이블 연결지점의 오차는 0.3㎜에 불과합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당장에 표시가 나지 않겠지만 10년이나 20년 뒤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토목은 정교함과 섬세함이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

▼ 가장 보람있었던 경험을 꼽아 주신다면.

"2003년 개통한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가 기억에 남습니다.

완공까지 100개월을 근무했고 성과를 인정받아 동탑산업 훈장도 받았지요.

하지만 훈장보다 더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삼천포대교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것입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종종 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쓰는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미국 금문교와 같은 관광명소를 제 손으로 만든 것이지요.

요즘도 시간이 나면 일부러 삼천포대교를 찾아 건설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

▼ 토목공학의 발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수십㎞짜리 다리가 속속 건설되고 국가와 국가를 이어주는 해저터널도 생겨나지요. 모두 토목 분야입니다.

통일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토목공사가 북한에서 진행되겠지요.

한국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토목공사가 많이 진행됐지만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2차선 도로가 4차선으로 넓어지고 KTX를 위한 기찻길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시는 계속 넓어지고 있으며 물류가 늘어나면 항만도 추가로 필요합니다.

지난해 말 중동의 UAE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수주하지 않았습니까.

원자력 발전을 짓기 위해서는 토목공사가 밑받침돼야 합니다.

토목공학자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 학과 선택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토목공학을 잘 하려면 수학이 필수입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컴퓨터가 아무리 좋아져도 토목공학을 하려면 상당한 수학 실력이 필요합니다.

미리부터 준비한다면 반드시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여학생이라고 해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목공학은 더 이상 남자들만 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예전에는 토목부서에 배치받은 여직원이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신입사원 7명 가운데 2명이 여자랍니다. "

박종서 한국경제신문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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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계 등과 융합해 'U 시티' 등 새 블루오션 창출하는 토목공학

⊙ 이것이 궁금해요!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⑫ 윤병기 GS건설 목표대교 현장 총괄-토목공학
생물학과 정보기술(IT)이 합쳐진 생명공학(BT)이나 기계와 전자가 더해진 메커트로닉스(Mechatronics) 등 최근 기술이나 산업 발전의 특징 중 하나는 융합이다.

토목공학에도 이 같은 융합 바람이 거세다.

친환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태공학 및 환경공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계공학과 로보틱스,통신 및 신소재 산업 등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는 토목기술과 IT가 융합함으로써 등장한 신개념의 도시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U시티는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관리되며,시민이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일종의 전자 도시다.

예를 들어 거리 곳곳에 설치된 단말기로 문화공연은 물론 병원 음식점 등 예약이 가능하다.

집안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따라 TV가 움직이며 주방기기도 전자화돼 냉장고 안 식재료의 유통기한에다 가능한 조리법까지 알려준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소변 검사를 통해 자동으로 건강상태가 확인돼 문제가 있을 때는 곧바로 의료기관에 통보해준다.

집에 도둑이 들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역시 자동으로 경찰서나 소방서에 신고한다.

건설 자재 분야에선 나노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광학필터나 단열재 등의 상용화가 연구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건물이나 철도,도로 등에서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하는 기술도 미래 토목공학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은 2020년에 인간이 거주하는 달 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주기지 건설은 극한지나 극서지,심해,우주 등 극한지역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극한토목공학을 필요로 한다.

우주기지와 극한공학은 토목공학에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