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호 2010학년도 동국대 수시 2차 기출문제 해설
[생글 논술 첨삭노트] (25) 난이도 높은 문제로 실전 연습을 해보자
제시문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점점 풀이에 대한 부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신 매우 길고 친절한 해설서를 문제 푸신 모든 분들께 보내드리고 있으니,꼭 받아가세요.

동국대 문제는 다소 난해한 영어제시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2번 문제를 어려워했습니다.

단순한 요약 문제였던 1번과 달리,영어 해석과 (가) 제시문의 독해까지 요구했던지라 단순한 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답비율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네요.



다음은 2번 문제에 대한 예시답안입니다.

(나)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가)에서 말하는 고비용 신호와 관련이 있다. (나)는 비싼 물건을 과시 소비하는 것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과시 소비를 해서는 부를 충분히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 파티를 연다. 그리고 친구나 경쟁자를 연회와 선물 파티에 초대하여 자신이 이만한 파티를 열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에서 제시하는 연회,선물 파티 등과 같은 부의 과시 수단이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나의 현상은 자신이 과시하고자 하는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고비용 신호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백신고 이하은 학생)



⊙ 실전문제

이번주 문제는 2010학년도 홍익대학교 수시 2차 기출문제 중 두 번째 세트문제를 편집해보았습니다.

홍대는 900자 문제를 3개나 내는 독보적인(?) 대학이지요.

더군다나 난이도는 어찌나 높은지,웬만한 학생들은 자칫하다 손 하나 못대고 물러나는 경우도 종종 있곤 합니다. 특히 2010년의 수시문제 중 1번 문제는 아직도 설왕설래가 되는 어려운 문제이지요.

(궁금하다면 직접 풀어보세요! 답은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8월29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기초/중급/고급 논술교재나 지금까지 풀어본 10개 대학문제의 해설서가 묶음으로 필요하신 분들도 메일주세요.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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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시문 (가)의 주장에 입각하여 제시문 (나) (다)가 기술하고 있는 몸에 관한 문화현상들을 분석하시오. (600±60자)


나는 몸과 마음이 평행적 상응 관계에 있다는 관념을 거부한다.

이는 오래 전에 이미 붕괴된 근거들에 기초한 교리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교리의 철학적,과학적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진화적 위계질서 같은 가치의 자연적 위계나 척도를 전제하는 비교 체계를 거부한다.

여성의 육체가 남성의 육체보다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상태인가,여성의 육체가 유인원의 육체에 보다 가까운가 하는 질문들은 무의미하다.

막연한 자연주의를 막연한 도덕론이나 심리론과 혼동하고 있는 이런 논의는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의 종(種)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념이다.

우리가 인간 종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것은 오직 인간적 관점 안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고정되지 않은 존재이자 그 자신을 구성해가는 존재이다.

여자 또한 굳어버린 현실이 아니라 생성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남자와 비교할 경우에도 생성의 측면에서 비교해야 한다.

즉 여자의 가능성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동안 일어난 숱한 논쟁은 여자의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여자를 과거나 현재의 상태로 환원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만일 육체가 사물이 아니라면 그것은 하나의 상황이다.

육체는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이며 하나의 제한적 요소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달리는 속도도 느리고 무거운 물건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한다.

여성이 남성에 대적할 수 있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우리가 실존을 기초로 하여 육체를 해석한다면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되어 버린다.

생리적인 사실이 의미를 가질 때마다 그 의미는 언제나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어야 한다.

'연약함'이란 인간이 제시하는 목적,이용하는 도구,수립하는 규범의 관점에서만 드러난다. 풍습이 폭력을 금하는 곳에서는 근육의 힘이 지배의 기초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연약함이라는 관념은 실존적 · 경제적 · 윤리적 관점들과의 관련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 인류는 반(反)자연이라고도 일컬어져 왔다.

인간은 사실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못 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들이 내포하는 진리를 사실들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구성해낸다. 자연은 인간의 행위와 관계 하는 한에서만 인간에게 현실성을 지니게 된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자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결핵은 온갖 진풍경을 연출하며 은유의 속박을 받아온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는 어떤 질병이 급작스럽게 발병될 뿐만 아니라 고치기도 어렵다는 생각,말하자면 아직 그 원인을 모르고 있는 어떤 질병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상응해서 나타난 환상이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결핵은 신비로운 그 무엇이었다. 결핵은 폐,즉 몸 위쪽에 있는 영적으로 정화된 기관과 관련을 맺고 있어 은유적으로 영혼의 질병,정념(情念)의 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낭만적 고뇌'로 알려진 문학적인 태도는 대부분 결핵 그 자체의 모습,또는 은유로 변형된 모습에서 연유한다.

결핵의 직접적인 증세를 보여주는 양식화된 묘사 속에서 쇠약함은 번민으로,고뇌는 낭만적인 것으로 변했으며,실제의 고통은 간단히 은폐되어버렸다.

병색이 완연하고 가슴팍이 좁은 젊은 여성들,창백하고 왜소한 젊은 청년들은 그 당시로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 무시무시한 질병에 걸리려 앞 다투어 경쟁하는 듯했다.

테오필 고티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어렸을 적에 99파운드(약 45㎏) 이상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서정 시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결핵은 외양을 드러내는 태도로 이해되었고 그 외양은 19세기 풍습의 주요 산물이 되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음식을 먹는 것이 천박한 행위로 인식되었고 병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매력적인 모습이 되었다.

19세기 중후반에 산업 제국을 건설하고 대륙을 약탈했던 위인들이 점차 뚱뚱해진 것과 대조적으로,결핵 환자 같은 용모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연약함이나 뛰어난 감수성의 상징을 거쳐 점차 여성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용모가 되어갔다.


나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은 일요일이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돌아와 전날 밤 불려 놓았던 미역으로 국을 끓였다.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는 생일을 기념할 겸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치 그 말을 동면을 앞둔 곰한테서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년 이래 내가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기애는 아무리 열악한 것이라 해도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삶을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30여 년 동안 내가 비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 만큼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듯 한참이나 나를 훑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 따위를 결심한 이유를 발견해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마지못한 어조로 이렇게 한마디 던졌다. 이제 빨랫대가 비좁지 않아 좋겠구나.

두 식구뿐인데도 빨래 널 자리가 부족한 것은 내 옷이 워낙 대형 사이즈이기 때문이라고 어머니는 불평하곤 했다.

자신이 빨래를 자주 하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가만있자,네가 줄어들면 집이 더 넓어지려나.

어머니는 오랜 세월 굳어진 지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집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라는 걸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은 뚱뚱한 사람을 단순히 둔감하고 무신경하게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으르고 절제심이 없으며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맞선을 보았던 수많은 여자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한번쯤은 나의 성적인 기능이 시원찮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리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B는 내 몸무게가 100㎏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체중을 톤 단위로 계산하라고 농담하곤 했다.

100보다는 0.1이란 숫자가 뭔가 갈망이 있고 이미지도 정교하잖아.

솔직히 다소의 묵직함마저 없었다면 넌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평범할 뻔했어.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