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위상 높아진 한국, 국제무대 중심국가로 우뚝 선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11월11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한국은 이번 회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G20을 통해 형성될 국제 체제 속에서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국제 회의를 주도한 경험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상 강화

G20은 'Group of 20'의 약자로 경제 규모가 큰 20개 국가를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와 유럽연합 의장국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신흥국가를 포함한 20개국이 회원국이다.

1999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선진 7개국(G7)과 신흥국가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독일에서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G20은 전세계 인구의 70%,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지만 세계 경제에서 갖는 위상은 선진 7개국들의 모임인 G7에 훨씬 못 미쳤다.

매년 정상회의를 하는 G7과 달리 G20은 정기적으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할 뿐 정상회의는 하지 않아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G20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전 세계로 번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외에 신흥국가까지 포함하는 협의체를 통해 국가 간 정책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됐다.

과거에 비해 신흥국가들의 경제 규모가 커져서 선진국 간의 공조만으로는 효과적인 위기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G20은 G7을 대체할 세계 경제의 고위 협의체로 떠올랐다. G20이 정상회의를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첫 번째 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국제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5개 원칙과 국제 교역을 가로막는 보호주의 장벽을 만들지 말자는 'standstill(현상유지)'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G20은 2009년 4월 영국 런던,9월 미국 피츠버그,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2~4차 정상회의를 열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했다.

◎ 주요 의제 서울에서 결론

지난 2년간 네 차례의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G20은 주요 의제에 대해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의제에 대한 국가 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클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점차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면서 각국이 국제 공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서울 정상회의가 중요해 졌다고도 할 수 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마저도 주요 의제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G20의 위상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G20 회원국들은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권 분담 방안

△글로벌 불균형 해소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에 대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이루기로 했다.

국제금융기구 개혁 논의는 IMF와 세계은행이 경제 위기를 막지 못했고 발생한 위기에 대한 대응도 미숙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구체적으로는 선진국에 편중돼 있는 국제금융기구의 의결권을 신흥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신흥국가들이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주요 의사결정에 이들 국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권 분담 방안은 은행세 도입이 핵심이다.

은행세는 금융회사들로부터 걷는 일정한 부담금을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놓았다가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빠지면 이들을 구제하는 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부실 금융회사 구제에 막대한 국민 세금(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막자는 게 은행세의 취지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는 미국은 계속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기된 의제다.

적자국들은 내수소비를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반면 흑자국들은 내수소비를 늘려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투기성 자본이 몰려들었다가 일시에 빠져 나가면서 한 국가가 외환위기에 빠지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의제다.

이미 위기에 빠진 국가에 사후적으로 외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외환을 대출해 줘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으로 회원국 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밖에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개발 이슈'가 한국의 주도 하에 처음으로 의제에 포함된다.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에 시장경제 제도를 전파하고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 이들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 20개국 정상, 중앙은행 총재 집결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이 국제무대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회원국의 합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다.

물론 한국이 만든 성명서 초안에 각 회원국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내용이 여러 차례 수정되지만 성명서를 직접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남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규칙을 만드는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G7 이외 국가 중에는 처음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선진국 외에 신흥국까지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것이 G20의 특징이지만 정작 지금까지 정상회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만 개최됐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50년 만에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제적인 인지도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주요국 정상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등이 서울로 집결한다.

정상회의 하루 전에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00여명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서밋(기업인 회의)'도 예정돼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끌 전망이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스티븐 그린 HSBC 회장 등이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키로 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도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