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


(1)율곡 이이(李珥)의 공론관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0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2차 문제 풀이
인심이 다 같이 옳다고 하는 것을 공론(公論)이라 하고, 공론의 소재를 국시(國是)라고 합니다.

국시란 한 사람이 꾀하지 않아도 함께 옳다는 것입니다.

이익으로 유혹하는 것도 아니고 위세로 무섭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삼척동자라도 그 옳음을 아는 것, 이것이 국시입니다.

지금 이른바 국시라 하는 것은 이와 달라서 다만 주론(主論)하는 자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여도 듣는 자가 혹은 추종하기도 하고 혹은 어기기도 하여,

우부우부(愚夫愚婦)까지도 또한 반은 옳다 하고 반은 그르다 하여 마침내 귀일(歸一)할 때가 없을 것이니,

어찌 집집마다 타일러 억지로 정할 수가 있겠습니까?

결국 사람들의 의심만 더하게 되어 도리어 화단(禍端)을 만드는 데 불과할 것입니다.

공론이라는 것은 나라의 원기(元氣)입니다.

공론이 조정에 있으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공론이 여항(閭巷)에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입니다.

만약 상하 모두 공론이 없다면 그 나라가 망할 것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위에 있는 자가 능히 공론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아래에 있는 것을 싫어해 입을 막고 죄로 다스린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입니다.

금일의 조정에 공론이 펼쳐지지 못하기 때문에 여항에서 한가로이 시비를 논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사대부가 자처함을 잃은 것으로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진실로 정사를 의논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2)<독립신문> 창간호 '논설'

우리가 <독립신문>을 오늘 처음으로 출판하는데, 조선 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우리 주의를 미리 말씀하여 아시게 하노라.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아니하고,

모두 조선 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할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제언하여 주려함.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이 있을 터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옴.

우리가 이 신문 출판하기는 취리[取利]하려는 게 아닌 고로 값을 헐하도록 하였고,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요,

또 구절을 떼어 쓰기는 알아보기 쉽도록 함이라.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할 터인 고로, 정부 관원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폐할 터이요,

사사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옴.

우리는 조선 대군주 폐하와 조선 정부와 조선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인 고로, 편당 있는 의논이든지 한 쪽만 생각하고 하는 말은 우리 신문상에 없을 터이옴.

또 한 쪽에 영문으로 기록하기는, 외국인민이 조선 사정을 자세히 모른즉, 혹 편벽된 말만 듣고 조선을 잘못 생각할까 보아 실상 사정을 알게 하고저 하여 영문으로 조금 기록함.

그리한즉, 이 신문은 똑 조선만 위함을 가히 알 터이요, 이 신문을 인연하여 내외 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조선 일을 서로 알 터이옴.

우리가 또 외국 사정도 조선 인민을 위하여 간간이 기록할 터이니, 그걸 인연하여 외국은 가지 못하더라도 조선 인민이 외국 사정도 알 터이옴.

오늘은 처음인 고로, 대강 우리 주의만 세상에 고하고, 우리 신문을 보면 조선 인민이 소견과 지혜가 진보함을 믿노라. 논설 그치기 전에 우리가 대군주 폐하께 송덕하고 만세를 부르나이다.



커피하우스, 살롱, 토론 모임 등과 같은 서구 근대 초기의 공론장들은 공중의 범위와 구성, 교류 스타일, 논의의 풍토, 주제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개인들 간에 벌어지는 지속적 토론을 조직화했다는 공통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것들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제도적 기준들을 가지게 된다.

첫째, 사회적 계층과 계급이 상대적으로 무시되었다. 서열의식에 반하여 평등의 원칙이 중시된다.

사회적 위계질서의 권위에 대항하여 오직 논증의 권위가 방어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평등성이 요구된다.

경제적 예속 역시 원칙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국가의 법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법칙도 이곳에서는 정지된다.

둘째, 이러한 공중의 토론은 이제까지 의문시되지 않았던 영역들을 문제적인 것으로 만들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전까지 공중의 삶과 관련된 일반적인 주제들은 그 해석이 국가와 교회에 의해 독점되어 있었다.

그러나 철학적 저작과 문학작품, 예술작품 일반이 시장을 위해 생산되고 시장을 통해 유통됨에 따라, 그것들은 상품으로서 원칙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된다.

작품을 상품으로 접근하게 된 사적 개인들은 작품을 해석의 독점에서 해방시켜 세속화시킨다.

그들은 서로간의 합리적 의사소통을 거쳐 작품의 의미를 자율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셋째, 문화를 상품형태로 전환시킨 결과, 소비자로서의 공중은 개방과 포괄의 원칙에 따라 확산된다.

각각의 공중이 아무리 배타적이라 할지라도, 결코 그들은 스스로를 폐쇄하여 하나의 파벌로 고착될 수는 없었다.

공중은 모두 독자, 청자, 관중으로서 작품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공중의 구성원들은 단순한 사적 개인들이기보다는 좀 더 큰 보편적인 공중의 일부로서 자신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존재하게 된다.



신성이라는 종교적 토포스* 없이는 더 이상 종교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스승의 정신이라는 학문적 토포스 없이는 더 이상 가르침이란, 또 배움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수사는 단순히 말의 구사가 아니다. 수사는 가르침과 배움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능케 해 주는 도구이다.

그러기에 수사는 학문적 토포스를 그 공간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학문적 토포스를 떠난 수사가-바로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시대의 오류를 공동의 합의로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학이 소피스트들의 전유물로 밀려나 왜곡되는 순간 더 이상 수사학은 학문적 토포스를 그 자체 공간으로 삼기보다는 이른바 중론(衆論)을 그 공간으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중론은 이른바 다수의 의견에 불과할 뿐 결코 학문적 토포스가 아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서도 하나의 중론이 지향해야 하는 곳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러한 중론의 방향성은 수사학의 임무이기도 한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야기한 중론이 선동적인 것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산파술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선동적인 중론에 대항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과는 달리 언어상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던 것이다.

언어상의 성공은 늘 그러하듯이 곧 중론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소피스트들의 언어는 중론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던 반면, 소크라테스의 언어는 중론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이것은 다만 아테네에서의 민주정치가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시사해 주는 민주정치의 유형만을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중론을 이끌어내지 못한 소크라테스의 언어를 살해한 소피스트들의 언어는, 바로 민주정치가 가능케 하였던 중론을 이끌어냄으로써 비록 오류의 중론일지라도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정착시켰다.

오류의 중론이 민주정치를 지배함에 따라 아테네 민주정치는 서서히 중우정치로 흘러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우리는 이렇듯 수사가 민주정치 자체를 근간으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민주정치를 중우정치로 흘러들게 하였던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테네의 중우정치에는, 소피스트들의 언어가 빚어낸 민주정치의 왜곡에는 선동적인 중론만이 있었을 뿐, 그 중론을 비판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언어는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더불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소크라테스의 언어는 하나의 공동의 공간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였다.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언어는 대외적으로 학문적 토포스를 형성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실패로 열린 공간에 하나의 선동적 중론이 사상적 토포스로 자리잡게 되면서 아테네의 중우정치가 전개되어 나갔다고 말할 수 있다.

* 토포스(topos):논거로 사용되는 주제들의 저장소. 토픽(topic)의 그리스어.



로렌스 레식은 「코드:사이버공간의 법이론」에서 인터넷상의 행위를 규제하는 네 층위(법,사회적 규범,시장,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금연이라는 하나의 사회적 행동을 예로 들어 보자.

미성년자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적 규제도 있지만, 금연을 강제하는 레스토랑처럼 사회적 규범으로도 규제된다.

또 담배의 가격이 오르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기술적 규제도 강조한다.

담배 필터의 유무나 연기의 양에 따라 흡연이 가능한 기회는 증감한다.

이 기술적 규제를 '아키텍처'라고 부른다.

네트워크에서 아키텍처는 전산 코드(프로그램)에 의해 구성된다. 레식이 언급한 아키텍처의 표현 규제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조닝(zoning)과 필터링(filtering)이 그것이다.

조닝이란 유저의 자격에 따라 네트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면 성인 인증을 받지 않으면 어떤 사이트들는 접근할 수 없다거나, 혹은 유명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는 그들과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끔 한다는 식으로, 네트워크 유저의 접속을 규제하는 방법을 말한다.


인터넷 공론장은 대중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의 場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0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2차 문제 풀이
한편 필터링이란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에 따라 네트를 구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사이트는 몇 점, 저 사이트는 몇 점' 하는 식으로 그 내용에 따라 특수한 채점(레벨링, 혹은 레이팅)을 하여, 유저의 요구에 따라 특정한 점수의 사이트만을 보여 주는 시스템이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 실시간 인기검색어의 선택, 파워 블로거 등이 이러한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 방식은 유저의 성향을 고려하여 미리 정보 선택의 폭을 좁힌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터넷 서점 'amazon.com'을 생각해 보자.

유저가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아마존은 그 유저에 맞는 추천 서적이나 CD 리스트를 표시해 준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이트는 어떤 컴퓨터에서 접속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외견을 보여 준다는 것이 된다.

내가 보는 아마존은 어디까지나 '나' 전용의 아마존이며, 하나의 URL에 접속된 다수의 유저들에게 아마존은 같은 화면을 보여 주는 일이 결코 없다.

아마존은 책이나 CD를 중심으로 놀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맞춤형' 서비스는 소비자가 실제로 보는 선택 사항을 비약적으로 좁혀 준다.

유저는 정보의 바다에서 사실은 매우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받을 뿐인 것이다.

이것이 인터넷 아키텍처 중 한 가지인 필터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

1.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1), (2)의 의의를 설명하시오. (300자 ± 30자)

2. 제시문 <라>의 밑줄 친 '조닝(zoning)과 필터링(filtering)'에 의하여 현대 인터넷 공론장에서 나타나는 제시문 <다>와 같은 현상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문 <가>, <나>, <다>에서 제시된 각각의 논리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900자 ± 90자)



⊙ 숙명여대 논술의 특성

통합 논술을 문제 출제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이미 새로울 것이 없다.

숙명여대 역시 통합 논술의 스펙트럼 안에 문제의 여러 특성을 배치해 놓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숙대 논술은 공통 문항과 계열 문항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둘의 차이는 텍스트의 다양성과 심도로부터 구별된다.

공통 문항은 여러 분야의 텍스트를 고루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의 상호텍스트적 사고 능력 측정을 겨냥하고 있다.

계열 문항은 계열별로 보다 심층적인 텍스트를 출제하여 문제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사유와 글쓰기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넓이와 깊이의 양 국면에서 미리미리 읽고 쓰는 연습을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면에서는 먼저 공통 문항을 다루고 계열 문항 설명은 다음 지면에 할애하도록 한다.



⊙제시문 분석

(1)과 (2)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에서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내용은, 공론이 조정에 수렴되는가 아닌가의 여부에 따라 나라가 올바로 다스려지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장 위험한 것은 조정과 여항에 모두 공론이 없는 경우로, 공론을 수렴하지도 않으려는 조정이 여항에서 공론이 생산되는 것도 막고 징벌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현대적 용어로 치환할 때 이는 여론의 형성과 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론의 생산 자체를 막으려는 국가의 억압적 태도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내용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의 핵심은 텍스트 전문에서 표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여하의 계급, 지위, 신분, 사상 등을 막론하고 모든 대중이 정보 담론의 생산과 수렴을 평등하게 할 수 있음을 신문 창간의 의의로 천명한다는 데 있다.



서구 근대 초기의 이른바 '살롱 문화'를 오늘날 시민사회 내부의 대중 담론 형성의 가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제시문에 기술된 세 기준들은 다음과 같이 재기술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중은 계급과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그것은 반권위적인 평등에 근간하고 있다.

둘째, 대중 혹은 사적 개인들은 여타의 정보 일반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접근한 정보에 대한 해석 역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셋째, 사적 개인들로서의 대중은 시민 사회의 일원 혹은 보편적 대중의 일원으로 자신을 이해하며, 따라서 자유롭게 자신을 보편적 대중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이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법적 근거와 맥을 같이한다. 논술자는 제시문 <나>가 설파하고 있는 내용들을 이와 같이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우리가 처해 있는 대중 담론 형성의 현실을 유비적으로 사유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사유의 결과를 논제 해결에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소크라테스의 언어는 중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둘째, 소피스트의 언어는 중론을 이끌어냈으나 민주정치를 중우정치로 타락시켰다.

주지하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이교도의 도입과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아테네 민주정으로부터 사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형의 이유와 경위의 역사적 내막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키는 절차에서 소크라테스의 언어, 혹은 진실에 대한 그의 변론이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 절차란 바로 다수결을 말한다.

논술자는 이 대목에서 다수의 여론이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소수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상황을 유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 다수의 여론을 주도했던 소피스트들의 언어로부터 결국 민주정치가 중우정치로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제시문의 언급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제시문 <다>는 중우적 여론 형성의 위험성과 그것이 내포할 수밖에 없는 비판적 여론 차단의 위험성을 아울러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현대 사회의 인터넷 공간이라는 구체적 사태-상황에 접속하여 사고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이 제시문은 논술문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조닝(zoning)과 필터링(filtering)은 인터넷 사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전에 이미 그 접근성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선조작을 통해 이미 한정되어버린 공간 안에서 한정된 정보만을 생산, 수렴, 유통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공간 안에서의 사적 개인이 무한하게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보편적 대중으로 확산시킬 수는 없으며, 조닝과 필터링이 더 각박해질 경우 사적 개인은 정보 감옥 혹은 정보 독방에 갇혀 여전히 사적 개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제시문 <라>를 통해 논술자는 이러한 방식의 여론 통제와 정보 담론 생산의 통제 현상을 반성적으로 사유하여, 개인으로부터 대중으로 자유롭게 확산되어가는 여론에 대한 이상적 상황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논제 분석

숙대의 논제에는 애매함과 모호함이 거의 없다.

이 말은 논제가 지시하는 바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통 문항과 계열 문항 모두 두 개씩의 논제가 출제되는데 양자의 유형에 거의 차이가 없다.

첫 번째 논제의 경우 하나의 제시문을 통해 다른 특정 제시문 하나를 해석하는 것인데, 이는 논술 논제의 가장 기본적 형식으로 하나의 제시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그 의미의 기반 위에서 특정 제시문을 해석해 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두 번째 논제의 경우 역시 익숙한 형식으로, 구체적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제시문을 나머지 제시문 모두를 근거삼아 해석해 주면 된다.

다만 논제가 명확한 요구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 명확성과 구체성에 위배되지 않는 내용을 논술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제1> (나)의 핵심은 대중적 여론 형성의 자유로움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가)의 두 제시문은 각각 공론 수렴의 필요성과 공론장 형성의 의의를 개별 사례를 통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내용과 상통한다.

(가)제시문 (1)이 조정 혹은 정부가 반드시 여론에 귀기울여야 함을 중요하게 언급한 점, 그리고 (2)가 여론 형성과 수렴에 모든 대중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한 점을 강조해 주면 좋을 것이다.

<논제2> 조닝과 필터링은 여론 조작과 통제의 한 방식이다.

이 두 방식은 인터넷 공론장 안에서 다양하고 집단적인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이며, 그 결과로 소수의 의견들이 상호 교류하는 장 자체를 차단하여 특정한 의견들이 다수의 의견들로 오인될 가능성을 항상 담지하고 있다.

조작과 통제의 방식은 조작자와 통제자의 편의에 따라 여론을 몰아가도록 충분히 작동할 수 있으며 더불어 소수의 의견, 특히 조작자와 통제자에 저항적인 의견은 정보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 만한 능력 역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동과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정보의 장이 자유로운 대중적 여론 형성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함으로써, 인터넷 공론장을 예전의 '살롱 문화'를 마음껏 구가하는 장소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리영 S · 논술 선임 연구원 furyfury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