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학업 성취도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 필요"

반 "학생·학교간 줄세우기로 공교육 정상화 저해"

학업성취도 평가가 지난 13,14일 양일간 전국 1만여개 초 · 중 · 고교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008학년부터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는 올해가 3년째로 전국의 고교 2학년,중 3학년,초등 6학년생이 같은 시각에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봤다.

고교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 3과목을,중학교와 초등학교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싸고 특히 교육계 안팎이 떠들썩했던 이유는 지난 6 · 2지방선거로 새로 당선된 교육감 중 일부가 정부 주도로 치러지는 이 시험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도와 강원도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의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학교장 판단에 따라 대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무단결석으로 처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쁘더라도 교원 인사에는 반영하지 않을 테니 소신껏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는 교육감들이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인 만큼 일단 시험에는 응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보여 혼선을 부추겼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학교에서는 당연히 학생이 시험을 보도록 유도하고 설득을 해야 하지만 학생 또는 학부모가 교육철학과 양심에 따라 시험을 거부할 경우에는 대체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해당 학생은 '기타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학교와 학생의 교육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교육과학부는 학력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를 파악해 재정 등을 지원하고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을 보충 교육시키는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학력 평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와 학생이 교육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력 향상 중점학교'로 지정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서 평가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학생에게 교과별 성취 수준으로만 제공하고 학생 간 비교 자료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학생을 서열화하거나 줄 세우기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우회적으로 회피하거나 불참을 유도하는 학교장과 교사는 징계하고 학교장 승인 없이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무단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비록 시행 과정상 파행수업 등 문제점이 발생하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 · 중등교육법에 실시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평가가 교육활동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를 부정 · 거부하는 행위는 법 부정 및 교육 포기 행위"라며 원칙적인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일제고사가 교육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파악이나 대책 마련이 전혀 없었던 기존 표집평가가 오히려 인권 침해"라고 반박, 학업성취도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반대 측,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고 비교육적 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가속시킨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성적에 의한 학생 · 학교 서열화, 학교별 성적 올리기 경쟁에 따른 수업 파행 등의 부작용을 빚어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한다는 것이 이 시험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거다.

전교조 등 진보진영은 개별 학교의 점수가 공개되면 '학교 서열화'를 가속화하는 등 비교육적 경쟁만 조장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평가 중심으로 체제가 마련되면 교육과정은 평가 대비용으로 변질되고 학생은 창의성 계발 기회를 상실하면서 암기식 교육을 받게 된다"며 "학력 평가와 공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계층간 지역간 교육 격차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은 표집 방식 평가 시행으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굳이 일제고사 형식으로 치를 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결과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 평가가 교육적 평가가 되려면 일제고사 방식의 경쟁과 서열화를 폐기해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의 윤숙자 정책위원장은 "전수평가가 학생과 학부모의 행복추구권이나 교육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역시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고 있다.

⊙ 교육현장 혼란 막는 일이 더 시급

학교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 시스템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이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지, 학생 일부에 대해 표집 방식으로만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선 학교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처럼 지역마다 교육감이 다른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라 일선 학교도 혼선을 보일 경우에는 자칫 일제고사를 넘어 학교생활 질서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옆의 학생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는 학생이 잠을 자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불가능해진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 학력 평가를 하든, 지금처럼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두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최대 피해자는 정부도 교육감도 아닌 바로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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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둘째날 시험이 14일 전국 9264개교에서 치러졌지만 전날에 이어 산발적 시험 거부에다 집단 결시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학교 현장의 파행이 이어졌다.

민선 교육감 시대를 맞자마자 교육당국과 진보 교육감의 정면 충돌로 야기된 이번 평가 파행 사태는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불러오는 등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전날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등 세 과목 시험이 치러진 데 이어 이날은 고2를 제외한 초6,중3이 사회 과학 시험에 응했다. 응시 대상 학생 수는 초6 61만9000명(6141개교),중3 67만4000명(3123개교) 등 총 129만3000명이다.

전날 시험 거부를 주도한 진보 교육감 지역인 전북과 강원에서 미응시 학생이 일부 줄었지만 서울에서는 전날 보고되지 않았던 집단 거부 사태가 뒤늦게 밝혀져 오히려 파문이 커졌다.

학업성취도 평가 첫날인 13일 서울 남부교육청 관할 영등포고에서 2학년 B반 학생 30여명 전원을 비롯해 60여명이 단체로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는 B반 담임교사 A씨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교육청 공문은 그런 뜻"이라고 답하면서 집단 시험 거부 사태가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대체 프로그램 마련 지침' 공문을 뒤늦게 번복한 탓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사실상 미응시를 조장했다며 징계 방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