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은 장기자랑,선거는 인기투표?

지난 3일 토요일 해룡고등학교에서 전교 학생회장 부회장 선거가 있었다.

회장 부회장 후보자들은 1주일 전부터 표를 얻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느라 분주했다.

후보자들은 교실에 들어가 준비한 공약을 말하고 부가적으로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춤이나 노래 등 장기를 보여주었다.

지난 6 · 2 지방선거 때도 그랬듯이 이러한 선거운동은 후보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거운동이 장기자랑이 되었다.

후보자들이 교실에 들어가면 유권자, 즉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후보자에게 춤이나 노래 등 여러 장기를 시킨다.

선거운동이라는 명목이 아니라면 마치 벌칙을 받는 것과도 같다. 후보자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표를 얻지 못할까봐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한다.

어떤 후보자는 표를 얻기 위해 밤에 지지자들과 함께 춤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선거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생들은 표를 앞세우고 후보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선거라 하면 후보자들이 자신의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내세우고 유권자들은 공약을 보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뽑는 절차로 한 사람의 뜻이 아닌 여러 사람의 뜻이 모인 지극히 민주주의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후보자의 공약은 간과하고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한 행동, 즉 장기자랑을 보고 뽑는다.

결국 회장 부회장 선거가 인기투표가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선거 4대 원칙인 비밀투표에 의해 유권자들이 누구를 뽑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집단에서는 특정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선배가 후배들에게 특정 후보자를 뽑으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선거가 이뤄져 한 표 한 표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한 후보자는 "처음 선거에 임할 때 진지하게 공약만을 말하려 했으나 첫 번째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애들은 공약은 들을 생각이 없다고 느꼈다"며 "내 이상인 학교 개혁을 이루기 위해 표를 얻어야 하는데 표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기자랑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보자는 선거의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부재로 이러한 상황이 야기되었다.

학교에서 하는 전교 학생회장 부회장 선거는 학생들이 선거권을 얻기 전 선거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가르치는 교육의 일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장기자랑식 선거운동과 인기투표식 선거가 계속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선거권을 얻고 사회에 나가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올바른 선거 의식 함양에 노력해야 하고 학교에서도 이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박문수 생글기자(해룡고 2년) expoi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