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논거에 주어진 자료를 체계적으로 결합해야

⊙고 3유형 채점평

이번 제9회 생글생글 논술경시대회 역시 각 영역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골고루 검증하기 위해 논제가 구성되었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이번 대회에 참여한 응시생 대부분이 제시문이나 논의 주제에 관한 이해도가 우수한 편이었으나 다른 부문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지적된 사항에 관해서는 자신의 미비점을 잘 분석하고 앞으로 열심히 분발해서 균형 잡힌 논술실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 논제 1번

논제 1번의 주된 평가사항은 '이해 분석능력'으로서,

득점 관건은 (1)제시문의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였는가,(2)본인이 이해한 핵심 논지를 논술에 적합한 명료한 표현으로 잘 드러내었는가 하는 것이다.

제시문(가)의 로렌츠곡선과 지니계수는 사회경제학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창안된 도구개념들이므로 이들이 전달하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잘 설명하여야 하는데 미흡한 답안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보다 더 자주 감점 대상이 된 것은 제시문 (나)에 관한 불충분한 이해였다.

우화의 상징적 표현들이 사회경제학적 지표로 명쾌하게 해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학생은 제시문(나)의 피상적 표현만을 답안에 그대로 옮겼다.

사회 전체인구의 80%는 평균소득 수준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으며 중산층이 안정적으로 발달된 사회가 아니라는 것,상위 10% 고소득자의 소득 수준이 매우 현격하게 차이가 나며 소득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설명한 답안,(가)의 누적소득과 (나)의 개인소득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여 '기울기'라는 개념으로 로렌츠 곡선을 설명한 답안이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얀 펜이 묘사한 '난쟁이들의 행진'이 상징하는 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표현한 답안을 작성한 학생들만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 논제 2번

논리 · 비판적 사고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논제 2번의 경우,논제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답안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논술 답안은 항상 논제와의 연계 하에서 엄정히 평가되므로 답안 평가에서는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충족시키는지가 우선적 고려 대상이다.

2번 논제는 논증(論證)을 요하는 논제이므로,자신이 선택한 경제정책이 성장 위주 정책이냐,분배 위주 정책이냐를 분명히 밝히고 왜 그러한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주어진 제시문을 논증자료로 활용해야 하므로 제시문 (다),(라),(마)의 논지를 각각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각 제시문의 논지를 단순히 정리하고 간단한 논평을 하는 글은 논제의 주된 요구에 비추어 볼 때 옳지 못하다.

또한 세 제시문은 서로 상충하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논거를 선별해 효과적으로 주장과 연계시키고, 대립되는 주장의 제시문에서 추출되는 반론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이 가지는 논리적 허점을 공격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논지를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형식으로 글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2번 답안에서 고득점을 한 학생들은 논지가 굳건하고 논증 과정에서 제시문의 정보를 요긴하게 활용하거나 반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입증한 학생들이다.

주장의 이유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상대편의 예상반론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치밀함을 보여준 학생들은 더욱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 논제 3번

논제 3번은 실질적 논증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주된 평가 항목이다.

그런데 논제의 요구는 한국인들이 부의 형평성 문제에 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느냐 아니냐를 묻고 있는데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논의가 엉뚱하게 흘러간 답안이 상당수 있었다.

그런 지적을 받은 학생들은 앞으로도 답안을 작성함에 있어 논지 일탈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제시문과 자료에서 주어진 정보를 자신의 주장을 위해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종합화하여야 하는데 주어진 정보를 단순 나열하는 '앵무새' 답안이 많았다.

제시문과 자료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자신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계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자신의 독창적 논거에 주어진 자료를 체계적으로 결합한 답안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3번과 같은 유형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사고전개의 정합성 ·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설득력 있는 논지 전개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고,주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훈련이 평소 필요하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

찬반 논재을 이해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 고 1,2유형 채점평

☞ 1번 문제

1번 문제야말로 이번 대회의 문제 중에서 가장 정답률이 떨어진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름대로 변별력을 두고자 제시문의 난이도를 높인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군요.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철학 제시문이 다소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제시문 (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이유는,

첫 문장을 그대로 핵심 문장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언어 비문학 제시문이든 논술 제시문이든 맨 앞이나 뒤에 중요한 문장이 오는 것은 맞습니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모든 예술,모든 철학은 성장하거나 하강하는 치유 수단이나 보조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는 부분을 그대로 캡처해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의 동사가 <~할 수 있다>라는 형식으로 표현된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합니다.

즉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조동사까지 다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면 다소 어려운 주문일 수 있습니다.

해석의 문제를 넘어서,구조의 문제도 상당수의 학생에게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논술을 본격적으로 접근해보지 않아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비교를 위한 기준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참 많더군요.

즉, (가)(나)(다)를 일괄나열식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어떤 기준에서 어떤 차이가 드러나는지 세 제시문을 동일선상에서 논의한 것이 아니라,그저 각 제시문의 입장에서만 내용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지요.

이렇게 될 경우 어떠한 비교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문제에서는 일부러 그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수단>이나 <유용성>이라는 키워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런 공통적인 기준 위에서 (가)(나)(다) 요약을 순서대로 진행시켰을 것입니다.


☞ 2번 문제

2번 문제의 경우 분명히 <제시문 (라)의 팝아트의 관점이 (가),(나),(다)의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 설명>하라는 조건이 있었으므로,(라)가 먼저 요약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간과한 채 무조건 (가)(나)(다) 순서대로 일방적인 평가를 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팝아트의 내용만 요약하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라) 전체를 요약하는 통에 아예 핀트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모든 요약은 문제 조건에 맞게 시도되어야 합니다.

구조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제시문 (가)와 (다)는 동일선상에서 (라)의 팝아트를 비판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가)와 (다)를 같이 묶어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요.

물론 (가)의 독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대다수의 학생이 2번 문제에서는 (가)가 어찌되었든 팝아트를 옹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나열로서 "(가)는 어쩌구, (나)는 어쩌구, 또 (다)는 어쩌구"와 같은 서술을 선호하더군요.

아직 논술 문제를 많이 풀어본 경험이 없던 탓에 어떤 식으로 내용을 정리하고,묶어야 하는지에 대해 감이 없었던 탓입니다.


☞ 3번 문제

3번 문제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던 탓에 유난히 허공을 가르는 답안들이 많았습니다.

3번은 <일방적인 비판하기 문제>가 아니라 <찬반논쟁을 이해하고,이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문제>였습니다.

찬반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히 (마)의 문제성격을 드러내고,이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받아주어야 합니다.

즉, 일방적으로 내 주장만 펴는 문제가 아니란 것이지요. 그렇게 되었다면 이것이 찬반이 될 리가 없습니다.

<세상일은 일장일단>이 있다는 말이 있듯,어떠한 주장에는 분명히 일장일단이 있지요. (마)에도 그런 내용이 섞여 있습니다.

일방적인 비판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그 안에는 이런 문제 상황이 제공해주는 현대인에 대한 위로 기능이 분명히 들어 있지요.

그리고 학생들 중에서도 분명히 "아냐,난 이런 요즘의 상업문화(예술)가 너무 좋은걸?"이라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어찌됐든 어느 편을 선택하더라도 점수의 차이는 없는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양측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 입장을 균형있게 다루어 주고 있느냐인 것이지요.

많은 수의 학생이 이 부분을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가)나 (다)의 의견을 받아서 내달렸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인 셈이지요.

그렇다고 근거가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근거라고 해봤자 (가)와 (다)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재생산될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양측의 입장을 전개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의 의견을 주장한 후에 "물론 당신의 의견은 이런 것이겠지.

그래.이해해.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식의 연결을 붙이는 것이지요.

이로써 양측의 입장이 설명되면서 나의 주장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혹은 이게 아니라면,각 입장을 친절히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나는 어떻게 생각한다"라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측의 입장을 모두 살펴준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나왔던 내용에 추가된 자신만의 근거와 입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단지 제시문의 내용을 반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제가 아니라,그 모든 관점을 살핀 후에 어느 편에 설 것이냐고 물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즉 두 내용을 뛰어넘는 근거가 등장해서 주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창의적인 면모를 살피기 좋은 문제인 것이지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