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미 · 유럽 등 긴축 정책으로 장기 침체 겪을 것"

반 "유럽에서 심각한 위기 없으면 더블딥 없을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이어온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더블딥'이 닥칠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늘 있어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게감은 점점 더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미국의 고용 증가폭은 연초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고 있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하락세를 보이는 동시에 주택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끌어온 중국 경제도 산업생산 증가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데다 제조업지수도 2개월 연속 떨어지는 등 경기가 주춤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의 2대 축인 G2의 경제가 모두 활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긴축정책에 나서는 유럽은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부담 등으로 '7월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만약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는 미국 유럽 중국이 동시에,혹은 둘만이라도 더블딥 상황에 빠진다면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몰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 유럽은 물론 아시아 주요국 증시까지 이 같은 더블딥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비관론에 기인한 것이며 다소 과장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더블딥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더블딥이 불가피하다는 측,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을 것이다"

주로 미국 학자들이 많이 제기하고 있다. '더블딥'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위기를 가져온 근본적인 위험 요인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금 세계는 제3의 불황 초기 단계에 있는데 장기 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긴축재정으로 결국 장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세계 경제가 심각한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얼마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20개국이 재정건전화에 합의했는데 이로 인해 주요국들이 긴축을 진행하게 되면 더블딥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유럽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일본은 벼랑 끝에 서있다. 중국에서도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닥터 둠으로도 불리는 그는 유로존 사태로 미국 유로존 일본 등이 더블딥에 가까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반기 이후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세계 경제와 완전히 디커플링되기는 힘들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낙관론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만약 세계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경기회복세를 보여온 우리나라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관계로 우리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 과장됐다는 측, "유럽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더블딥은 없을 것"

더블딥보다는 경기 둔화 또는 일시적인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더블딥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미국의 경기 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돼 재고 비중이 매우 낮고 현재 근로자의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41.5시간으로 경기호황기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길기 때문에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더블딥 우려는 지나친 비관론"이라며 "우리나라도 상반기에 비해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스페인의 국채 만기 소화 물량이나 유럽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등 아직 지켜봐야 할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발표한 '2010년 하반기 국제 거시금융 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모두 이미 1~2개월 전부터 경기선행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에서 심각한 은행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더블딥이라고 할 만한 경기 둔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경기 회복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아시아지역이 세계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올해 전체적으로 3% 후반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블딥 논쟁보다는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

더블딥이 과연 올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사실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또 더블딥에 대한 정의도 내리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더블딥이 올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경우 아무런 준비 없이 위기를 맞이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주요국의 성장 둔화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된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강하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확장적 정책을 일시에 모두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경기 친화적인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기저효과

어떠한 결과값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시점과 비교대상 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그 결과값이 실제보다 왜곡되어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호황기의 경제 상황을 기준시점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교할 경우 경제지표는 실제 상황보다 위축되게 나타나고, 불황기의 경제 상황을 기준시점으로 비교하면 경제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나타나게 되는 것은 바로 기저효과 때문이다.

기저효과는 비슷한 의미로 반사효과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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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7월7일자 A8면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정부가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미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2.7%(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하향 수정됐고 고용시장과 주택시장의 지표가 부진하다"며 "중국은 산업생산 증가율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상승세가 다소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더블딥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주요국의 성장 둔화와 침체 조짐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된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