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문 두 쌍으로 나누어 요약하는 문제 고정 출제

⊙ 성균관대 논술은 이렇습니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성균관대 2011학년도 모의논술 문제풀이(上)
일반적으로 수시논술에서는 이른 바 '창의적 답안'을 요구하는 학교가 있고,'정해진 답안'을 요구하는 학교가 있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학교가 서울대 연세대 등이고,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학교가 고려대,성균관대 등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연세대는 이른 바 '다면사고형' 논술을 표방하여,학생들에게 제시문을 최대한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그리고 서울대의 경우 문제의 폭을 상당히 넓혀 놓아,학생들이 평소에 습득했던 배경지식이나 논리력을 논술답안지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그러나 '정해진 답안'을 요구하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과 사고력보다는 문제가 요구하는 논점들을 '빠짐없이(!)' 찾아내는 능력을 요구해,사실상 창의력보다는 분석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유형의 선두주자인 고려대는 1,2번 문제에서 제시문의 요약능력과 분석 및 응용능력을 묻되 학생들이 주어진 제시문들을 얼마나 꼼꼼하게 읽어낼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며,3번에서는 명시적으로 수리논술을 표방하여 학생들의 수리적인 추론능력을 검증하고자 한다.

또한,이번에 다룰 성균관대 역시 1번 문제에서 주어진 제시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분류하는 문제를 고정적으로 내는 한편,나머지 문제들을 1번 문제의 풀이결과를 바탕으로 풀어야 하게끔 출제하고 있다.

요컨대,성균관대 논술은 '정해진 답안'을 정확히 제시하는 능력을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성균관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각 제시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각 제시문의 요지를 바탕으로 관련 자료들의 핵심 사항을 적확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성균관대 논술은 분량이 없다는 점이다.

이화여대와 마찬가지로 제한시간만 있을 뿐 분량이 없는 관계로 스스로 분량을 계산해야 한다.

120분의 시간을 고려해보았을 때 2000자 내외가 적당하다.

이는 2시간30분에 보통 2500자 내외의 분량을 요구하는 다른 대학의 경우를 비교해 보았을 때 도출되는 분량이다.

1번 문제의 경우 제시문이 4개이므로 제시문당 150자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결론까지 합쳐서 700~800자의 분량,3개의 문단 정도로 계산된다.

다만,연필로 써도 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다른 대학의 경우와 달리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성균관대 논술은 수시 2차에서 실시되며,수능 직후 실시되는 논술시험을 통해 1248명의 합격생을 가리게 된다.

우선선발이 50%를 가져가기 때문에 인문계의 경우 언수 외 합이 4등급 이내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일반선발은 언수 외 합이 6등급이므로 여유가 있지만,이 경우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명백히 강조하자면,사실상 수시 2차(2-2)의 경우,우선선발에 들지 못하면 합격의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균관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우선선발에 들 수 있는 수능성적을 갖추어 놓은 후,수능시험 이후에 성균관대 논술에 '올인'하기를 권장한다.

기실,성균관대 논술은 정해진 틀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상당히 용이할 뿐더러,앞서 언급했듯이 '정해진 답안'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창의형 답안'을 요구하는 대학들보다 부담이 덜하다.

또한 똑같이 '정해진 답안'을 요구하는 고려대에 비해 제시문의 난이도가 낮고 길이가 짧아 준비에 어려움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성균관대에서 출제자료로 제시하는 표나 그래프 역시 고교생의 지적 수준이라면 능히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본질적인 진입장벽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음의 예시문제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올해 역시 성균관대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문제를 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1번 문제에 딸린 제시문 4개와 1번 문제를 검토해 보자.

[문제 1] <제시문 1>에서 <제시문 4>까지는 사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개체들이 맺는 관계에 관한 글들이다. 이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제시문 1>

오늘날 협력이란 미덕이 과거 '복종'이 점해왔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민주주의의 영향이 크다.

옛날에 교사들은 흔히 아이가 불복종한다고 말했지만 요즘의 교사들은 아이가 '비협조적'이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같은 얘기다.

아이는 선생님이 바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

옛날의 교사는 권위적 정부처럼 행동하는 것이고,요즘의 교사는 '국민의 대표' 즉 그 아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의 대표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다수결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시대에는 고분고분함,무비판적 수용,패거리 본능,인습 등이 존중되고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독창성과 주도력,비범한 사고는 저지당한다. 가치있는 일을 이루어낸 성인들이 '협조적인' 아이였던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그들은 고독을 즐겼다.

야만적인 동시대인들의 주목을 벗어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예술가나 작가,과학자로서 명성을 떨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는 학교 친구들의 조소와 경멸의 대상이었고,교사들도 패거리를 편드는 경우가 많았다.

조그만 아이가 남다르게 구는 것이 아마도 불쾌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사는 것은 옳다.

그러나 공동체를 위해 산다는 것이 공동체가 하자는 대로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당신이 불이 난 극장에 있다고 해보자.

사람들이 아귀다툼하며 우르르 몰려 나갈 것이다.

이때 이른 바 '협력'보다 더 차원이 높은 도덕성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그 아귀다툼에 가세할 것이다.

무리에 반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내적인 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시문 2>

아래는 교사였던 한 시인이 핀란드에 가서 직접 그 나라의 학교 교육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와 감회를 적은 시의 일부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와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 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아주 잘했어,아주 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 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멘토'(mentor):경험 없는 사람에게 장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주는 유경험자.

문제 해결에 적합한 사회적 관계는 '경쟁'인가 '협력'인가

<제시문 3>

경쟁은 이기적이고 자기 본위적이라는 비난이 있다.

경쟁의 목적이 무엇이든 (부,권력,명성,혁신을 불문하고) 모든 경쟁의 바탕에는 이기적인 동기가 존재한다.

시장경쟁의 다른 측면에 행해져야 할 비난도 경쟁 동기에 대한 비난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관계 속에서 이기심을 충족하려면 예사롭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헤겔은 그 과정을 도야의 과정(the process of education)이라고 불렀다. 경쟁은 개인에 있어서는 자발성,자율,자기실현과 발전을 위한 노력의 발로이며,사회로서는 활력의 원천이고 합리적 조직의 기초다.

경쟁은 자애심이라고 하는 인간 본성에 불을 붙여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

경쟁은 또 자유의지와 결합해 사회에 활력과 효율을 보장하고 인습,나태와 방종을 억제하며 진보와 혁신을 고취시킨다.

경쟁은 흔히 목적론적으로 이해되어,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단순한 조건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쟁을 작동시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경쟁의 바탕인 진취,향상,근면,사려 등 자애심의 덕목은 본질적으로 선이다.

경쟁이 자유를 기초로 해서 이들 덕목을 얼마나 배양하고 육성하는가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핵심적인 문제다.

이를 경쟁의 미덕(virtues of competition)으로 부른다.

<제시문 4>

자연선택을 경쟁을 통한 성공과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문화적 편견에 가깝다.

성공을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 목표는 상호부조와 공생을 포함하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이것을 우리는 '협력'이라고 부른다.

자연선택은 경쟁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을 꺼린다.

생존을 위해 일반적으로 각 개체들이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하기를 요구하여,여기엔 같은 종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과의 협력도 포함된다.

이것이 진실이다.

또한 자연선택이 진화의 엔진이라면 대다수의 동물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 인간 또한 그렇다.

투쟁도 가끔 발생하기는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투쟁은 오히려 자연선택을 반대로 작용하게끔 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재생산에 유리한 것은 대부분 평화적인 과정이며 여기에서 투쟁은 실로 부적절하다.

평화적인 과정에는 생태 환경을 자연의 균형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며,이용할 수 있는 식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미성숙한 개체들을 보호하며,재생산을 방해하는 집단 내부의 불화(투쟁)를 억제하고,또한 경쟁의 대상이 아니거나 다른 이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사용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 비교하기 문제에 관하여

여러 개의 제시문을 특정한 주제에 따라 비교하는 문제는 연세대 논술을 필두로 하여 성균관대와 한국외대를 비롯해 다수의 대학들이 1번 문제로 즐겨내는 문제이다.

흔히,이른 바 '비교문제의 최정상'이라고 불리는 연세대 1번 문제의 경우,비교의 범주를 찾아서 세분화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논술을 제대로 배워보지 않은 학생들은 출제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성균관대 논술의 1번 문제는 연세대 논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주어진 4개의 제시문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나눈 후,각 입장에 속하는 제시문들의 내용을 적절히 요약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논술에서 1번 문제를 공략할 때는 △제시문 4개를 정확히 2개씩 상반되는 입장으로 묶어내야 한다는 점과 △제시문의 난이도는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즉 4개의 제시문을 두 쌍으로 엮는 작업에서 오류를 범한다면 성균관대와 이별을 고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제시문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쉬운 주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모든 수시 논술이 그러하듯 성균관대 논술의 1번 문제 역시 일종의 통과의례로,1번 문제를 적절히 풀어내지 못한 학생들의 답안지는 결코 합격의 메신저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문제 풀이

문제가 말해주듯이 모든 제시문들은 '사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개체들이 맺는 관계'에 관하여 논하는 글들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의 첫 번째 과제는 각 제시문들이 과연 어떤 '관계'를 논하고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듯이 <제시문 1>과 <제시문 3>은 '경쟁'을,<제시문 2>와 <제시문 4>는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1번의 답안을 쓸 때 머리말에서부터 이와 같은 내용을 명백히 밝혀주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제시문 1>과 <제시문 3>이 문제해결에 적합한 사회적 관계로 '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제시문 2>와 <제시문 4>는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식으로 서술을 시작해야만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두 쌍의 제시문 묶음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요약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해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중요사항을 강조해두자면,제시문을 요약할 때는 두괄식 문단을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요약의 생명은 제시문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핵심 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문의 핵심 주제를 파악한 학생이라면 요약을 제시할 때 핵심 주제부터 명백히 제시한 후 그에 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문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며,이와 같은 답안을 읽는 채점관들은 답안에 최고 점수를 매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해제로 들어가 보자.먼저 '경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제시문 1>과 <제시문 3>은 각각 경쟁을 협력과 대립시켜 서술하는 한편(제시문 1),경쟁의 동기 및 효과를 상술하고 있다(제시문 3).우선 <제시문 1>은 경쟁의 미덕을 드러내기에 앞서 협력을 복종과 동일시하면서 협력의 역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협력이란 개인의 특수하고 창조적인 재능이 발현되는 것을 막는 억압기제이기 때문에,예로부터 훌륭한 인물들은 모두 협력의 이념 아래서 희생당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경쟁뿐이다.

다음으로 <제시문 3>은 경쟁의 동기를 자애심으로 정의하면서 단순한 이기심과 구분하고 있다.

인간의 자애심 자체는 본질적으로 선한 의지이며,오로지 이와 같은 자애심만이 인류 문명을 진보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제시문 3>은 경쟁의 성격을 개인과 사회로 나누어 파악한다.

즉,경쟁이 개인의 내면에서는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 되는 한편,사회 전체에서는 조직을 합리화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협력'의 미덕을 강조하는 <제시문 2>와 <제시문 4>는 각각 인간사회의 교육과 자연상태에서의 자연선택 과정을 논의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선 <제시문 2>는 핀란드의 교육실태에 대한 감상을 전하면서,학생들 간의 상호 협력과 멘토링이 경쟁 기반의 교육보다 질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주장한다.

경쟁이 낙오자를 수반하는 것과 달리 협력은 낙오자를 방지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한편 <제시문 4>는 자연상태에서의 협력을 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선택설은 경쟁과 투쟁에 기반한 생존원리라 알려져 있지만,<제시문 4>는 자연선택이 공생과 상호부조라는 협력의 원리에 기반하여 발생함을 입증해낸다.

곧,자연선택은 같은 종 및 다른 종 간의 협력을 유도하여 자연의 자원들이 골고루 균형있게 소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량자원이 모든 종의 생물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되도록 하는 역할도 수행함으로써 자연 전체의 균형이 유지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이상과 같이 4개의 제시문을 적절하게 분류한 후,각 제시문의 요지를 두괄식 문단구조에 따라 요약한다면 성균관대 논술의 1차 관문은 일단 넘어선 셈이다.

그렇다면,다음 시간에는 성균관대 합격을 위한 나머지 관문을 넘어보자.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남은 단추를 잘못 꿸 위험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이상경 S · 논술 선임연구원 sga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