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개체수 줄지 않는 범위내에서 허용하는 게 현실적"

반 "고래잡이 합법화하면 마구잡이 포획 막을수 없어"

상업적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 것은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결정으로 1986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지됐다.

남획으로 인한 멸종 위기를 맞은 고래들의 개체 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이후 상당한 세월이 지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래의 개체 수는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다시 상업용으로 고래잡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래잡이가 금지된 뒤에도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들은 연구 조사를 명목으로 고래를 잡아왔다.

또 잡은 고래는 자국 내에서 식용으로 유통시키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며 특히 일본의 고래잡이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호주는 최근 일본의 고래잡이가 사실상 상업용이라며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고래잡이는 금지돼 있지만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린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포경 허용 여부를 검토해 왔으나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적 비난을 우려한 외교통상부의 반대로 논의는 다시 주춤해진 상태다.

문제는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인 사이 고래고기 수요는 늘고 있고 불법 포획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예 일부에서는 고래잡이를 다시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포경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포경 찬성 측, "허용은 하되 일정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

어민들 사이에서는 고래잡이를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어민단체인 포항양조망협회 김동주 사무국장은 "돌고래 한 마리가 하루에 청어 · 오징어 등을 5~10㎏씩 먹어치우기 때문에 어획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돌고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포경 재개에 찬성하는 측은 형식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불법 포획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지는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허용은 하되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불법으로 고래를 잡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경에 적발된 불법 포획은 2007년 12건이었고 지난해도 8건이나 됐다.

올 들어서도 울산 · 포항에서 8건이 적발됐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밍크고래 120마리를 불법으로 잡아 온 강모씨 등 8명이 지난 17일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밍크고래를 배 위에서 직접 해체한 뒤 소형 모터보트를 이용해 항구로 운반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범위에서 고래 잡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어민들의 어업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불법 포획을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 반대 측, "남획을 막기 어려워 급격한 감소 우려된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고래잡이 금지는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가 불법 포획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시 포경을 공식 허용할 경우 포획량을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며 금지된 지금도 불법 포획이 성행하는데 일단 포경 자체가 합법화되면 남획을 막을 길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지게 되며 결국 다시 개체 수가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래의 포식성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드는 어민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울산 포항 등 고래가 많이 출현하는 도시에서는 고래잡이보다 고래 생태관광 등으로 수입원을 전환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래가 많아지고 고래 생태관광이 수입원으로 자리잡으면 고래도 보존하고 어민들의 수입도 올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2009년도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67.9%가 포경 허용에 반대했으며 72.8%가 '일본이 상업포경 허용을 주장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고래 보호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고래 보호를 원하는 다수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포경 허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굳이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고기를 먹는 습관을 우리의 문화라며 이를 이어갈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 정확한 실사 후 정부가 확실한 입장 정리해야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초 수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포경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괜한 논란거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외교통상부의 반대로 일단 이를 철회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아직까지 국제행사 눈치나 보며 이런 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으로 고래잡이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더욱 불법 포획에 가담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포경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 고래 개체 수나 행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또 피해 어민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고래의 물고기 포식량 등에 대한 정밀한 조사도 병행하고 포경 허용과 관련, 고래 관광산업 육성의 장단기적인 장단점을 철저하게 비교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인력이 3명밖에 안 되는 고래연구소로서는 어렵고 관련 조사 및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등 열악한 국내 고래 연구 환경부터 개선할 필요가 크다.


용어풀이

◆IWC(국제포경위원회)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의 약자.

무분별한 고래 남획을 규제하기 위해 1946년 만들어졌다.

당초는 전면적인 포경 금지가 아니라 적절하게 고래 수를 관리하며 고래잡이를 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으나 고래 수가 워낙 급격하게 줄어들자 1986년부터 전면적으로 고래잡이를 금지시켰다.

관리 대상은 전체 고래 80여종 중 밍크고래 흰수염고래 향유고래 등 13종이다.

-------------------------------------------------------------

☞ 연합뉴스 6월 14일자 보도 기사

한반도 주변 5개국에 밍크고래 1만6000마리(추정치)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석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연구관은 이 내용이 담긴 자료를 모로코의 아가디르에서 열리는 제62차 국제포경위원회(IWC) 과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제포경위원회는 6일부터 25일까지 열리며 6일부터 14일까지 과학위원회, 15일부터 20일까지 사전회의, 21일부터 25일까지 총회가 각각 진행된다.

최 연구관은 "남북한의 동 · 서해를 비롯해 일본 서쪽, 중국 동쪽, 일본 홋카이도에 인접한 러시아 해역 등 한국 주변 5개국 해역에서 현재 서식하는 밍크고래는 총 1만6000마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IWC 과학위에 보고된 같은 해역에서 서식하는 밍크고래의 총 개체 수 1만5000마리보다 1년 사이에 1000마리 정도 늘어난 것이다.

최 연구관은 이어 "올해 보고된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고래잡이가 중단된 1986년의 비공식 집계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체군의 문제는 올해 9월과 12월 과학위원회 연구원 모임을 통해 추가로 논의될 것"이라며 "논란이 된 상업포경의 허용 등 여러가지 상황 변화에 대비해 한국은 IWC에서 한반도 주변의 밍크고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