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현상도 이해도 인식의 틀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호에는 오늘 풀 문제의 기본 전제가 제시문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제시문의 내용은 간략히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지배한다던 거대이론은 무너졌다. 이제는 절대적 담론이 아닌 다원주의적 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2)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으로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개인'이라는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인간 행위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3) 인체모형이 인간의 몸을 이해하기 편하도록 돕듯,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4) 사회문화 현상은 단 하나의 학문이나 이론이 아닌,다양하고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분석되어야 한다. (하나의 사회갈등도 경제학적/사회학적 접근 필요)
이를 정리하면,<거대이론><보편성>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2)와 (3),<상대성><다원주의>로 연결되는 (1)과 (4)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2>
아래 자료는 <문제 1>의 제시문들의 두 입장을 각각 대변한다.
아래 자료 중 하나를 활용해서,<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택하여 그 입장에서 다른 입장을 비판하시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Coase)는 “어떠한 사물이 보다 높은 (상대)가격을 가질 때 수요량은 감소한다고 하는 지식, 즉 수요법칙은 매우 광범위한 인간행동과 사회·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다”라고 강조하였다.
⊙ 2번 문제 해설
2번 문제는 이러한 대립쌍 중에서 하나의 입장을 택하여 다른 쪽을 비판하는 문제이다.
흔히 <찬반형 논쟁 문제>라고 불리는 이런 부류의 문제는 그동안 자주 출제되진 않았다.
혹은 여전히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에서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찬반 논쟁이나 창의적 비판 문제의 경우 제한된 분량에서 학생 간 실력을 변별할 수 있는 요소가 극히 적을 뿐더러,채점 또한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미 제시된 제시문의 입장을 선택하고,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은 지나치게 평이한 답안이 예상되는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제시문의 소재 자체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400~500자 내외의 분량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찬가지로,이런 문제의 경우,모든 사람들이 제시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팩트(fact) 혹은 사실명제만을 반복하여 서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자신만의 창의적 근거나 예시로서 가치평가를 도출해낼 경우 분명 인상적인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판이라고 하여 일방적인 매도나 비난이 아닌,자신의 의견이 갖고 있는 단점마저 흡수한 채 궁극적인 대안으로서의 비판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답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2)와 (3)의 내용,즉 보편적인 담론을 구성하기를 요청하는 내용은 <자료2>와 연결된다.
간혹 이런 그래프가 나오면 그래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학생들이 있곤 한데,사실 이 그래프만 가지고 특별한 내연을 뽑아내는 일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내용은 제시문이 보증을 해야 할 뿐더러,지금 같은 경우 자료에 딸린 짧은 설명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제시문 (1)과 (4)의 내용,즉 다원주의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자료1>과 연결된다. 굳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설명만으로 이해되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제 하나의 입장을 택하여 상대방을 비판해야 한다.
그 내용은 제시문에 기반을 둔 채로,창의적인 근거와 예시로서 부연을 더 하면 된다.
가볍게 예를 들어 본다면 각 입장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 모두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
-보편담론측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세계가 구성된다면,하나의 사실이나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주관적 견해만 난무하게 된다.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내야 할 경우 논의는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차이나,현재와 미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짐에 따라 시대적 진보나 도태(淘汰)에 대한 판단 또한 보류될 것이다. "
-다원주의측
① "하나의 이론이 모든 것에 적용된다는 것은 이상(理想)에 가깝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왜곡되거나 무시되어야 하는 현실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제학 모델의 경우 모든 것을 계량화,수량화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 측정이 불가능한 행복이나 도덕, 환경의 문제를 간과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 (3번 문제를 고려했다면 이 답안이 매우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② "보편담론을 구성할 경우 이에 속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이론이나 현실, 혹은 개인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보편담론만이 하나의 정답이 되고,그렇지 못한 것들이 비정상(非正常)으로 분류될 경우 차별과 소외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도 이러한 담론은 전체주의적 구상을 가능하게 하고 중세시대나 2차 세계대전에서 보이듯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억압의 기제를 형성하기도 한다. "
<문제 3>
아래 그림들이 결합해서 보여주는 현상을 설명하시오.
단,<문제 1>의 두 입장 중에서 이 현상을 보다 적절히 설명하는 입장에 근거하시오.
⊙ 3번 문제 해설
<그림1>에 따르면 1인당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정비례하면서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량을 넘어서게 되면 소득 수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완만하게 상승한다(기울기 감소).
이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 한하여 만족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그림2>에 따르면 1인당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송 건수는 점점 더 늘어난다 (기울기 상승).
즉,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그에 따라 소송이 더 남발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소득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소득이 일정한 중간 수준(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에 있을 때 소송도 그리 많지 않고,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말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빌려야 하는 이론은 보편담론일까? 다원주의일까?
당연히 다원주의다.
가령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며,이와 같은 판단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소득이 늘었으니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과 같은 주관적 요소는 소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소득이 재화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불러와 소송 건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매우 의미심장한 이유는 작년 성균관대 모의고사 문제의 주제 역시 <행복과 돈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문제의 주제를 그대로 실전 수시에 내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모의고사를 충실히 푼 '모범적 논술꿈나무들'에게 매우 반가운 문제였다는 것이 틀림없다.
<문제 4>
<제시문 4>의 관점에서,아래에 제시된 문제상황의 원인 및 해결방안을 설명하시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생물학자 하딘(Hardin)이 제기한 사회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목초지는 마을의 농부들이 각자 점점 더 많은 양(羊)을 키우려고 함으로써 결국에는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 4번 문제 해설
제시된 문제상황은 이제는 널리 알려진 배경지식 중 하나인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마저 학생들이 달달 외우고 있는 실정이니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다만 학생들의 흥미를 위해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이 이론의 주창자인 게릿 하딘이 2003년 9월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알아보자.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길 것이다)
수리논술을 대비하여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공유지의 비극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몫(손해)은 1/n이지만,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온전히 1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n이 1인 경우,즉 자신의 방과 같은 사유지인 경우 훼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지만,n이 1보다 클 경우 훼손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이익(1>1/n)이 되므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합리적인 선택이 모두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대립적인 의미로 듀엣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자,이제 그럼 제시문 (4)가 요구하는 대로 이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즉, ①경제학적으로 ②사회학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미 제시문에는 그것에 대한 힌트를 충실히 주고 있다.
<개인들 간에 자원의 희소성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과 자원배분의 문제로서 접근하면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표현이라든지,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에 근거한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전략을 의미하는 시민사회적 해법 내지는 참여자치적 해법을 통해 사회질서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표현이 그렇다.
이 표현을 곧이곧대로 베끼는 것은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수준 낮은 응시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자신의 표현으로 리터칭하거나,새로운 예시나 대안을 추가하도록 하자.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
지난 호에는 오늘 풀 문제의 기본 전제가 제시문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제시문의 내용은 간략히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지배한다던 거대이론은 무너졌다. 이제는 절대적 담론이 아닌 다원주의적 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2)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으로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개인'이라는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인간 행위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3) 인체모형이 인간의 몸을 이해하기 편하도록 돕듯,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4) 사회문화 현상은 단 하나의 학문이나 이론이 아닌,다양하고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분석되어야 한다. (하나의 사회갈등도 경제학적/사회학적 접근 필요)
이를 정리하면,<거대이론><보편성>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2)와 (3),<상대성><다원주의>로 연결되는 (1)과 (4)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2>
아래 자료는 <문제 1>의 제시문들의 두 입장을 각각 대변한다.
아래 자료 중 하나를 활용해서,<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택하여 그 입장에서 다른 입장을 비판하시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Coase)는 “어떠한 사물이 보다 높은 (상대)가격을 가질 때 수요량은 감소한다고 하는 지식, 즉 수요법칙은 매우 광범위한 인간행동과 사회·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다”라고 강조하였다.
⊙ 2번 문제 해설
2번 문제는 이러한 대립쌍 중에서 하나의 입장을 택하여 다른 쪽을 비판하는 문제이다.
흔히 <찬반형 논쟁 문제>라고 불리는 이런 부류의 문제는 그동안 자주 출제되진 않았다.
혹은 여전히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에서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찬반 논쟁이나 창의적 비판 문제의 경우 제한된 분량에서 학생 간 실력을 변별할 수 있는 요소가 극히 적을 뿐더러,채점 또한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미 제시된 제시문의 입장을 선택하고,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은 지나치게 평이한 답안이 예상되는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제시문의 소재 자체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400~500자 내외의 분량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찬가지로,이런 문제의 경우,모든 사람들이 제시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팩트(fact) 혹은 사실명제만을 반복하여 서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자신만의 창의적 근거나 예시로서 가치평가를 도출해낼 경우 분명 인상적인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판이라고 하여 일방적인 매도나 비난이 아닌,자신의 의견이 갖고 있는 단점마저 흡수한 채 궁극적인 대안으로서의 비판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답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2)와 (3)의 내용,즉 보편적인 담론을 구성하기를 요청하는 내용은 <자료2>와 연결된다.
간혹 이런 그래프가 나오면 그래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학생들이 있곤 한데,사실 이 그래프만 가지고 특별한 내연을 뽑아내는 일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내용은 제시문이 보증을 해야 할 뿐더러,지금 같은 경우 자료에 딸린 짧은 설명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제시문 (1)과 (4)의 내용,즉 다원주의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자료1>과 연결된다. 굳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설명만으로 이해되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제 하나의 입장을 택하여 상대방을 비판해야 한다.
그 내용은 제시문에 기반을 둔 채로,창의적인 근거와 예시로서 부연을 더 하면 된다.
가볍게 예를 들어 본다면 각 입장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 모두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
-보편담론측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세계가 구성된다면,하나의 사실이나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주관적 견해만 난무하게 된다.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내야 할 경우 논의는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차이나,현재와 미래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짐에 따라 시대적 진보나 도태(淘汰)에 대한 판단 또한 보류될 것이다. "
-다원주의측
① "하나의 이론이 모든 것에 적용된다는 것은 이상(理想)에 가깝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왜곡되거나 무시되어야 하는 현실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경제학 모델의 경우 모든 것을 계량화,수량화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 측정이 불가능한 행복이나 도덕, 환경의 문제를 간과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 (3번 문제를 고려했다면 이 답안이 매우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② "보편담론을 구성할 경우 이에 속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이론이나 현실, 혹은 개인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보편담론만이 하나의 정답이 되고,그렇지 못한 것들이 비정상(非正常)으로 분류될 경우 차별과 소외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도 이러한 담론은 전체주의적 구상을 가능하게 하고 중세시대나 2차 세계대전에서 보이듯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억압의 기제를 형성하기도 한다. "
<문제 3>
아래 그림들이 결합해서 보여주는 현상을 설명하시오.
단,<문제 1>의 두 입장 중에서 이 현상을 보다 적절히 설명하는 입장에 근거하시오.
⊙ 3번 문제 해설
<그림1>에 따르면 1인당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정비례하면서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량을 넘어서게 되면 소득 수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완만하게 상승한다(기울기 감소).
이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에 한하여 만족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그림2>에 따르면 1인당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송 건수는 점점 더 늘어난다 (기울기 상승).
즉,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그에 따라 소송이 더 남발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소득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소득이 일정한 중간 수준(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에 있을 때 소송도 그리 많지 않고,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가장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말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빌려야 하는 이론은 보편담론일까? 다원주의일까?
당연히 다원주의다.
가령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며,이와 같은 판단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소득이 늘었으니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과 같은 주관적 요소는 소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소득이 재화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불러와 소송 건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매우 의미심장한 이유는 작년 성균관대 모의고사 문제의 주제 역시 <행복과 돈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문제의 주제를 그대로 실전 수시에 내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모의고사를 충실히 푼 '모범적 논술꿈나무들'에게 매우 반가운 문제였다는 것이 틀림없다.
<문제 4>
<제시문 4>의 관점에서,아래에 제시된 문제상황의 원인 및 해결방안을 설명하시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생물학자 하딘(Hardin)이 제기한 사회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목초지는 마을의 농부들이 각자 점점 더 많은 양(羊)을 키우려고 함으로써 결국에는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 4번 문제 해설
제시된 문제상황은 이제는 널리 알려진 배경지식 중 하나인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마저 학생들이 달달 외우고 있는 실정이니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다만 학생들의 흥미를 위해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이 이론의 주창자인 게릿 하딘이 2003년 9월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알아보자.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길 것이다)
수리논술을 대비하여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공유지의 비극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몫(손해)은 1/n이지만,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온전히 1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n이 1인 경우,즉 자신의 방과 같은 사유지인 경우 훼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지만,n이 1보다 클 경우 훼손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이익(1>1/n)이 되므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합리적인 선택이 모두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대립적인 의미로 듀엣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자,이제 그럼 제시문 (4)가 요구하는 대로 이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즉, ①경제학적으로 ②사회학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미 제시문에는 그것에 대한 힌트를 충실히 주고 있다.
<개인들 간에 자원의 희소성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과 자원배분의 문제로서 접근하면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표현이라든지,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에 근거한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전략을 의미하는 시민사회적 해법 내지는 참여자치적 해법을 통해 사회질서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표현이 그렇다.
이 표현을 곧이곧대로 베끼는 것은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수준 낮은 응시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자신의 표현으로 리터칭하거나,새로운 예시나 대안을 추가하도록 하자.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