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논술은 수험생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쓰라는 내용을 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인하대 논술은 이러한 논술 지침의 모범 사례 중 하나이다.
시간,글자 수,독해 능력,전반적인 논제 요구의 난이도(충족시켜야 할 까다로운 조건)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인하대 논술은 유사 대학군 가운데 '동급 최강'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만하다.
수시에서 논술 100% 전형으로 인해 여러 수험생의 수시 필수 체크 리스트에 올라있는 대학이기도 하다.
2010학년도 수시 논제는 비교나 요약 등의 전통적인 논술 빈출 유형의 논제에서 최근 수년간 인문 논술의 추세인 통계자료 등을 활용한 논제가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비해 2개 논제가 줄어들어 150분에 걸쳐 3문항 3개 논제를 2000자가량 작성해야 했다.
표나 도표 등 자료 해석은 인문계 학생들이 너도 나도 기피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보기만 해도 '울렁증'이 생기는 학생들이 꽤 많을 것이다.
2010학년도 인하대 제시 자료는 지레 겁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난이도가 높지 않다.
단지,그 자료를 논제 요구에 알맞게 구성해 내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다.
문제는 쉽고 답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와 그래프 이외의 전반적인 제시문과 논제 자체는 난이도가 높지 않다.
2010 수시 기출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시민윤리> <인간사회와 윤리> 교과서에서 발췌한 평이한 지문이 많고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관점에서 중간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된다.
관건이 되는 것은 이러한 제시문과 자료들을 어떻게 보기 좋게 요리해 내느냐의 문제이다.
인하대에서 요구하는 요리 능력은 나름 혹독한 양파 썰기를 거쳐야 가능할 듯하다.
자 이제 논제 감상 시간이 되었다.
우선 <문항1>부터 살펴보며 실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
<문항 1> ※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도서관은 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도서관은 책을 읽는 척하는 곳이 아니라 정말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도서관에서는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으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도서관 사서는 무엇을 읽어라,어떤 순서로 읽어라 말하지 않으며,내가 스스로 정한 독서량이나 진도에 대해 교육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어떤 식의 개입도 하지 않는다.
사서는 무엇에 관한 것이든 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도록 허용한다.
도서관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만 도움을 주지,도서관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은 나에게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라고 제약을 가하거나 명령을 하지도 않는다.
도서관은 학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려서 책읽기를 중단하라고 종용하지도 않으며,나의 부모에게 도서관에서의 내 행동에 대해 보고서를 보내지도 않는다.
도서관에는 학습용 교과서가 아니라 진짜 책이 있다.
그 책들은 학교 교과서처럼 여러 사람들의 공저가 아니며,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내용인지에 대해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각 저자들의 자발적인 흥미와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쓴 것이지 이미 누군가가 정해놓은 교과과정에 맞춰 쓴 것이 아니다.
진정한 책은 인간이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지만 교과서는 타율적으로 지식 습득을 훈련시킬 뿐이다.
사실 도서관이 이토록 멋진 곳이기에 나는 왜 우리가 도서관을 학교처럼 의무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나 핀란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읽기,수학,과학,문제해결능력 등의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성적을 올림으로써 바야흐로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각국의 수많은 교육 시찰단과 수업 참관자들이 핀란드 교육의 놀라운 힘을 알아보기 위해 줄을 지어 핀란드를 방문하였다.
참관자들의 대부분은 핀란드의 교육 현장을 찾을 때마다 시험을 위한 특별반이나 성적 향상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대했지만,그러한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16세까지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을 비교하는 시험이나 경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핀란드는 1985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력별 반 편성을 전면 중단하였다.
이는 학생들 간의 경쟁에 토대를 둔 우열반 편성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특별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며,그렇다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에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핀란드 식 교육정책은 참된 교육이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학생들 간의 사회적 상호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단체 활동이라는 교육이념에서 비롯되었다.
훌륭한 교육이란 학생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며 배워 나가는 사회적 활동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고,이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 대부분의 수업 방식은 그룹별 학습으로 구성된다.
이때 학습의 질은 당연히 그룹 구성원 간의 긴밀한 상호협동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
다 세상의 빛은 여러 가지인데, 우리들은 왜 두 가지뿐입니까?
고등학교 <국어>(하)
라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자유가 허용되지 않거나 강조되지 않으면 인간의 지적 능력 발달과 그를 통한 도덕적 이상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까지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행동에 따르는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한,다른 사람에게서 일체의 물리적 · 도덕적 방해를 받지 않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필요하다.
또한 인간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아는 진리란 대부분 반쪽짜리 진리일 뿐이다.
인간이 진리의 모든 측면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때까지는,의견 일치라 할지라도 반대쪽 의견이 최대한 자유롭게 피력된 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함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개인의 의견 못지않게 행동 양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가 유익하듯이,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민 교육의 한 부분,다시 말해 시민들을 교육시키는 것,즉 자유인들에 대한 정치 교육의 실천적 부분이라고 할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가족 중심의 편협한 이해타산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공동의 이익에 대해 잘 알게 되고,공동의 관심사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일,곧 공공의 이익을 위해 또는 어느 정도 공공과 관계있는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이를 통해 서로를 고립시키기보다는 한데 묶을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을 습관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시문에 이어 주어진 논제를 보면,
[문제] 제시문 (라)에서 나타난 주장과 연관된 내용을 제시문 (가),(나),(다)에서 찾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글을 <조건>에 따라 작성하시오. (600±60자)
<조건>
1. 서론이나 도입 내용은 쓰지 말 것.
2. 3개의 문단으로 구성할 것.
3. 제시문에 나타난 내용만으로 쓰되,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지 말 것.
어떤가. '쓸'만한가. 주어진 조건까지 논제의 일부로서 고려할 때 논제 요구는 꽤 명확하다.
문제 1은 주어진 4개의 제시문 가운데 (라)의 주장과 연관된 내용을 다른 나머지 세 제시문에서 찾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란 주제의 글을 3가지 조건에 맞추어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간략하게 각 제시문의 요지를 파악해 보자.
제시문 (가)는 학교와 도서관을 교육적으로 비교하여 도서관에서의 학습이 보다 더 자유롭고,자율적이며,주체적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교육에서의 자발성,자율성,주체성을 강조하는 필자의 주장을 파악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핀란드가 교육 강국이 된 비결은 경쟁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 활동 또는 협업을 강조한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상호 활동,협업을 강조하는 핀란드의 교육 방법은 사회성을 강조한 것으로서 다양한 견해 가운데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민주적 시민의 기본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핀란드가 이룩한 성공적인 결과를 통해 이러한 교육이 실질적 효율성도 지닌 것임이 입증되었다.
제시문 (다)의 만화 텍스트는 실제 세상에 다양한 색이 존재함에도 빨강과 파랑 단 두 가지 생각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렵지 않게 다양한 사실과 견해가 인정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읽어낼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생각과 행동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사실,다양함을 인정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사실,공적인 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제 (라)에 나타난 주장은 이 세 가지 주장을 3개의 제시문 각각의 주장과 연결시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쓰면 해결된다. 물론,말이야 쉽다.
어떻게 써볼 것인가.
예를 들면,제시문 (라)의 주장 가운데 (1) '생각과 행동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제시문 (가)와 연결될 수 있다.
즉 '타율적인 학교 교육보다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도서관 방식의 교육이 바람직하다'와 연결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된 내용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제목 아래 쓸 수 있도록 내용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3가지 조건을 시험지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이 내용을 불필요한 서론은 생략하고 오직 본론만으로 3단락으로 구성하고 작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내용으로 볼 때,각 단락은 '자율성(자발성)' 또는 '주체성' '협동성(협력 정신,협업 등)' '다양성' 등이 키워드가 되어 글이 구성될 것이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 연구원 moke@hanmail.net
인하대 논술은 이러한 논술 지침의 모범 사례 중 하나이다.
시간,글자 수,독해 능력,전반적인 논제 요구의 난이도(충족시켜야 할 까다로운 조건)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인하대 논술은 유사 대학군 가운데 '동급 최강'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만하다.
수시에서 논술 100% 전형으로 인해 여러 수험생의 수시 필수 체크 리스트에 올라있는 대학이기도 하다.
2010학년도 수시 논제는 비교나 요약 등의 전통적인 논술 빈출 유형의 논제에서 최근 수년간 인문 논술의 추세인 통계자료 등을 활용한 논제가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비해 2개 논제가 줄어들어 150분에 걸쳐 3문항 3개 논제를 2000자가량 작성해야 했다.
표나 도표 등 자료 해석은 인문계 학생들이 너도 나도 기피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보기만 해도 '울렁증'이 생기는 학생들이 꽤 많을 것이다.
2010학년도 인하대 제시 자료는 지레 겁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난이도가 높지 않다.
단지,그 자료를 논제 요구에 알맞게 구성해 내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다.
문제는 쉽고 답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와 그래프 이외의 전반적인 제시문과 논제 자체는 난이도가 높지 않다.
2010 수시 기출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시민윤리> <인간사회와 윤리> 교과서에서 발췌한 평이한 지문이 많고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관점에서 중간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된다.
관건이 되는 것은 이러한 제시문과 자료들을 어떻게 보기 좋게 요리해 내느냐의 문제이다.
인하대에서 요구하는 요리 능력은 나름 혹독한 양파 썰기를 거쳐야 가능할 듯하다.
자 이제 논제 감상 시간이 되었다.
우선 <문항1>부터 살펴보며 실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
<문항 1> ※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도서관은 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도서관은 책을 읽는 척하는 곳이 아니라 정말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도서관에서는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으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도서관 사서는 무엇을 읽어라,어떤 순서로 읽어라 말하지 않으며,내가 스스로 정한 독서량이나 진도에 대해 교육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어떤 식의 개입도 하지 않는다.
사서는 무엇에 관한 것이든 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도록 허용한다.
도서관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만 도움을 주지,도서관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은 나에게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라고 제약을 가하거나 명령을 하지도 않는다.
도서관은 학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종을 울려서 책읽기를 중단하라고 종용하지도 않으며,나의 부모에게 도서관에서의 내 행동에 대해 보고서를 보내지도 않는다.
도서관에는 학습용 교과서가 아니라 진짜 책이 있다.
그 책들은 학교 교과서처럼 여러 사람들의 공저가 아니며,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내용인지에 대해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각 저자들의 자발적인 흥미와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쓴 것이지 이미 누군가가 정해놓은 교과과정에 맞춰 쓴 것이 아니다.
진정한 책은 인간이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지만 교과서는 타율적으로 지식 습득을 훈련시킬 뿐이다.
사실 도서관이 이토록 멋진 곳이기에 나는 왜 우리가 도서관을 학교처럼 의무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나 핀란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읽기,수학,과학,문제해결능력 등의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성적을 올림으로써 바야흐로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각국의 수많은 교육 시찰단과 수업 참관자들이 핀란드 교육의 놀라운 힘을 알아보기 위해 줄을 지어 핀란드를 방문하였다.
참관자들의 대부분은 핀란드의 교육 현장을 찾을 때마다 시험을 위한 특별반이나 성적 향상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대했지만,그러한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16세까지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을 비교하는 시험이나 경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핀란드는 1985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력별 반 편성을 전면 중단하였다.
이는 학생들 간의 경쟁에 토대를 둔 우열반 편성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특별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며,그렇다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분석에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핀란드 식 교육정책은 참된 교육이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학생들 간의 사회적 상호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단체 활동이라는 교육이념에서 비롯되었다.
훌륭한 교육이란 학생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며 배워 나가는 사회적 활동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고,이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학교 대부분의 수업 방식은 그룹별 학습으로 구성된다.
이때 학습의 질은 당연히 그룹 구성원 간의 긴밀한 상호협동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
다 세상의 빛은 여러 가지인데, 우리들은 왜 두 가지뿐입니까?
고등학교 <국어>(하)
라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자유가 허용되지 않거나 강조되지 않으면 인간의 지적 능력 발달과 그를 통한 도덕적 이상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까지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행동에 따르는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한,다른 사람에게서 일체의 물리적 · 도덕적 방해를 받지 않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필요하다.
또한 인간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아는 진리란 대부분 반쪽짜리 진리일 뿐이다.
인간이 진리의 모든 측면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때까지는,의견 일치라 할지라도 반대쪽 의견이 최대한 자유롭게 피력된 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함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개인의 의견 못지않게 행동 양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가 유익하듯이,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민 교육의 한 부분,다시 말해 시민들을 교육시키는 것,즉 자유인들에 대한 정치 교육의 실천적 부분이라고 할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가족 중심의 편협한 이해타산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공동의 이익에 대해 잘 알게 되고,공동의 관심사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일,곧 공공의 이익을 위해 또는 어느 정도 공공과 관계있는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이를 통해 서로를 고립시키기보다는 한데 묶을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을 습관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시문에 이어 주어진 논제를 보면,
[문제] 제시문 (라)에서 나타난 주장과 연관된 내용을 제시문 (가),(나),(다)에서 찾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글을 <조건>에 따라 작성하시오. (600±60자)
<조건>
1. 서론이나 도입 내용은 쓰지 말 것.
2. 3개의 문단으로 구성할 것.
3. 제시문에 나타난 내용만으로 쓰되,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지 말 것.
어떤가. '쓸'만한가. 주어진 조건까지 논제의 일부로서 고려할 때 논제 요구는 꽤 명확하다.
문제 1은 주어진 4개의 제시문 가운데 (라)의 주장과 연관된 내용을 다른 나머지 세 제시문에서 찾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란 주제의 글을 3가지 조건에 맞추어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간략하게 각 제시문의 요지를 파악해 보자.
제시문 (가)는 학교와 도서관을 교육적으로 비교하여 도서관에서의 학습이 보다 더 자유롭고,자율적이며,주체적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교육에서의 자발성,자율성,주체성을 강조하는 필자의 주장을 파악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핀란드가 교육 강국이 된 비결은 경쟁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 활동 또는 협업을 강조한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상호 활동,협업을 강조하는 핀란드의 교육 방법은 사회성을 강조한 것으로서 다양한 견해 가운데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민주적 시민의 기본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핀란드가 이룩한 성공적인 결과를 통해 이러한 교육이 실질적 효율성도 지닌 것임이 입증되었다.
제시문 (다)의 만화 텍스트는 실제 세상에 다양한 색이 존재함에도 빨강과 파랑 단 두 가지 생각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렵지 않게 다양한 사실과 견해가 인정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읽어낼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생각과 행동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사실,다양함을 인정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사실,공적인 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제 (라)에 나타난 주장은 이 세 가지 주장을 3개의 제시문 각각의 주장과 연결시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쓰면 해결된다. 물론,말이야 쉽다.
어떻게 써볼 것인가.
예를 들면,제시문 (라)의 주장 가운데 (1) '생각과 행동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제시문 (가)와 연결될 수 있다.
즉 '타율적인 학교 교육보다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도서관 방식의 교육이 바람직하다'와 연결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된 내용을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라는 제목 아래 쓸 수 있도록 내용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3가지 조건을 시험지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이 내용을 불필요한 서론은 생략하고 오직 본론만으로 3단락으로 구성하고 작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내용으로 볼 때,각 단락은 '자율성(자발성)' 또는 '주체성' '협동성(협력 정신,협업 등)' '다양성' 등이 키워드가 되어 글이 구성될 것이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 연구원 mok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