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IT 부문 지원해 경쟁력 키울 전담 조직 필요”

반 “규제 기관 다시 만들겠다는 얘기와 다름없어”

한국이 만들기만 하면 세계 최초,세계 최고가 됐던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이 몇 년 새 형편없이 추락하면서 IT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로 정보통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 풀린지 이미 2년이나 지난 뒤인 지난해 말에야 비로소 국내에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도입된데다 아이폰 도입 후 스마트폰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거의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소위 '아이폰 쇼크'를 또 다시 경험하지 않으려면 'IT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통부 부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게 약화된 IT 경쟁력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발표한 국가별 IT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2008년 8위에서 지난해 16위로 추락했다.

2007년과 2008년 세계 1위를 차지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지수도 지난해 2위,올해는 3위로 떨어졌다.

휴대폰, 반도체, LCD TV 수출대국이자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다며 스스로 IT 강국임을 자처해 온 우리나라로서는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통부 부활이 규제만 강화할 뿐 창의적인 환경 조성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통부 부활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 본다.

⊙ 찬성 측, "IT 부문 통합하는 강력한 정책 지원 필요"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IT 분야에서 뒤처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나라 정도의 규모나 발전단계에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이 계속 대기업으로서 혜택을 누리고,새로운 기업은 불이익을 받는 구조,시장이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구조인데다 산업지원 인프라도 허약하기 때문에 정통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IT 분야가 각 부처로 흡수되면서 우선 순위가 뒤처졌다"며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IT분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정통부를 해체하고 IT 정책기능을 4개 부처로 쪼갠 것에 대해 잘못된 조직개편이었다고 털어놨다.

최 위원장은 "정통부 기능을 방통위와 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로 나누면서 분야마다 마찰이 생기고 있다"며 "IT의 경우 정말 일으키기 어려운데 그런 헌신의 노력이 우리 대에 와서 잘못된,조금은 사려깊지 못한 부작용을 남긴 데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격이 다른 방송과 통신이 방통위라는 하나의 부처로 통합된 이후 방송과 통신의 융합효과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 반대 측, "규제기관을 다시 만들겠다는 얘기다"

정통부의 기능 일부를 떼어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옛 정통부와 같은 조직의 부활은 경제기획원 시절의 발상"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지금 IT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규제 기능을 가진 행정집단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정통부와 같은 기관이 있어서 구글이나 애플이 등장했느냐"며 "IT를 한 곳에 모은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의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초고속망과 같은 IT 인프라를 구축하던 단계에서나 정통부가 필요하지, IT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된 현재 상황에서는 정통부 부활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통부 부활이 IT산업 활성화의 핵심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부품을 사다가 조립해 파는 하드웨어 위주의 응용기술 중심 산업구조에서 원천기술이나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며 "이공계 홀대 문제 해결 등 정부가 앞장서서 IT 인프라를 두텁게 하고 그 위에 산업계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꼬집고 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역시 "선진국 어느 나라도 IT 주무 부처를 둔 곳이 없다"며 "총괄 부처를 만들면 규제만 강화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 부처 이기주의가 아닌 업계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이 문제는 현 정부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유를 무엇으로 보는가에서부터 견해가 갈린다.

정통부 부활을 찬성하는 쪽은 정통부 해체는 현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전 정부를 부정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부활을 반대하는 쪽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뤄진 옳바른 선택이었다고 맞선다.

이런 논란은 양측 모두 부처나 소속 공무원들의 이해 관계가 상당히 반영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통부 해체로 다른 부처 산하로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래도 부활을 선호할테고, 과거 정통부 조직을 인수한 부처로서는 정통부가 부활하면 조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당연히 이의 부활에 반대하는 것이다.

정통부 부활의 득실을 정확히 따지는 건 쉽지 않다.

집중적인 IT 산업 육성의 구심점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부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 어떤 경우도 이 문제는 부처 자체의 이해득실이 아닌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를 늘 염두에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EIU

영국의 시사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로 200여 국가별 경제 · 정치 전반에 대해 분석, 중장기 예측 및 각종 국가 거시경제 산업 지표를 제공하는 국제적 신뢰도가 매우 높은 기관. 전 세계 200여개국을 리서치 대상으로 하는 폭 넓은 커버리지를 자랑하며 각국을 대상으로 정치와 사회 환경 변화를 감안한 경제 · 산업 환경과 국가 정보에 대한 공식적 분석과 중장기적 예측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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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4월 22일자 A10면

"정보통신부 부활론은 개발연대식 발상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통부 부활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코스닥협회 등의 주최로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다.

이날 강연 주제는 '세계적 중견기업 육성전략'이었다.

하지만 최 장관은 '산업융합 촉진방안'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정통부 부활론에 대해 "과거 개발연대 때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다시 하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로 요즘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경쟁력 약화가 정통부 해체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미국에 정통부가 있어 구글이나 애플이 생긴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우리가 과거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하다가 시장의 힘이 커지니까 시장에 그 기능을 넘긴 것"이라며 "정통부도 이미 그 역할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통부가 필요했던 것은 한국이 초고속망과 같은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였기 때문이지만,IT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된 현재 상황에서 정통부를 부활하는 것은 다른 부처와 분란만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지금 IT 컨트롤타워(정통부)를 만드는 것은 강력한 규제 행정기관을 만들겠다는 뜻인데 그러면 공무원들이 권한을 놓겠느냐"며 "지금은 새로운 규제기관을 만들 게 아니라 정부 규제를 어떻게 완화해 시장기능을 촉진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