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중대한 군사 기밀 발가벗겨선 안돼”

반 “천안함 침몰사고 진상 은폐는 곤란”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명확한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내부폭발설, 암초 좌초설, 피로 파괴설, 북한 잠수함에 의한 어뢰공격설, 기뢰 폭발설 등 그야말로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천안함을 물 밖으로 인양하기 전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안함 인양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현지의 조류와 해상 일기 등 여러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언제 인양이 이뤄질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여러가지 추측성 언론 보도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 시중에도 각종 의혹과 소문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런 소문과 억측을 더욱 부풀게 만드는 것은 군 당국의 정보 통제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계속 주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군사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열상관측장비인 TOD의 사고 당시 영상공개를 꺼리다 나중에 극히 일부분만 편집해 공개한 것도 그렇고 침몰 직전 천안함의 교신 내용 역시 안보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잠수함을 인양하더라도 절단 부위를 공개할지에 대해 군 당국은 아직도 확답을 못하고 있다.

이런 군 당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안보상 불가피하다며 수긍하는 쪽이 있는 반면 숨기면 숨길 수록 의혹은 더 커지게 마련이라며 극히 예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군사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군 기밀 발가벗겨선 안돼"

국방연구원 한 관계자는 "최근 언론보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얼마든지 투명하게 해도 좋지만 우리 군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전파하는가 하는 것이 노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 후 언론보도와 국회 답변 등을 통해 북한 측이 천안함과 같은 우리의 1200t급 초계함에 몇명이 타는지,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을 속속들이 알게됐다"고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천안함의 사고 당시 항로가 평소보다 해안선 쪽으로 더 가까워진 것에 대해 언론이 왜 그랬는지 등을 물어서는 곤란하며 군 당국이 이에 대해 답변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도 한다.

예민한 군사 기밀인데 이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를 보도하면서 또 다른 군함인 독도함의 제원이 공개된다거나 서해상에서 활동하는 우리 초계함의 종류와 숫자가 공개되는 것과 같은 일은 정말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 장관이 국회 답변 과정에서 북한 측 잠수정의 동향을 우리 측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와 우리가 잠수함의 움직임을 탐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까지 시인하는 것은 첨예한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 반대 측, "사실 은폐는 곤란하다"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가 해군 창설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당시 천안함과 관련된 군의 자료가 소상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1200t급 천안함이 순식간에 동강 나 침몰한 전후 사정을 밝히려면 군 당국이 관련 자료를 감추기보다는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와 군사기밀도 중요하지만 안보의 최종 목적도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 만큼 수 많은 인명이 희생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차후 안보 강화에도 오히려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유족들이 이번 사고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라도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실종자 가족들은 군사기밀 부문을 삭제하고서라도 천안함 침몰 직전 교신록의 원본을 보여달라는 입장인 반면 군 당국은 교신록 자체가 군사기밀로 취급되고 있고 다른 군사작전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난번 서해대전 때는 군 당국이 교신록을 스스로 공개했는데 이번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이라는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유족에게만이라도 이를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 간의 적정한 접점 찾아야

국민의 알 권리가 무제한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 국가가 처한 특수 상황 등을 무시한 채 다른 나라와 동등한 권리를 마냥 주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안보 사항이나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언론공개 자료제공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엄격한 처벌을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첨예한 군사적 대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 만큼 아무리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사고 직후 구조상황이나 응급대처 등 부분에서 혹시라도 소홀하거나 미비했던 점이 있었다면 이는 재발 방지와 군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밝혀 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보 공개는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대신 북한 군의 동향이나 우리 군의 정황 등에 대한 정보는 필요 이상으로 공개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군 당국은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자꾸 감추려들고, 언론은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시 한번 차분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알 권리

국민 개개인이 정치적 · 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또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 알 권리를 헌법 조항이나 실정법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으며,또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국민 개개인이 정부나 거대자본을 상대로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사회가 민주화 · 정보화 사회라는 점에서 알 권리는 갈수록 정당성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언론 ·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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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4월 4일자 보도기사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군 당국의 자료 공개 수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200t급 천안함이 순식간에 동강 나 침몰한 전후 사정을 밝히려면 군 당국이 관련자료를 감추기보다는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민감한 대북첩보 사항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가 해군 창설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당시 천안함과 관련된 군의 자료가 소상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군도 이런 흐름에 부응해 뒤늦게 백령도 기지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침몰상황이 담긴 40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이를 편집한 1분20초 분량을 내놓았지만 침몰장면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이를 완전히 공개했다.

그러나 사고 전후로 침몰함과 2함대,인근 속초함과 주고 받은 교신록의 공개 여부는 논란의 핵심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군사기밀 부문을 삭제하고서라도 원본을 보여달라는 입장인 반면 군 당국은 교신록 자체가 군사기밀로 취급되고 있고 다른 군사작전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천안함 사고 이후 북한의 잠수함 기동 사실을 공개한 점을 정보수집 분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 ·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하루 2~3회씩 위성사진으로 촬영,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북한 잠수정 2척의 기동 사실까지 공개했다.

한 · 미가 북한의 잠수함 기지와 미사일 기지 등 주요 전략시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일이긴 하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당국자가 이런 내용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