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시험이 미시경제학 연습문제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문제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테샛은 경제이해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경제에 다양하고도 깊은 교양이 있는지도 평가한다.

인문학과 경제학의 통합적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테샛은 아래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킨다.

이 문제는 응시자 대부분이 정답을 맞힌다. 그러나 정답률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풀면서 응시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공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위 문제를 통한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의 효과가 이 문제를 출제한 진정한 이유다.

문제

다음과 같은 주장의 글을 쓴 조선의 학자는 누구인가?

재물이란 우물에 비유할 수 있다. 퍼내면 물이 가득해지지만 길어내기를 그만두면 물이 말라버리는 것과 같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에는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고 기술이 피폐해졌다.

이지러진 그릇을 사용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기교를 부려 만든 물건을 소중히 하지 않다보니 나라에는 공장과 목축과 도공의 기술이 형편없다.

결국 기술이 사라졌다.

농업도 농사짓는 방법이 형편없다보니 황폐해졌고 상업을 박대하므로 상업자체가 실종되었다.

사농공상 네 부류의 사람들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곤궁하게 살기 때문에 서로 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① 송시열

② 정도전

③ 이황

④ 이익

⑤ 박제가

해설

['테샛' 공부합시다] 사치도 옹호했던 박제가… 古典문제 꼭 나온다
17세기부터 간헐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실학적 지식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뛰어난 스승을 중심으로 하나의 학파를 형성해나갔다.

이들은 기존 조선의 유학자들이 내세운 성리학 절대주의만을 갖고서는 더 이상 국가를 지탱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피폐해진 조선의 민생을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학파로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성호 학파와 박지원 박제가 등을 중심으로 한 북학파로 구별된다.

성호학파는 농업에 기반을 두고 국가의 부를 꾀하자는 중농주의를 취한 반면 북학파는 과학기술과 상업에 바탕을 두고 민생을 살펴야 한다는 이용후생(利用厚生), 중상주의를 내걸었다.

'북학의'를 쓴 박제가(1750~1805)는 신분상의 차별이 엄격했던 시절에 서얼로 태어나 가난이 나라의 큰 적임을 깨닫고 가난을 물리치기 위한 각종 시책을 강구했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해외통상론자까지를 염두에 둔 상업의 활성화였다.

가난하면 상인으로 나서는 중국 사람들을 매우 현명하게 생각한 박제가는 그만큼 상행위 자체가 부를 창출하는 인간 행위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집에 돈 한 푼 없어 가난하면서도 상업을 천대하며 일하지 않고 체면치레에만 힘쓰는 조선 양반 사대부의 허세를 한탄했던 것이다.

그리고 생산기술과 도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박제가는 상인이 전체 인구의 10분의 3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검소하다는 것은 물건이 있어도 남용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물건이 없다 하여 스스로 단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비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학문을 하는 양반계층들은 도태시켜 버려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위의 글은 박제가의 북학의에 나오는 글로 소비와 경제의 중요성을 지적한 글이다.

정도전은 조선을 창건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유학자이며 이황과 송시열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리학자다.

성호 이익은 초기 실학자이지만 중농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학자였다.

정답 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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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세금의 경제학

민주국가도 세금을 강제로 거둘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세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세금을 싫어하는 사람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그것은 남자와 여자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과거의 전제군주가 자신의 향락과 권력 유지를 위해 신민들을 수탈하던 수단이 바로 세금이었다.

민생을 위한 지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씨암탉을 살려두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

민주국가가 들어서면서 세금의 용처는 국민적 필요를 충족하는 나랏일로 바뀌었지만 강제징수의 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것을 시장에서 구입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도록 이끈다.

나랏일도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보상할 용의가 있다.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듯이 각자 돈을 지불하고 '안전'이라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면 군대와 경찰의 나랏일을 잘 하려는 사람과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민주국가에서는 정부가 굳이 강제로 세금을 거두어 나랏일을 하려고 나설 필요가 없어진다.

국민 개개인이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각자 자발적으로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나랏일'이라는 상품을 구입해가면 된다.

이렇게 국민 각자가 나랏일에 대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합당한 가격을 '린달세금(Lindahl tax)'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이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내 돈 내고 산 빵은 아무나 먹을 수 없지만, 내 돈 내고 유지하는 군대와 경찰이 제공하는 안전이라는 공공재는 돈 한 푼 안 낸 사람들도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공짜로 편승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돼 있다.

공원 조성에 대한 개인별 린달세금은 각자가 평가하는 공원의 가치이다.

조성에 10억원이 드는 공원에 대한 개인별 린달세금을 모두 합치니 12억원이다.

당연히 이 공원을 조성해야 하겠지만 각자 편승의 기회만 엿보기 때문에 모금 결과는 8억원에 그친다.

10억원 드는 일을 8억원에 맡겠다고 나설 사람이 없다.

이처럼 나랏일을 시장에 맡기면 일이 되지 않으므로 민주국가에서도 정부가 강제로 세금을 징수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세금은 대단히 복잡하지만 대체로 돈을 벌 때 징수하는 소득세,소득을 지출해 소비할 때 부과하는 소비세,그리고 소득을 지출해 형성한 재산에 부과하는 재산세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소득세는 법인소득세와 개인소득세로 구성된다. 세율 10%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는 가장 중요한 소비세다. 재산세는 주로 부동산에 부과된다.

소득세와 소비세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징수하는 국세이고 재산세는 지방정부가 징수하는 지방세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7 대 23 정도이다.

국세 세입구조를 보면 2007년도에 개인소득세 24.1%,법인소득세 21.9%,그리고 부가가치세 25.4%로 이 세 항목이 전체 국세수입의 71.4%를 점유한다.

이 비율은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돼 오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