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 위배” KBS·MBC 반발 …방송사간 감정 싸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최대 승자는 SBS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빙상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순간들을 독점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8일 현재 한국은 사상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2개나 땄다.
당초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뜻밖의 낭보에 다른 경기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시청률도 솟구쳐 광고 수익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송계에서는 3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로 SBS가 최소 50억원 이상 순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회 중계권료는 30억원이지만 광고 수입은 1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MBC와 KBS에 밀렸던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게 SBS로서는 큰 수확이다.
그런데 SBS가 어떻게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게 됐을까? 또한 독점 중계를 둘러싸고 SBS가 KBS · MBC와 분쟁을 빚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주요 경기들은 SBS KBS MBC 등 지상파 3사가 똑같은 장면들을 되풀이 중계해 '전파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은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결성해 대표 회사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등과 협상해왔다.
경쟁 과열과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996년 KBS가 아시안컵축구 중계권 협상에서 약속을 파기한 후 최근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3사가 크고 작은 스포츠 경기를 단독 중계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는 2006년 단독 입찰서를 제출해 IOC로부터 이번 올림픽의 한국 내 단독 중계권을 따냈다.
이후 MBC와 KBS 측에 공동 중계 협상을 제안했지만 양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SBS 측은 순차 중계(방송사별로 다른 경기들을 중계)와 공동 제작 등을 제안했다.
경기의 중복 편성으로 외화와 전파 낭비가 심하다고 비판하니 다른 방식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KBS와 MBC 측은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자고 주장했다.
방송사별로 다른 경기를 중계할 경우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SBS 차지가 될 게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대치 국면은 올림픽 개막 10여일 전까지 지속됐다.
다급해진 KBS와 MBC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지만 무위로 끝났다. SBS 측의 절차 참여 거부로 방통위가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조차 못한 것이다.
SBS 측은 "그동안 양사의 협상 거부로 IOC 참가에 필요한 까다로운 절차들을 혼자 감당했는데 뒤늦게 공동 중계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KBS와 MBC는 올림픽은 국민의 90% 이상이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SBS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BS는 지상파만으로도 90% 이상 시청 가능 가구를 확보,'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킨다고 방송계에서는 봤다.
올림픽 개막 후에도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쇼트트랙에서 이정수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 '사건'을 KBS와 MBC가 30초 이내로 단신 보도한 것이다.
특히 KBS는 경기 동영상 대신 스틸 사진만 보도했다.
SBS가 무료로 제공하는 2분 분량의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KBS 측은 "동영상 화면에 'SBS 제공'이란 문구를 넣어 달라고 요구해서 자체 입수한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지상파 3사가 금메달 획득 장면을 거듭 비춰 '과잉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을 사안이었다.
KBS와 MBC가 국민적 관심사를 애써 축소 보도한 이유는 자명하다.
올림픽이 화제를 모을수록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고,이는 광고 수익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는 협상 결렬 후 아예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았다.
당초 12명,8명의 보도진을 파견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독점 중계권과 보도권을 가진 SBS가 3인씩으로 제한하자 보이콧한 것이다.
국민의 관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양사가 이정수 금메달 사건을 축소 보도하자 시청자들은 명백한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왜곡보도란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큰 뉴스를 축소 보도하거나,작은 뉴스를 확대 보도하는 것을 포함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국민의 관심사인 올림픽을 제대로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비판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공영방송 KBS의 자세한 소식을 기대했는데…이러고도 시청료를 받아갈 수 있을지,실망감과 함께 정 떨어지네요."
KBS와 MBC는 결국 굴복했다. 모태범이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동영상과 함께 비중있는 뉴스로 처리했다.
사실 올림픽을 누가 방송하든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은 국부 유출 문제와 직결돼 있다.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 7250만달러를 주고 단독 중계권을 샀다. 코리아풀이 제안한 금액보다 950만달러나 많은 액수다.
SBS는 올해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단독 중계권도 1억4000만달러에 샀다. 코리아풀이 제시한 1억1500만달러보다 많다.
지상파 3사가 방송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할수록 외화 유출도 심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 올림픽 중계권을 굳이 지상파에만 줄 이유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케이블방송 시청가구가 1500만에 달해 전체 1800만 가구에 크게 뒤지지 않으며 지상파들의 난시청 지역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지상파 3사만 방송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며 "종합편성방송이 출범하는 등 방송환경이 급변할 전망이어서 이 문제는 다각도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최대 승자는 SBS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빙상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순간들을 독점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8일 현재 한국은 사상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2개나 땄다.
당초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뜻밖의 낭보에 다른 경기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시청률도 솟구쳐 광고 수익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방송계에서는 3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로 SBS가 최소 50억원 이상 순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회 중계권료는 30억원이지만 광고 수입은 1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MBC와 KBS에 밀렸던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게 SBS로서는 큰 수확이다.
그런데 SBS가 어떻게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게 됐을까? 또한 독점 중계를 둘러싸고 SBS가 KBS · MBC와 분쟁을 빚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주요 경기들은 SBS KBS MBC 등 지상파 3사가 똑같은 장면들을 되풀이 중계해 '전파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은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결성해 대표 회사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등과 협상해왔다.
경쟁 과열과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996년 KBS가 아시안컵축구 중계권 협상에서 약속을 파기한 후 최근까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3사가 크고 작은 스포츠 경기를 단독 중계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는 2006년 단독 입찰서를 제출해 IOC로부터 이번 올림픽의 한국 내 단독 중계권을 따냈다.
이후 MBC와 KBS 측에 공동 중계 협상을 제안했지만 양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SBS 측은 순차 중계(방송사별로 다른 경기들을 중계)와 공동 제작 등을 제안했다.
경기의 중복 편성으로 외화와 전파 낭비가 심하다고 비판하니 다른 방식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KBS와 MBC 측은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자고 주장했다.
방송사별로 다른 경기를 중계할 경우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SBS 차지가 될 게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대치 국면은 올림픽 개막 10여일 전까지 지속됐다.
다급해진 KBS와 MBC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지만 무위로 끝났다. SBS 측의 절차 참여 거부로 방통위가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조차 못한 것이다.
SBS 측은 "그동안 양사의 협상 거부로 IOC 참가에 필요한 까다로운 절차들을 혼자 감당했는데 뒤늦게 공동 중계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KBS와 MBC는 올림픽은 국민의 90% 이상이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SBS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BS는 지상파만으로도 90% 이상 시청 가능 가구를 확보,'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킨다고 방송계에서는 봤다.
올림픽 개막 후에도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쇼트트랙에서 이정수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 '사건'을 KBS와 MBC가 30초 이내로 단신 보도한 것이다.
특히 KBS는 경기 동영상 대신 스틸 사진만 보도했다.
SBS가 무료로 제공하는 2분 분량의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KBS 측은 "동영상 화면에 'SBS 제공'이란 문구를 넣어 달라고 요구해서 자체 입수한 사진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지상파 3사가 금메달 획득 장면을 거듭 비춰 '과잉 보도'라는 비판을 받았을 사안이었다.
KBS와 MBC가 국민적 관심사를 애써 축소 보도한 이유는 자명하다.
올림픽이 화제를 모을수록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고,이는 광고 수익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는 협상 결렬 후 아예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았다.
당초 12명,8명의 보도진을 파견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독점 중계권과 보도권을 가진 SBS가 3인씩으로 제한하자 보이콧한 것이다.
국민의 관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양사가 이정수 금메달 사건을 축소 보도하자 시청자들은 명백한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왜곡보도란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큰 뉴스를 축소 보도하거나,작은 뉴스를 확대 보도하는 것을 포함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국민의 관심사인 올림픽을 제대로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비판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공영방송 KBS의 자세한 소식을 기대했는데…이러고도 시청료를 받아갈 수 있을지,실망감과 함께 정 떨어지네요."
KBS와 MBC는 결국 굴복했다. 모태범이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동영상과 함께 비중있는 뉴스로 처리했다.
사실 올림픽을 누가 방송하든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은 국부 유출 문제와 직결돼 있다.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 7250만달러를 주고 단독 중계권을 샀다. 코리아풀이 제안한 금액보다 950만달러나 많은 액수다.
SBS는 올해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단독 중계권도 1억4000만달러에 샀다. 코리아풀이 제시한 1억1500만달러보다 많다.
지상파 3사가 방송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할수록 외화 유출도 심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 올림픽 중계권을 굳이 지상파에만 줄 이유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케이블방송 시청가구가 1500만에 달해 전체 1800만 가구에 크게 뒤지지 않으며 지상파들의 난시청 지역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지상파 3사만 방송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며 "종합편성방송이 출범하는 등 방송환경이 급변할 전망이어서 이 문제는 다각도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