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탐사 기지를 둔 19개국 중 쇄빙선 없는 유일한 나라.

극지 탐사용 쇄빙선 하루 대여 비용 약 8000만 원.열악한 환경의 보트 탐사.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인 조선·해양 강국인 대한민국이 남극에서 달고 다닌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는 오명을 떼어 내고 해양 강국의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 호(ARAON· 7487t급)’가 마지막 중간기항지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시(市) 리틀톤항을 출발해 여러 테스트를 거치며 순조롭게 남극 탐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한국인 승조원 80여명,러시아 전문가 5명과 취재진 등이 승선하여 이뤄지는 이번 탐사는 해양,생물,기후 연구를 초점으로 맞추어 40여 일간 진행될 예정으로 서남극의 케이프벅스(Cape Burks),동남극의 테라노바 만(Terra Nova Bay) 등 1만1000km에 걸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러시아 등 선진국의 쇄빙선을 임대하고 물품 보급을 하며 탐사활동을 하는 등 남의 나라의 눈치를 보며 연구 활동을 마음껏 하지 못했던 설움을 이제 떨쳐내게 되었다.

쇄빙선의 이름인 ‘아라온’은 바다를 의미하는 옛 우리말 ‘아라’에 모두라는 뜻의 ‘온’을 합쳐 붙여진 이름으로 모든 바다를 누비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라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능도 뛰어나다.

길이 110m,폭 19m 규모로 한 번에 말 6800마리가 끄는 힘을 낼 수 있는 엔진이 탑재되어 있으며 선체의 진동도 적고 조용해서 해양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단순한 쇄빙의 기능만 갖춘 배가 아니라 움직이는 해양 연구소인 것이다.

남극은 드넓고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다.

남극 대륙은 넓이가 약 1360만㎢로 한반도 면적의 60배 규모이며 평균 2400m 두께의 빙상으로 뒤덮인 만년 빙하 지역이다.

기권·지권·수권·생물권·빙권의 환경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청정 환경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남극 대륙의 매력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남극 대륙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8년 킹조지 섬에 세종 기지를 세워 남극 탐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라온 호’는 연구와 더불어 새로운 제2 남극 탐사기지 설립을 위해 부지를 조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번 ‘아라온 호’ 출항은 해양 강국 대한민국이 남극으로 뻗어갈 수 있는 힘찬 출발을 의미한다.

‘아라온 호’가 탐사를 무사히 완수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여 해양강국의 면모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허재호 생글기자 (대구외고 1년) jhhuh9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