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게 만드는 드라마’ 인기… 현실과 동떨어진 학습법 비판도
[Focus] ‘공부의 신’처럼 공부하면 명문대학 갈수 있다고?
KBS 월화극 '공부의 신'(윤경아 극본,유현기 연출) 인기가 솟구치고 있다.

6회분이 방송된 26일 시청률은 24.7%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꼴찌 학생들을 모아 괴짜 교사들이 일류대에 진학시키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일본 원작 만화 '최강 입시전설 꼴찌,동경대 가다'는 서점가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티맥스와 포미닛이 참여한 OST는 음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주인공들이 입은 의상이나 휴대폰,컴퓨터,게임기 등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주인공 고교생 역으로 나선 유승호를 비롯 고아성,이현우,지연,이찬호 등은 '공신돌'(공부의 신 아이돌)로 불리며 인기가 찌를 듯하다.

학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변호사 역 김수로는 매회 오합지졸 학생들을 향해 속사포처럼 독설을 쏟아 부어 '독설 수로'란 별칭을 얻었다.

무엇보다 '공부의 신'은 '공부하게 만드는 드라마'란 장르를 개척했다.

학생들에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드라마를 본 후 공부를 정말 하고 싶어졌다"는 등 공부와 관련된 글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현상과 함께 부정적인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인생 목표는 오로지 최고의 명문대로 나오는 '천하대'뿐이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공부의 신' 원작 드라마인 '드래곤 자쿠라'가 일본에서 방송된 후 도쿄대 입시 수험생이 12% 늘었듯 내년도 서울대 입시 경쟁률도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부 방법과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제시해 실제 학생들이 더 큰 좌절감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속 교사들이 제시한 공부 방법들은 얼핏 괜찮은 듯 보이지만 커다란 함정을 갖고 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이은유 선생의 국어 비법을 보자.

짧고 알기 쉬운 글을 속독하며 내용을 파악하라고 강조한다.

국어를 공부라고만 생각한다면 더없이 따분하기 때문에 문학이나 비문학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만을 골라 읽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시험에서는 다소 전문적인 내용의 어려운 글들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수능 언어 영역에 출제된 6개의 비문학 지문들은 인문,사회,과학,기술,언어,예술 관련 소재들을 다뤘으며 독해하기 어려운 글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속독'에만 치중한 방법도 문제다.

'속독(빠르게 읽기)'과 '정독(정확하고 꼼꼼하게 읽기)'을 잘 병행해야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유 선생은 또한 언어영역 문제를 쉽게 풀기 위해서는 서술자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고 가르친다.

백번 맞는 말이다.

서술자와 출제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고 문제를 풀면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지를 피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지에 오르려면 상급 수준에 도달해야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차기봉 선생의 수학 강의법도 긍정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그는 공식을 암기해 실전에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지 수학 학습능력을 올리기 위한 영구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계적으로 공식을 대입하는 과정은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문제를 변형할 경우 적응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기봉 선생의 학습법은 하위권 학생들에게 해당하지 중 ·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학습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봉 선생은 또한 100문제를 10분 안에 풀라고 한다.

이는 문제당 6초 내에 푸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수능에서는 100분에 30문제를 풀도록 돼 있다. 따라서 문제당 3분 내 풀 수 있도록 연습하면 된다.

극 중에서 새벽 3~4시까지 공부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는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앤서니 양 선생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은 나름대로 효과적이다.

몸을 움직이면 뇌를 활성화시키며, 노래에는 음율이 있어 가사를 외우기도 쉽다.

100개의 구문을 외우면 웬만한 작문도 가능하다.

그는 또한 영어 사전을 사용하지 말고, 문맥의 흐름을 파악해 단어를 때려 맞추라고 한다.

이렇게 외운 단어는 기억도 오래간다.

오랜 시간 동안 앞과 뒤의 문맥을 파악한 후 뜻을 유추해 보면 그만큼 시간을 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스토리를 통해 뜻을 파악하게 되면 여러 가지 뜻을 지닌 단어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학습법은 상당부분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그것도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단시일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맥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가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한 학생들은 아주 쉬운 지문부터 시작해야 하고,지문에 나온 단어를 꾸준히 암기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수능 영어의 경우 드라마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영어사전을 이용하지 않고 문맥을 통해 단어를 유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고3 수험생이 영어를 학습할 때 필요한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많다.

영어를 잘하려면 우리말인 국어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 영어를 잘하려면 수능 영어의 문제 유형과 문제 풀이 감각을 익히고,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사고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춤과 노래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방법은 집안 등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좁은 교실에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재혁 ·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