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못잡거나 이민·유학가면 어떻게 회수하지?… 모럴해저드 우려
[Focus] 학자금 상환제, 취업후 갚으면 되지만 이자가 비싸네!
기존에도 대학 학자금 대출 제도는 있었지만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우선 대학 4년간 1인당 대출 한도가 총 4000만원으로 묶여 있었다.

때문에 실제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또 졸업 후 소득과 관계없이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무조건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했다.

취업을 못하면 꼼짝없이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ICL은 이런 허점을 보완했다.

즉 대출 한도가 늘었다.

등록금 전액은 물론 매 학기 100만원의 생활비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원리금을 갚는 시기는 취업 후 일정 소득이 생길 때부터다.

구체적으론 취업 후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2009년 기준 1592만원)을 벌 때부터 갚아야할 의무가 생긴다.

기존 제도에 비해 대학생들의 부담이 가벼워진 대목이다.

장학재단 측은 이 같은 장점 때문에 ICL을 이용하는 대학생이 약 8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 대학생(197만명)의 40% 수준이다.

기존 학자금 대출 제도의 경우 20% 정도의 대학생만 이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ICL이 훨씬 인기가 높을 것이란 얘기다.

⊙ 이자 부담은 더 커져

하지만 ICL이 결코 '만능 열쇠'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자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는 이자가 원금에만 붙는 단리 방식이었다.

하지만 ICL은 상환 개시 시점부터 복리 방식으로 이자가 붙는다.

원금은 물론 이자에도 다시 이자가 붙기 때문에 그만큼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다.

현재 ICL의 대출금리는 5.8% 정도(시중금리에 따라 변동)다.

이 금리로 대학 4년간 3200만원을 대출받은 학생이 취업 첫해 연봉 1900만원을 받는다면 25년간 모두 9705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빌린 돈의 3배를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잘못하면 ICL이 '평생 족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갚지 않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못 잡으면 학자금을 갚기 어렵다.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이주한 경우도 대출금 회수가 힘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졸업 후 3년간 한푼도 갚지 않으면 재산 조사를 통해 상환의무가 있는 경우 강제 징수에 나서고 제 때 납부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하지만 재산 파악이 쉽지 않아 '과거 농어민 부채 탕감처럼 대출금 회수도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CL과 함께 국회를 통과한 등록금 상한제도 논란거리다.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들이 매년 등록금 인상률을 정할 때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하로 묶도록 한 규정이다.

ICL 시행으로 대학들이 등록금을 마구 올려 학생들의 부담을 키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대학이 등록금에 목을 매고 있는 처지에서 이 같은 규제는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 ICL 이용하려면

가구소득이 7분위(연소득 약 4839만원) 이하이고 만 35세 이하인 대학생(대학원생은 제외)이 신청할 수 있다.

신입생의 경우 수능 또는 학생부 성적이 6등급 이상,재학생은 직전 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이어야 한다.

신청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인터넷 뱅킹에 가입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www.kosaf.go.kr)나 학자금포털사이트(www.studentloan.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청기간은 신입생의 경우 1월15일부터 1월28일까지,재학생은 1월25일부터 3월18일까지다. (문의 1666-5114)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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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별 ICL 상환액 Q&A

대출 원리금 안갚으면 최대 500만원 과태료

학자금상환제에 따라 대출받은 학생이 취직 후 갚아야 하는 돈은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별 상환액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Q: 연간 상환액과 상환 스케줄은.

A: 대학 때 3200만원을 대출받고 취직 때까지 8년이 걸렸다고 치자. 이 기간 이자는 974만원이다.

취직 후 첫해 연봉이 2500만원일 경우 거치기간 이자를 포함해 16년간 6884만원을 갚아야 한다.

초봉이 4000만원이라면 8년간 5168만원,초봉이 1900만원이라면 25년간 9705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Q: 월급이 200만원이라면 실제 한 달에 갚아할 돈은.

A: 월급 200만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400만원이다.

여기서 근로소득공제금액(1035만원)과 678만원(원리금 상환개시 기준인 1592만원에서 소득세법에 따른 공제액을 뺀 금액)을 제외한 678만원(상환기준액)의 20%,즉 137만원이 연간 갚아야할 돈이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매달 갚아야 할 돈은 11만4500원이다.

Q: 졸업 후 창업해 연 매출이 5000만원,필요 경비 등을 차감한 사업소득이 1500만원이라면 얼마를 상환해야 하나.

A: 사업소득 1500만원에서 678만원을 뺀 822만원이 상환기준액이고 이 중 20%인 164만4000원이 상환금액이다.

Q: 대출원리금을 납부하지 않을 때 받는 불이익은.

A: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세청이 소득금액 등을 파악해 납부를 고지하고 이마저 거부하면 납부 기한의 다음날부터 연체금이 추가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