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저 어차피 수능 대박나도 서울대 갈 성적은 안 나올 것 같은데 국사 포기 할까요?"

자연계 학생들은 갖지 않는 이 고민에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은 한번쯤 시달려 봤을 것이다.

서울대에서 사회탐구 영역 중 국사선택을 필수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몇년 후 입시부터는 일부 명문대에서도 세계화,다양성의 시대에 우리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자칫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어 국사선택을 필수로 지정한다는 소문에 학원가가 술렁인 적도 있었다.

국사가 수험생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홀대 당하자 2005학년도부터 그 심각성을 우려한 서울대가 인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사 선택을 필수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역효과가 나서 오히려 중 · 하위권 학생들은 국사 선택을 꺼리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도 국사과목의 방대한 양과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선뜻 국사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에서 국사 선택의 비율은 18.7%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함께 배우는 사회탐구 과목인 국사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역사를 전공한 사회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들은 국내 전체 국사교사 중 역사교육 또는 역사학 전공자 비율이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는 일반사회,공통사회,지리 전공 교사들이다.

지방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신입 교원을 뽑을 때 역사전공 교사보다 아예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공통사회 전공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 따라 국사 수업 시수가 적어 시험범위를 수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D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은 2학년 한햇동안 국사를 공부하게 되는데 턱 없이 부족한 수업 시간 때문에 교사가 "내년에 근현대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어요"라는 아쉬운 멘트만을 남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결국 학생들은 깊이있는 국사공부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여 인터넷강의나 사탐전문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가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서 국사 과목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한 신문기사가 나기도 했다.

공직자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국가관과 역사의식이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임용시험령'을 개정해 2012년부터 고시 응시자들은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2급 이상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사를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국사가 입시와 취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회인들까지도 국사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잘못된 풍조가 만연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학생들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길 원한다면 역사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행제도는 근시안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최우선으로 특목고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국사수업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

나아가 중학교부터 한국사를 전공한 실력있는 교원들이 학생들을 지도하여 학교 수업을 통해 국사를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에 진학하여 교양 과목으로 인문계와 자연계 학생 모두 국사 강의를 이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다.

세계화와 다원화 시대에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것도 올바른 시선으로 대할 수 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사 선택 필수'라는 협박(?)으로 국사과목이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희망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만들고,중 ·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의 걸림돌로 작용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조윤경 생글기자 ncgr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