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합리성과 공적 합리성은 일치하지 않는다”

[실전 고전읽기] 46. 개릿 하딘「공유의 비극」
아담 스미스는 저승에서 귀가 간지러울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고전경제학의 태두인 그의 이론에 결함이 많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판은 오랜 세월을 걸쳐 다양한 방면에서 계속 진행되어 왔는데,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개릿 하딘이 지적한 '공유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하딘은 과학잡지 Science에 기고한 글에서,개인들이 이기심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유자원을 남획하여 궁극적으로 사회공유재가 고갈되는 문제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가 '공유의 비극'에서 언급한 '목초지' 사례는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인용되고 있어 간혹 '공유의 비극'이 '공유지의 비극'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례가 왜 스미스의 가장 강력한 비판이 되는 것일까?

스미스는 개인에게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하였다.

사실,웬만한 철학이나 종교에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옳지 못하다고 한다.

뭇 이념체계와 신앙에서 이기적 태도가 그르다고 주장하는 이유는,개인의 이기심은 타인이나 사회 공동체에 해악을 미치고 종래에는 결국 그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오히려 반대의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개인의 이기심이 공동체 전체의 발전으로 귀결된다는 요지의 국부론을 집필하면서,개인의 이기심이 긍정적이라고 명시하였다.

칼뱅의 예정설(현세에서 부자이면 이는 구원의 징표이기 때문에 천국을 가고,현세에서 가난하면 지옥에 간다는 이론)과 함께, 스미스의 이러한 논지는 사람들에게 탐욕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마음껏 달려도 된다는 반가운 허가증이었다.

그러나 하딘이 '공유의 비극'에서 논한 대로,개인의 합리적 행위의 총합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이 이기적이어서 사회가 발전하려면,개인적 차원에서의 합리성이 사회적 차원의 합리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하딘은 이를 극명하게 부정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사적 합리성과 공적 합리성의 불일치는 결국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개인에게 허용된 자유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하지만 하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이 밝히지 않았다.

그 몫은 하딘이 제기한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우리가 모두 함께 모색해야 할 일이다.

시민의식의 개선이 우선인지,공유재를 사유재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지,아니면 개인의 활동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할 제도가 있어야 하는지 다양한 해결방식이 강구될 수 있는데,어느 방안이 가장 적합한지는 각자 숙고해보길 바란다.

이러한 고민이 꼭 필요한 이유는 논술시험에서 하딘의 글이 단골로 인용되는 제시문이기 때문이다.

하딘의 글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실리는 글이니 만큼 서울대학교 기출문제처럼 원문으로 출제된 경우도 있으며,여기에 제시된 동국대학교 문제처럼 서강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등 다른 많은 대학의 시험에서 비록 원문이 그대로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논지를 핵심적으로 추출 · 편집한 제시문을 통해 여러번 하딘의 문제의식을 품은 논제가 출제된 바 있다.

☞ 기출 제시문 1 (서울대학교 2001학년도 수시 논술:사회대 · 경영대 · 사범대 출제)

어떤 마을에 일정한 크기의 목초지가 있고,이 목초지는 마을의 모든 농가에 가축을 방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공유지라고 가정하자.

이때 각 농가는 자신의 가축을 이 공유지에서 가능한 한 많이 키우려 할 것이다.

각 농가의 이러한 시도는 공유지가 가축들로 붐비기 이전까지는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유지가 각 농가의 가축들로 붐비기 시작할 때 각 농가는 공유지의 목초가 자신과 다른 농가의 모든 가축들을 기르기에 충분한가에 대하여 걱정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인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각 농가는 공유지의 가축 수용능력을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서 방목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는 일에 골몰하게 되고 이에 따라 마을의 모든 농가가 손해를 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왜 각 농가는 이러한 문제상황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가축을 공유지에 추가적으로 투입하는 일을 그치지 않게 되는가?

이 마을의 각 농가가 공유지에서 자신의 가축을 추가적으로 방목할 것인가의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각 농가는 공유지에 자신의 가축을 추가적으로 방목하는 데 따라 생기는 기대수익과 기대비용을 비교하여 수익이 비용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으로 방목할 것을 결정할 것이고,반대로 기대비용이 기대수익을 초과할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방목을 포기할 것이다.

이 경우,각 농가의 기대수익은 각 농가가 추가적으로 공유지에 투입한 가축을 길러 팔거나 그로부터 생산되는 우유를 판매한 대금이 될 것이며 그 크기는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한편 각 농가의 기대비용은 가축의 추가방목 이후 목초의 부족으로 인하여 비롯되는 가축의 발육부전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 될 것이며 이의 크기를 수익의 크기와 같은 100만원으로 보자.

만일 각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의 크기가 100만원 이상이면 각 농가는 공유지에서의 추가적인 방목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추가방목에 따른 수익은 각 농가가 혼자 차지하지만 비용은 다른 농가와 함께 부담하게 되므로 각 농가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기대수익의 크기인 100만원에 훨씬 못 미치게 될 것이다.

즉,각 농가의 기대수익이 기대비용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농가는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추가적인 방목을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유한한 공유지에서 각 농가의 추가방목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때,공유지는 필연적으로 어느 농가의 가축도 기를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개인이익만의 추구가 모두의 이익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고 부른다.

☞ 기출 제시문 2 (서울대학교 2006학년도 정시 논술)

어떤 마을에 누구나 가축을 방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공동의 땅이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땅을 갖고 있지만,이 공동의 땅에 자신의 가축을 가능한 한 많이 풀어 놓으려 한다.

자신의 특별한 비용 부담없이 넓은 목초지에서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농가에서는 공유지의 신선한 풀이 자신과 다른 농가의 모든 가축들을 기르기에 충분한가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 방목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는 일에만 골몰하였다.

주민들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공유지는 가축들로 붐비게 되었고,그 결과 이 마을의 공유지는 가축들이 먹을 만한 풀이 하나도 없는 황량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 기출 제시문 3 (동국대학교 2004학년도 수시 논술:하딘의 글을 편집한 제시문 활용)

공유자원이란 공기 · 하천 · 호수 · 늪 · 공공토지 등과 같은 자연자원과 항만 · 도로 등과 같이 공공의 목적으로 축조된 사회간접자본을 일컫는다.

공유자원은 사회 전체에 속하며,모든 개인에게 필요하고 이용도 가능하다.

공유자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공유자원은 남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공유자원의 이용으로 각 개인이 얻는 편익(便益)이 종종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웃돈다.

하딘(Garrett Hardin)은 이러한 현상을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먼저 한 마을의 농부들이 소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제한된 넓이의 목초 공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농부들이 방목하는 소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방목하는 소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풀이 다시 자라는 속도에 비해서 풀이 소모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공유지는 점점 더 황폐해질 것이다.

만약 사용할 수 있는 목초의 양을 할당하고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농부들 간의 합의된 정책이 없다면,목초가 없어지기 전에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높이려는 농부들의 욕구 때문에 공유지의 황폐화는 시간 문제이다.

하딘은 이런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사유재산권 강화,공해세 부과,출산 및 이민 억제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제안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결책들은 '누군가의 개인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필요를 인식하고 강제의 필요성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