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이기주의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조율 어려워
2013년 이후의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구축 시한이 이제 단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12월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규 협약을 결국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감축 규모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해묵은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새 협약 도출 지연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며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지구는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이 0.7도 오르며 21세기 들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인류 미래가 걸려 있는 지구 온난화마저 헤게모니 다툼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월 코펜하겐 UNFCCC 총회에선 온전한 조약 형태의 기후변화 협약은 나오지 못할 것이며,이를 위한 최종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최소 6개월~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유엔 측이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선 일단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를 이룬 뒤 내년까지 정식 국제협약을 체결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AP 통신은 "유럽과 유엔 관리들이 법적 합의 대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암묵적으로 기존 목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2일 닷새 일정으로 열린 코펜하겐 총회 사전 준비회의에서 이보 드 보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UNFCCC 192개 회원국 모두가 받아들이는 모종의 결정이 나온다면 그것이 법적 지위는 얻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구속력은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 밀리번드 영국 기후변화장관도 이날 런던 하원의회 연설에서 "코펜하겐 총회 준비와 관련된 협상 진행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오랜 불신이 지속되면서 매우 지지부진하다"며 "이번 총회에선 정치적 협의 이상은 나오지 못할 것이며 정식 협약이 나오기까진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너선 퍼싱 협상대표는 자국 감축 목표는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에 대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 · 인도 등 개도국의 불참을 이유로 1997년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했었고,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 환경정책국장인 마틴 카이저는 "미국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법적 구속력 있는 코펜하겐 협정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유럽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는 "유럽과 미국이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면 중국과 인도도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미국이 이런 중요한 문제에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U 순회의장으로 이달 말 중국과 정상회담에 나설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도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준비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대표들이 하루 동안 회의 참가를 집단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코펜하겐 총회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에티오피아와 알제리 등 아프리카 50여개국 대표들은 지난 3일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다며 일제히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예정돼 있던 모든 회의 일정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변화협약 관련 회의에서 이 같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가뭄과 사막화,해수면 상승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최소 40%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2가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 선진국들에 몰려 있으므로 해당 국가들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아프리카 측 주장이다.
아프리카의 소국 레소토의 마카스 니야피시 유엔 대사는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따지며 협약 합의를 늦추는 게임을 벌이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아프리카에 지구온난화는 삶과 죽음이 달린 절망적 압박"이라고 비난했다.
카멜 드제무아이 알제리 협상대표는 이날 회의 거부에 앞서 "지금 하는 식으로는 어떤 결과도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10~30%대 감축 목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17% 줄이겠다는 내용의 기후변화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상원에선 20% 감축 관련 법안을 준비해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의 하토야마 새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고 3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EU는 개도국과 후진국에 2010~2012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연간 5억~21억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EU는 또 2020년이 되면 이 지원 규모를 20억~150억유로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이민회의에서 개도국의 환경난민 증가를 막기 위해 코펜하겐 총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했다.
반 총장은 "길어진 가뭄과 강한 태풍, 산불과 같이 더 극단적으로 변한 기후 때문에 국경을 넘은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논리적으로는 코펜하겐 회의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낙관하지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문구에 합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 우리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코펜하겐 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2013년 이후의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구축 시한이 이제 단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12월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규 협약을 결국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감축 규모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해묵은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새 협약 도출 지연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며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지구는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이 0.7도 오르며 21세기 들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인류 미래가 걸려 있는 지구 온난화마저 헤게모니 다툼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월 코펜하겐 UNFCCC 총회에선 온전한 조약 형태의 기후변화 협약은 나오지 못할 것이며,이를 위한 최종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최소 6개월~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유엔 측이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선 일단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를 이룬 뒤 내년까지 정식 국제협약을 체결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AP 통신은 "유럽과 유엔 관리들이 법적 합의 대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암묵적으로 기존 목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2일 닷새 일정으로 열린 코펜하겐 총회 사전 준비회의에서 이보 드 보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UNFCCC 192개 회원국 모두가 받아들이는 모종의 결정이 나온다면 그것이 법적 지위는 얻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구속력은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 밀리번드 영국 기후변화장관도 이날 런던 하원의회 연설에서 "코펜하겐 총회 준비와 관련된 협상 진행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오랜 불신이 지속되면서 매우 지지부진하다"며 "이번 총회에선 정치적 협의 이상은 나오지 못할 것이며 정식 협약이 나오기까진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너선 퍼싱 협상대표는 자국 감축 목표는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에 대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 · 인도 등 개도국의 불참을 이유로 1997년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했었고,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 환경정책국장인 마틴 카이저는 "미국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법적 구속력 있는 코펜하겐 협정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유럽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는 "유럽과 미국이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면 중국과 인도도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미국이 이런 중요한 문제에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U 순회의장으로 이달 말 중국과 정상회담에 나설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도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준비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대표들이 하루 동안 회의 참가를 집단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코펜하겐 총회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에티오피아와 알제리 등 아프리카 50여개국 대표들은 지난 3일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다며 일제히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예정돼 있던 모든 회의 일정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변화협약 관련 회의에서 이 같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가뭄과 사막화,해수면 상승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최소 40%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2가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 선진국들에 몰려 있으므로 해당 국가들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아프리카 측 주장이다.
아프리카의 소국 레소토의 마카스 니야피시 유엔 대사는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따지며 협약 합의를 늦추는 게임을 벌이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아프리카에 지구온난화는 삶과 죽음이 달린 절망적 압박"이라고 비난했다.
카멜 드제무아이 알제리 협상대표는 이날 회의 거부에 앞서 "지금 하는 식으로는 어떤 결과도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10~30%대 감축 목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17% 줄이겠다는 내용의 기후변화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상원에선 20% 감축 관련 법안을 준비해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의 하토야마 새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고 3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EU는 개도국과 후진국에 2010~2012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연간 5억~21억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EU는 또 2020년이 되면 이 지원 규모를 20억~150억유로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이민회의에서 개도국의 환경난민 증가를 막기 위해 코펜하겐 총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적극적 참여를 강조했다.
반 총장은 "길어진 가뭄과 강한 태풍, 산불과 같이 더 극단적으로 변한 기후 때문에 국경을 넘은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논리적으로는 코펜하겐 회의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낙관하지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문구에 합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 우리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코펜하겐 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