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내부자 거래 파문… 맥킨지 간판 컨설턴트 연루 충격

미국의 내부자 거래 파문으로 도덕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버나드 메이도프의 사상 최대 다단계 사기사건에 이어 월가 금융회사의 보너스 잔치 등 이슈들이 터지면서 연일 도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로 위기에 빠진 대형 금융사를 지원해준 것이 도덕적 해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식의 도덕불감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의 축적으로 연결되면서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 컨설팅업체, 고객사 정보 헤지펀드에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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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컨설팅 기업으로 꼽혀온 맥킨지는 간판급 '스타' 컨설턴트가 내부자 거래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명성에 먹칠을 했다.

특히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컨설턴트는 맥킨지에서 '지식 경영'을 주도한 인물로 윤리가 동반되지 않은 지식경영의 한계와 추락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국 헤지펀드인 갤리온 그룹의 라즈 라자라트남 회장과 함께 미 검찰에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된 5명의 용의자 중 맥킨지의 파트너인 아닐 쿠마르 이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미 검찰 조사 결과 쿠마르는 반도체업체인 AMD 등 컨설팅 고객 회사의 고급 정보를 라자라트남에게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지난 16일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법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헤지펀드계 거물인 라자라트남 회장과 업계 관계자 등 6명을 긴급 체포했다.

라자라트남과 공모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구글 IBM 힐튼 등의 내부정보로 2006~2009년 2000만달러(약 233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 지식경영 전도사에서 범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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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르 이사는 맥킨지의 선임파트너 4000여명 가운데서도 정보기술(IT) 분의 간판 스타 컨설턴트였다.

IT 분야에 대한 식견과 풍부한 인도 인맥으로 승승장구했던 쿠마르는 '지식경영'을 들고나와 맥킨지의 이름을 드날리기도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1998년 인도 뉴델리에 '맥킨지 지식센터'를 설립, 수백명의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첨단기술 분야에 특화된 조사인력, 애널리스트들이 맥킨지 컨설턴트들을 실시간으로 보좌하도록 하면서 맥킨지 내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 같은 '지식 아웃소싱 프로세스'는 이후 맥킨지의 여러 사업부문으로 전파돼 투자은행, 주식중개, 헤지펀드 관련 사업분야에도 속속 반영됐다.

쿠마르는 또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명문 인도경영대(Indian School of Business) 설립을 주도하고 이사직을 맡는 등 소위 지식과 경영을 접목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한 전직 맥킨지 컨설턴트는 "쿠마르가 인도에 지식센터를 설립한 것은 당시로선 정말로 선도적이며 개척적인 일로 평가받았다"며 "쿠마르는 매우 야심차고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인도 명문인 인도공과대(IIT)를 졸업하고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쿠마르는 1986년 매킨지에 입사한 이후 인도 관련 사업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인도 내 재계와 학계의 방대한 인맥을 사업에 적극 활용했고 세계 인명사전인 '후즈 후'에도 등재되는 등 이번 내부자 거래가 들통나기 전까지 부와 명성을 한몸에 얻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 맥킨지 신뢰 땅에 떨어져

맥킨지로선 사상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고객사의 비밀유지를 가장 중요한 기업윤리로 내세우고 있는 컨설팅 회사의 최고 핵심간부가 내부자 거래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특히 그동안 극히 소액의 금전적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토로 내세워 온 까닭에 이번 쿠마르 사건의 충격은 더 크다.

리처드 캐버너 전 맥킨지 파트너는 "과거 맥킨지는 단돈 20달러도 부정한 용도로 쓰면 해고되는 조직이었다"며 "이번 쿠마르 사건은 맥킨지 컨설턴트가 범한 최악의 치명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쿠마르 측 변호사는 쿠마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맥킨지는 검찰 발표 직후 쿠마르에 대해 무기한 정직처분을 내렸다.

마이클 스튜어트 맥킨지 대변인은 "회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 미국 구제금융으로 도덕적 해이 야기

미 국민의 혈세로 대형 금융사들에 대해 구제금융을 단행한 결과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가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승인한 7000억달러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대한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미 의회에 의해 임명돼 TARP 감사를 담당한 닐 바로프스키 특별감사관은 21일 의회에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TARP가 월스트리트를 구제하는 데는 도움을 줬지만 일반 국민을 분노케했다"고 밝혔다.

바로프스키 감사관은 벼랑 끝에 몰린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킨 것이 TARP의 중요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고 치솟는 실업률과 주택압류 사태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AIG와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 등에 지원된 자금과 주택압류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투입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7000억달러의 TARP 자금 가운데 상당 규모는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바로프스키 감사관은 또 "위기를 야기한 당사자인 대형 금융회사들에 정부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됨으로써 시장의 행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파산을 면할 수 있었던 대형 금융회사들은 정부 주도의 인수 · 합병을 거치면서 오히려 덩치가 더 커진 상태"라고 밝혀 심각한 모럴 해저드가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정부부문에 대해 바로프스키 감사관은 "재무부가 지난해 9개 대형 금융회사에 자본 투입을 단행하면서 이들의 재무상태가 건전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과 금융회사들에 대해 구제자금의 사용에 관해 보고서를 요청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정부 측도 강하게 비판했다.

⊙ MBA 과정엔 윤리 강좌 등장

이에 미국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사태 이후 경영 윤리와 사회적 책임성 등을 주제로 한 강좌를 잇따라 개설하거나 준비 중이다.

미 다트머스대 터크 비즈니스 스쿨은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서 윤리와 '사회적 책임' 강좌를 의무 수강토록 했다.

뉴잉글랜드 칼리지는 온라인 학위 과정에서 비즈니스 윤리 강좌를 개설했고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스쿨은 금융 위기 사태에 대한 정책적 대응 등을 주제로 한 강좌를 추가 개설했다.

하버드대는 내년 봄 MBA 커리큘럼 개정을 검토 중이다.

하버드대가 개설을 검토 중인 강좌에는 도덕적 리더십,부실자산,글로벌 부동산부문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지는 "월가의 금융 인재를 배출해온 명문 비즈니스 스쿨들이 '자기 반성'의 의미를 담아 강좌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윤리 강좌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