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미국과 영국 등은 경기부양을 위해 소위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중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②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될 경우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있다.
③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600억 유로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사들이기로 했다.
④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부문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⑤ 일본은 2001~2006년까지 5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 해설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 당국이 직접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이를 주로 활용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2000년대 초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하루짜리 초단기금리(콜금리)인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돌기를 원했지만 금리를 제로상태까지 떨어뜨려도 효과가 없자 금리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넘어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금난을 겪는 은행들에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대주는 방식이었다.
부실채권에 허덕이던 은행들은 언제든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고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진작이란 측면에선 애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은행 금고에 돈이 아무리 쌓여도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도 각국 정부의 재정투입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정책으로 3000억달러의 국채 매입과 1조25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증권(FRB)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175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선순위 보증부 채권)를 매입하는 정책을 편 것도 역시 양적완화 정책이다.
일본은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기업에 직접 돈을 공급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주면 이들 채권을 파는 기업들은 그만큼 자금조달에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적절한 때에 규모를 줄이거나 종료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 풀려나간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소위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정상적인'상황이라면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금리정책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
양적 완화정책은 극심한 경기침체나 위기상황에서 금리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정답 ①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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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워싱턴 합의'의 실패
부당한 정부 개입, 시장을 왜곡한다
세계은행,IMF 그리고 미국 정부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 사업을 지원하면서 일관성 있게 규제 철폐,자유화,그리고 민영화를 권고해 왔다.
워싱턴에 소재한 이들 기관이 경제개발전략으로 내세우는 규제철폐-자유화-민영화의 처방을 경제학자 윌리엄슨은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라고 명명하였다.
보통 개도국 정부는 경제개발을 위하여 시장에 깊이 개입하는 개발정책을 추진하지만 '워싱턴 합의'는 기본적으로 정부 간섭을 줄이고 시장을 강화하도록 하는 개발정책을 권장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물러날 때 오히려 더 나은 개발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영리추구를 허용하는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하여 근로유인을 유발한다.
시장을 잘만 활용하면 개도국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더 열심히 일하도록 이끌어 경이적 경제성장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개입을 줄여서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자는 '워싱턴 합의'는 결국 그렇게 하자는 처방이다.
그러나 이 처방에 따라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해 온 중남미국가들의 개발 현실은 한결같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기적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자는 '워싱턴 합의'가 왜 현실에서는 경제개발에 실패하는 것일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없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권고하는 '워싱턴 합의'는 이 점을 지적한다.
선진국 정부는 재산권과 계약권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시장거래를 허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
정부는 권리보호만 하면 되며 그 이외의 시장 개입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개도국 정부는 재산권과 계약권의 보호에서 그 능력이 선진국 정부에 크게 못 미친다.
능력 부족으로 민간기업의 횡포를 단속하기 어려워지면 개도국 정부는 아예 공기업을 설립한다.
개도국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는 대개 부족한 규제시행 능력에 대한 보완책이다.
시장이 부실하여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같이 늘지 못하면 개도국 정부는 가격 상한을 강요하기도 한다.
시장의 작동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규제와 제도 가운데 상당부분은 개도국 나름대로 재산권과 계약권을 보호하는 수단인 것이다.
개도국 정부가 '워싱턴 합의'의 권고에 따라서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물러나버리면 재산권 침탈을 막기 어렵다.
그 결과 일해도 그 성과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도록 되어버린 시장에서는 근로유인이 살아날 수가 없고 개발성과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 합의'는 개도국 정부의 시장개입 철회가 한편으로는 시장왜곡을 시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산권 보호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개도국 정부의 시장 개입 철회가 개발성과를 거두려면 재산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과 맞물려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
미국과 영국 등은 경기부양을 위해 소위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중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②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될 경우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있다.
③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600억 유로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사들이기로 했다.
④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부문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⑤ 일본은 2001~2006년까지 5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 해설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 당국이 직접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이를 주로 활용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2000년대 초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하루짜리 초단기금리(콜금리)인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돌기를 원했지만 금리를 제로상태까지 떨어뜨려도 효과가 없자 금리를 조절하는 통상적인 통화정책을 넘어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금난을 겪는 은행들에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대주는 방식이었다.
부실채권에 허덕이던 은행들은 언제든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고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진작이란 측면에선 애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은행 금고에 돈이 아무리 쌓여도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도 각국 정부의 재정투입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정책으로 3000억달러의 국채 매입과 1조25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증권(FRB)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175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선순위 보증부 채권)를 매입하는 정책을 편 것도 역시 양적완화 정책이다.
일본은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기업에 직접 돈을 공급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주면 이들 채권을 파는 기업들은 그만큼 자금조달에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적절한 때에 규모를 줄이거나 종료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 풀려나간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소위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정상적인'상황이라면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금리정책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
양적 완화정책은 극심한 경기침체나 위기상황에서 금리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정답 ①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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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워싱턴 합의'의 실패
부당한 정부 개입, 시장을 왜곡한다
세계은행,IMF 그리고 미국 정부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 사업을 지원하면서 일관성 있게 규제 철폐,자유화,그리고 민영화를 권고해 왔다.
워싱턴에 소재한 이들 기관이 경제개발전략으로 내세우는 규제철폐-자유화-민영화의 처방을 경제학자 윌리엄슨은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라고 명명하였다.
보통 개도국 정부는 경제개발을 위하여 시장에 깊이 개입하는 개발정책을 추진하지만 '워싱턴 합의'는 기본적으로 정부 간섭을 줄이고 시장을 강화하도록 하는 개발정책을 권장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물러날 때 오히려 더 나은 개발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영리추구를 허용하는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하여 근로유인을 유발한다.
시장을 잘만 활용하면 개도국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더 열심히 일하도록 이끌어 경이적 경제성장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개입을 줄여서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자는 '워싱턴 합의'는 결국 그렇게 하자는 처방이다.
그러나 이 처방에 따라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해 온 중남미국가들의 개발 현실은 한결같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기적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자는 '워싱턴 합의'가 왜 현실에서는 경제개발에 실패하는 것일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없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권고하는 '워싱턴 합의'는 이 점을 지적한다.
선진국 정부는 재산권과 계약권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시장거래를 허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
정부는 권리보호만 하면 되며 그 이외의 시장 개입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개도국 정부는 재산권과 계약권의 보호에서 그 능력이 선진국 정부에 크게 못 미친다.
능력 부족으로 민간기업의 횡포를 단속하기 어려워지면 개도국 정부는 아예 공기업을 설립한다.
개도국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는 대개 부족한 규제시행 능력에 대한 보완책이다.
시장이 부실하여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같이 늘지 못하면 개도국 정부는 가격 상한을 강요하기도 한다.
시장의 작동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규제와 제도 가운데 상당부분은 개도국 나름대로 재산권과 계약권을 보호하는 수단인 것이다.
개도국 정부가 '워싱턴 합의'의 권고에 따라서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물러나버리면 재산권 침탈을 막기 어렵다.
그 결과 일해도 그 성과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도록 되어버린 시장에서는 근로유인이 살아날 수가 없고 개발성과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 합의'는 개도국 정부의 시장개입 철회가 한편으로는 시장왜곡을 시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산권 보호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개도국 정부의 시장 개입 철회가 개발성과를 거두려면 재산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과 맞물려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