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세대 끝나고 신세대들 경제지력으로 무장

고등학교 때부터 경제학에 흥미를 갖고 경제 지력(知力)을 키우는 고교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족사관고 대원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일부 일반고 학생들은 고교 1학년 때 대학 경제학원론 교재인 「맨큐의 경제학」을 원서로 배운다.

또 이들 고등학생들은 자체적으로 경제동아리를 만들어 그룹 스터디를 하며 경제학도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개발한 테샛(TESAT ·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주응시자로 염두에 뒀으나 의외로 고교생 응시자들이 꾸준히 늘어 전체의 2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고교생 응시자들 중 일부는 대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제3회 테샛부터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들을 별도로 선정해 시상하면서 테샛이 전국 고등학교에 경제 공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고교생 1위 학생,전체 10위

지난 8월22일 실시된 제4회 테샛에서 고교생 중 1위를 차지한 이누리 양(민족사관고 2)은 대학생,직장인,고교생 등 3000명의 응시자를 합쳐 10위에 올랐다.

이누리 양과 함께 1등급을 받은 김민준 군(대륜고 1)은 고교 1학년으로서 전체 36위를 차지했다.

이번 4회 테샛에서 2등급을 받은 146명 중 고교생은 29명으로 약 20%에 달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고교생 전체의 평균 성적은 300점 만점에 147.49점으로 대학생(160.19점)과 13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맨큐경제학 떼고,경제 동아리 활동

경제학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하거나 경제학 수업을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최근 특목고에 이어 일반계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테샛 1등급을 받는 김민준 군은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대학생들이 보는 맨큐 경제학으로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경제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기도 한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자율학교인 한일고는 학생들이 경제 동아리를 만들어 사교육 없이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김기범 군(테샛 장려상 수상)은 "경제 동아리에 참여한 후부터 경제서적과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경제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처음에는 법을 전공하려 했으나 경제에 매력을 느껴 대학 전공도 경제학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제지 · 생글생글 꼭 본다

테샛 성적 상위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주간 경제논술지 '생글생글'과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고 있다.

강서고 3학년 장현익 군(장려상)은 "아버지가 경제학과 출신이어서 자연스레 경제에 관심이 갔다"며 "책을 좋아해 경제서적도 많이 보지만 1,2학년 때는 경제신문을 매일 꾸준히 읽었다"고 말했다.

광명북고 2학년 최제환 군(장려상)도 "교과 과정 외에 학습서를 통해 심화학습을 하고 경제신문과 생글생글을 꾸준히 읽었다"며 특히 생글생글은 고교생의 눈높이에 맞게 논술 관련 지면이 많고 시사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테샛이 교육현장 바꾼다

고등학생들이 경제 공부를 하는 데 테샛이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오금고 3학년 김준영 군은 "테샛을 2회부터 4회까지 치르는 과정에서 경제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며 "두 번째 응시 때까지 3등급이었는데 4회 시험에서는 2등급을 받았다"며 뿌듯해 했다.

장현익 군(강서고 3)처럼 평소 닦아왔던 경제 실력을 테샛을 통해 객관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고교생도 상당수였다.

테샛이 단순 암기 시험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도 고교생들의 경제 공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제환 군(광명북고 2)은 "고등학교 과정을 위주로 공부했는데 테샛은 경제 이론을 통한 추론 능력과 합리적 판단을 평가하는 문항이 많아 굳이 대학교 수준의 경제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2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