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前교수 징역 4년 구형… 지지자들 거센 항의
검찰·과학계 “줄기세포 연구할 다른 과학자 많아”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논문 조작과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 대한 결심공판(판결 전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황 전 교수에 대해 "본인의 욕심에 따라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며 징역4년을 구형했다.
이틀 뒤인 26일.
경기도는 황 전 교수와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함께 연구키로 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10월 판결 결과에 따라 감옥에서 4년을 갇혀 지낼지도 모를 사람과 연구를 함께 하겠다는 셈이었다.
황 전 교수는 앞서 지난 6월 한 민간단체로부터 줄기세포 연구의 업적을 인정받아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이라는 이름의 상을 받기도 했다.
황 전 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린다.
한때 노벨과학상 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한국 '최고 과학자'였다가 일시에 범죄 혐의자로 전락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에 대한 지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황우석을 어떻게 봐야 할까.
⊙ '만능세포' 수립 논문 발표해 국민 영웅으로
오늘날 황 전 교수를 좋든 나쁘든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그의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다.
줄기세포는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뼈,뇌,근육,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로 불린다.
따라서 신체기관이 손상된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세포를 해당 기관으로 분화시켜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줄기세포 연구의 목적이다.
황 전 교수는 2005년 한 대학에서의 특강에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슈퍼맨 배우는 다시 하늘을 날고 클론의 강원래는 다시 춤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어떻게 얻어내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장기와 조직에는 이미 신체기관으로 분화한 체세포만이 있어 줄기세포를 얻어낼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것이다.
수정란은 온갖 장기로 분화하면서 태아로 자라난다.
그러나 수정란을 연구에 사용하면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동물복제 전문가였던 황 전 교수가 택한 것이 복제배아 줄기세포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시킨 후 전기충격을 줘 난자가 마치 수정된 것처럼 분화시키는 것.
여기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와 DNA가 같아 환자에게 이식해도 면역 거부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전 교수는 여성의 난자에 이 여성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2004년 미국의 저명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여성의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 '환자 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수립했다는 논문을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해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 검찰,"황우석 외에도 줄기세포 연구할 사람 많아"
황 전 교수의 승승장구 후에는 그러나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11월 MBC 'PD수첩'이 황 전 교수팀이 수립했다는 환자 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진위를 의심하는 내용을 보도한 것.
이어 '브릭(BRIC)'이라는 과학자들의 인터넷 게시판에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을 증명하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의혹은 확산됐다.
결국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2006년1월 "2004년과 2005년 논문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모두 가짜"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 전 교수는 이에 따라 서울대 교수직을 박탈당했으며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황 전 교수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하자,법정에 있던 한 지지자는 "헛소리하지마라. 국민들이 바보로 보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황 전 교수에게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을 수여한 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는 시상 이유로 "장영실 선생과 같은 선구자인 황 전 교수의 능력과 기술을 북돋워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교수 자신도 법정 최후진술에서 "재판부에서 기회를 주시면 마지막으로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과학계와 검찰은 황 전 교수의 연구 능력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황 전 교수의 제자였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결심공판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를 복제한 것은 내 연구팀이며 황 전 교수는 어떠한 유의미한 과학적 자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황 전 교수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업적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검찰도 "황 전 교수 외에도 한국에는 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과학자가 많다"고 밝혔다.
⊙ 복제배아 외 다양한 줄기세포 연구 관심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 이후로 국내 과학계는 한동안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손을 놓았다.
지난 4월 차병원이 정부로부터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받아 겨우 재개된 상태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에 하루 빨리 '황우석의 악몽'을 잊고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힘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해야해 연구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난자를 구하기 힘들어 난항을 겪고 있다.
설사 줄기세포를 만들어도 산업화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제배아 외 다른 분야의 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임시술을 위해 만들어져 폐기 예정인 수정란이나 탯줄혈액(제대혈),골수 등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이 훨씬 뛰어나 연구 가치가 높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만 황 전 교수에게 면죄부를 주고 연구를 재개시킬지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적 잣대와 과학적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한번의 과학 사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치병 환자들의 절망도 한층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
검찰·과학계 “줄기세포 연구할 다른 과학자 많아”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논문 조작과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 대한 결심공판(판결 전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황 전 교수에 대해 "본인의 욕심에 따라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며 징역4년을 구형했다.
이틀 뒤인 26일.
경기도는 황 전 교수와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함께 연구키로 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10월 판결 결과에 따라 감옥에서 4년을 갇혀 지낼지도 모를 사람과 연구를 함께 하겠다는 셈이었다.
황 전 교수는 앞서 지난 6월 한 민간단체로부터 줄기세포 연구의 업적을 인정받아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이라는 이름의 상을 받기도 했다.
황 전 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린다.
한때 노벨과학상 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한국 '최고 과학자'였다가 일시에 범죄 혐의자로 전락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에 대한 지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황우석을 어떻게 봐야 할까.
⊙ '만능세포' 수립 논문 발표해 국민 영웅으로
오늘날 황 전 교수를 좋든 나쁘든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그의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다.
줄기세포는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뼈,뇌,근육,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로 불린다.
따라서 신체기관이 손상된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세포를 해당 기관으로 분화시켜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줄기세포 연구의 목적이다.
황 전 교수는 2005년 한 대학에서의 특강에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슈퍼맨 배우는 다시 하늘을 날고 클론의 강원래는 다시 춤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어떻게 얻어내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장기와 조직에는 이미 신체기관으로 분화한 체세포만이 있어 줄기세포를 얻어낼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것이다.
수정란은 온갖 장기로 분화하면서 태아로 자라난다.
그러나 수정란을 연구에 사용하면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동물복제 전문가였던 황 전 교수가 택한 것이 복제배아 줄기세포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시킨 후 전기충격을 줘 난자가 마치 수정된 것처럼 분화시키는 것.
여기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와 DNA가 같아 환자에게 이식해도 면역 거부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전 교수는 여성의 난자에 이 여성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2004년 미국의 저명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여성의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 '환자 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수립했다는 논문을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해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 검찰,"황우석 외에도 줄기세포 연구할 사람 많아"
황 전 교수의 승승장구 후에는 그러나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11월 MBC 'PD수첩'이 황 전 교수팀이 수립했다는 환자 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진위를 의심하는 내용을 보도한 것.
이어 '브릭(BRIC)'이라는 과학자들의 인터넷 게시판에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을 증명하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의혹은 확산됐다.
결국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2006년1월 "2004년과 2005년 논문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모두 가짜"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 전 교수는 이에 따라 서울대 교수직을 박탈당했으며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황 전 교수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하자,법정에 있던 한 지지자는 "헛소리하지마라. 국민들이 바보로 보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황 전 교수에게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을 수여한 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는 시상 이유로 "장영실 선생과 같은 선구자인 황 전 교수의 능력과 기술을 북돋워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교수 자신도 법정 최후진술에서 "재판부에서 기회를 주시면 마지막으로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과학계와 검찰은 황 전 교수의 연구 능력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황 전 교수의 제자였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결심공판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를 복제한 것은 내 연구팀이며 황 전 교수는 어떠한 유의미한 과학적 자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황 전 교수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업적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검찰도 "황 전 교수 외에도 한국에는 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과학자가 많다"고 밝혔다.
⊙ 복제배아 외 다양한 줄기세포 연구 관심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 이후로 국내 과학계는 한동안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손을 놓았다.
지난 4월 차병원이 정부로부터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받아 겨우 재개된 상태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에 하루 빨리 '황우석의 악몽'을 잊고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힘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해야해 연구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난자를 구하기 힘들어 난항을 겪고 있다.
설사 줄기세포를 만들어도 산업화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제배아 외 다른 분야의 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임시술을 위해 만들어져 폐기 예정인 수정란이나 탯줄혈액(제대혈),골수 등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이 훨씬 뛰어나 연구 가치가 높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만 황 전 교수에게 면죄부를 주고 연구를 재개시킬지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적 잣대와 과학적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한번의 과학 사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치병 환자들의 절망도 한층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