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제시문 A>와 <자료 1>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중심으로 <제시문 A>의 요지를 밝히고,<자료 1>에 제시된 필자의 관점을 서술하시오. (500자 내외)
[문제 2]
① <제시문 A>와 <제시문 B> 중에서 <자료 2>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하나의 제시문을 선택하고,근거를 밝히시오. (400자 내외)
② <제시문 A>와 <제시문 B> 중에서 <자료 3>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하나의 제시문을 선택하고,근거를 밝히시오. (4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A>와 <자료 2>,또는 <제시문 A>와 <자료 3>을 활용하여 <자료 4>를 분석하시오. (500자 내외)
제시문 A Knowledge consists of beliefs about reality,which must be justified first,and then proved true and actionable.
"Justified" means that one has some evidence supporting the belief.
"True" means that this belief relates to something that is predictable: for example,"one could make plans based on a true belief,and they would not fail because of the belief".
"Actionable" implies that it is useful : someone can make decisions and take actions based on it.
제시문 B
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World)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관련된 3개의 하위 세계,즉 세계 1(World 1),세계 2(World 2),세계 3(World 3)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1은 물리적 세계이다.
이 세계는 생명체와 비생명체로 양분되어 있다.
세계 2는 생명체로부터 진화되어 온 인간이 가진 의식적 경험의 총체이다.
예컨대 고통과 쾌락의 느낌,우리의 생각,우리의 결정,우리의 지각 및 관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세계 2로부터 진화된 세계 3은 언어,이야기,종교,과학적 추측 및 이론들,수학적 구성물 등 인간 지식의 총체를 지칭한다.
이처럼 세계 1로부터 세계 2가,세계 2로부터 세계 3이 출현하지만 다시 역으로 세계 3은 세계 2에,세계 2는 세계 1에 커다란 피드백 효과를 미친다.
특히 세계 3과 세계 2 사이에서 일어나는 피드백의 효과는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의 의식은 세계 3의 창조자이지만 세계 3은 의식에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의식을 창조하기도 한다.
예컨대 자아(自我)에 대한 의식은 세계 3에 속한 여러 이론들 중 특히 어제,오늘,내일의 '내'가 여전히 '나'라고 하는 시간론(時間論)에 의존한다.
세계 3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창조적인 행위이며 부분적으로 피드백의 결과이다.
자아에 대한 온전한 의식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언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지식과 우리 자신의 관계는 피드백의 관계이다.
다시 말해,우리를 통해 우리의 지식이 성장하고 우리의 지식을 통해 우리가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이러한 자기 초월은 합리적 측면과 비합리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생각,새로운 이론의 창출은 부분적으로는 비합리적이다.
소위 '직관'이나 '상상'이 그러하다.
직관은 모든 인간적인 일이 그러하듯 오류로 드러날 수 있다.
직관은 오직 인간 언어의 가장 중요한 산물인 합리적 비판을 통해 통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을 통한 통제는 지식의 성장과 우리 자신의 성장이 보여주는 합리적 양상이다.
합리적 비판은 우리 자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두 요소는 공감과 오류 가능성에 대한 자각이다.
<자료 2>
프라이스는 여론(public opinion)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군중(crowd),대중(mass),공중(public)의 차이점을 분석하려고 애썼다.
먼저 군중은 정치적인 군중심리에 의해 형성되는 집단이다.
군중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쉽게 흉내내며,이들의 감정이나 행동은 전염성이 강하다.
군중 속의 개인은 다른 사람의 설득에 대해 무의식적인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은 군중과는 다르다.
대중에는 현대사회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대중은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서도 사회 전체의 범위에서 동원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중을 이어주는 끈은 공통 관심뿐이다.
따라서 대중의 결집력은 개인적이며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반해 공중은 어떤 이슈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성적인 담론 과정에서 형성된다.
군중이 형성되는 데는 단지 경험에 근거한 감정의 공유만 있으면 되지만,공중은 이슈를 둘러싼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대중에 비해 공중은 이슈를 둘러싼 결합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군중이나 공중보다는 대중적인 성격이 점점 더 지배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현대사회의 개인화,매스미디어에 대한 높은 의존도,사회규범 혹은 통제에 대한 거부감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대중이 점점 공중의 입지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하고 그러한 개인적인 결정의 합을 여론으로 몰아갈 뿐,공적인 공간의 담론 형성과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사회에서 대중은 공중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으며,여론은 공중의 의견이라기보다는 대중의 의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료 3>
개인들이 올린 수많은 글이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합하고 또 성장하여,확고하고 믿을 만한 어떤 것(예컨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공유하는 가상세계,혹은 과학이론 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변변치 않은 아이디어들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려내고,좋지 않은 이론들 중에서 좀 더 나은 이론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협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이런 과정에 대한 효과적인 자율통제가 없다면,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웹 커뮤니티는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밀듯이 몰려드는 다양한 의견과 폭언,거짓말,뒷공론,기만,소문들로 인해 이러한 웹 커뮤니티들이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수많은 공동체(commune)와 협동조합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또 하나 강조해 두어야 할 것은,기고자들이 집단에 매몰되어 개별적 사고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종교적인 집단(cult)이 아니다.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 전집을 읽을 필요가 없으며,또한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훈련된 지역 세포 조직에 가담해야 할 의무도 없다.
'더불어 생각하기'(We Think)는 독립적인 개인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그룹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때 나오는 것이다.
'더불어 생각하기'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동질적이며 사유하지 않는 대중 속으로 빠져드는 '집단 사유'(group think)가 아니다.
개별적 구성원들이 수동적 참여와 능동적 협업,다양성과 공통의 가치,사유의 독립과 공동체적인 결속을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위키피디아처럼 적절하게 결합한다면 강력한 '공유된 지성'이 탄생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협화음 혹은 순응주의만이 생길 것이다.
<자료 4>
(백제) 제30대 무왕(武王)의 이름은 장(璋)이다.
그 모친(母親)이 과부가 되어 서울 남쪽의 못가에 집을 짓고 살던 중,그 곳의 용(龍)과 교통(交通)하여 아들을 낳았다.
아명(兒名)을 서동(薯童)이라 하였는데,그 도량(度量)이 커서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서동은 마를 캐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동'이라고 불렀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善花)가 매우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깎고 서울로 갔다.
서동은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주어 아이들과 친해졌고,아이들이 서동을 따르게 되었다.
서동은 이에 노래 하나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얼어두고,서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 노래가 서울에 퍼져 대궐에까지 알려졌다.
백관(百官)이 임금에게 강력하게 간청하여,임금은 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 보냈다.
공주가 떠나려 할 때 왕후는 공주에게 순금 한 말을 노자로 주었다.
공주가 귀양처로 가는데 서동이 도중에서 맞이하여 공주를 모시고 가고자 하였다.
공주는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믿고 기뻐하여 그를 따르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서동의 이름을 알고 동요의 내용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일연,「삼국유사」>
⊙ 출제의도 및 문제의 특징
한국외국어대학교 2010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는 지식(knowledge)을 주제로 제시문과 자료를 제공하고 논제를 구성하였다.
제시문과 자료들은 주제와 관련한 개념적 논의와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으며,특히 주제의 설명을 보완하는 개념도를 포함하였다.
2009학년도 모의논술에서 출제됐던 의사소통과 관련한 개념도에 이어 다시 개념도가 포함된 것은 특이할만하다.
한국외대는 전통적으로 제시문과 자료로 구성된 이원화된 지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시문은 2008학년도까지는 국문으로 구성됐으나,2009학년도부터는 두 제시문 중 하나는 영어 제시문으로 나오고 있다.
제시문 2개와 자료 4~6개로 구성되는데,올해는 제시문 두 개가 모두 영어제시문으로 출제된 것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영어 제시문 비중과 난도는 비슷하거나 약간 상향된 듯하다.
하지만 영어 제시문에 대한 독해를 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학교 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어제시문은 고교 수준에서 충분히 독해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외대를 흔히 영어논술이라 하지만 영어 제시문에 대한 어려움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많은 제시문을 통괄하는 하나의 핵심(Key word)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사고를 확장시키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 논제분석
▶ 1번 논제
이 논제에서는 공통된 핵심어를 찾는 능력,그리고 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문제다.
한국외대의 논술은 하나의 공통된 핵심어를 중심으로 하여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시문과 자료를 상호 연관 속에서 이해하도록 문제를 구성하고 있어,핵심어의 파악은 논술의 논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A>의 요지는 지식에는 실재에 대한 믿음으로,지식이 성립하는 데는 세 개의 요건,곧 'Justified','True','Actionabl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Justified'라고 하고 있다.
<자료 1>에서 필자는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이에 따르면 세계는 셋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세 개의 세계가 상호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의 지식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2번 논제
<자료 2>는 대중과 여론에 관한 글이다.
군중과 대중,공중을 구분하고,현대 사회의 여론이 공중에 의한 여론이 아니라 대중에 의한 여론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때 여론은 개인이 지닌 견해의 단순한 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의 합으로서의 견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보다 지식이 가지는 특징과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료 3>은 '더불어 생각하기(We Think)'에 관한 글이다.
이 글의 핵심은 개인들의 지식을 결합하고,연결함으로써 강력한 '공유된 지성'이 창출될 수 있음에 있다.
<자료 3>은 <자료2>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순한 개인 지식의 합이 아닌 확장적 지성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긍정한다.
따라서 <자료 2>의 경우 지식의 정의와 요건을 기계적으로 제시한 <제시문 A>가 좀 더 분석에 적합하며,<자료 3>의 경우는 'intelligence'의 사전 항목을 제시한 <제시문 B>가 좀 더 적합하다.
▶ 3번 논제
〔문제 3〕<제시문 A>와 <자료 2>,또는 <제시문 A>와 <자료3>을 활용하여 <자료 4>를 분석하시오. (500자 내외)
이 논제는 사실 기술만을 하고 있는 <자료 3>을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문제로,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창의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다.
<제시문 A>는 이미 활용하도록 제시되어 있으며,<자료 2>와 <자료 3>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데,이미 [문제 2]에서 <제시문 A>와 <자료 2>를 연결시켰다면 <제시문 A>와 <자료 2>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료 4>는 「삼국유사」「백제 무왕 조」에 실려 있는 향가 「서동요」와 관련된 설화이다.
<자료 4>에서는 서동이 노래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그로 인해 공주가 귀양을 가게 되자 공주를 맞이한다는 내용으로,공주는 서동을 보고 비로소 노래가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료 4>에는 <제시문 A>에서 제시한 지식의 충족 요건 세 가지 가운데 마지막 요건인 'actionable'이 먼저 있고,나중에 결과적으로 'justified' 'true'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A>에서 말하고 있는 지식의 구성과는 반대의 순서를 취하고 있다.
또 서동과 관련된 이야기는 'justified' 'true'와 무관하게 'actionable'하다는 점에서 <자료 2>에서 말하고 있는 여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이와 아울러 노래가 퍼지는 것을 생각할 때,군중과 공중과 대중 가운데 군중의 속성을 많이 띠고 있음을 지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조건을 빠짐없이 수용하고 글에 적용하는 것이다.
3번 논제는 기본적으로 <제시문A>와 <자료2>를 반드시 언급하고 <자료4>와의 연결성,유사점 등을 지적해야 한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
<제시문 A>와 <자료 1>의 공통적인 핵심어를 중심으로 <제시문 A>의 요지를 밝히고,<자료 1>에 제시된 필자의 관점을 서술하시오. (500자 내외)
[문제 2]
① <제시문 A>와 <제시문 B> 중에서 <자료 2>를 분석하기에 적합한 하나의 제시문을 선택하고,근거를 밝히시오. (400자 내외)
② <제시문 A>와 <제시문 B> 중에서 <자료 3>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하나의 제시문을 선택하고,근거를 밝히시오. (400자 내외)
[문제 3]
<제시문 A>와 <자료 2>,또는 <제시문 A>와 <자료 3>을 활용하여 <자료 4>를 분석하시오. (500자 내외)
제시문 A Knowledge consists of beliefs about reality,which must be justified first,and then proved true and actionable.
"Justified" means that one has some evidence supporting the belief.
"True" means that this belief relates to something that is predictable: for example,"one could make plans based on a true belief,and they would not fail because of the belief".
"Actionable" implies that it is useful : someone can make decisions and take actions based on it.
제시문 B
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World)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관련된 3개의 하위 세계,즉 세계 1(World 1),세계 2(World 2),세계 3(World 3)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1은 물리적 세계이다.
이 세계는 생명체와 비생명체로 양분되어 있다.
세계 2는 생명체로부터 진화되어 온 인간이 가진 의식적 경험의 총체이다.
예컨대 고통과 쾌락의 느낌,우리의 생각,우리의 결정,우리의 지각 및 관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세계 2로부터 진화된 세계 3은 언어,이야기,종교,과학적 추측 및 이론들,수학적 구성물 등 인간 지식의 총체를 지칭한다.
이처럼 세계 1로부터 세계 2가,세계 2로부터 세계 3이 출현하지만 다시 역으로 세계 3은 세계 2에,세계 2는 세계 1에 커다란 피드백 효과를 미친다.
특히 세계 3과 세계 2 사이에서 일어나는 피드백의 효과는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의 의식은 세계 3의 창조자이지만 세계 3은 의식에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의식을 창조하기도 한다.
예컨대 자아(自我)에 대한 의식은 세계 3에 속한 여러 이론들 중 특히 어제,오늘,내일의 '내'가 여전히 '나'라고 하는 시간론(時間論)에 의존한다.
세계 3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창조적인 행위이며 부분적으로 피드백의 결과이다.
자아에 대한 온전한 의식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언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지식과 우리 자신의 관계는 피드백의 관계이다.
다시 말해,우리를 통해 우리의 지식이 성장하고 우리의 지식을 통해 우리가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이러한 자기 초월은 합리적 측면과 비합리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생각,새로운 이론의 창출은 부분적으로는 비합리적이다.
소위 '직관'이나 '상상'이 그러하다.
직관은 모든 인간적인 일이 그러하듯 오류로 드러날 수 있다.
직관은 오직 인간 언어의 가장 중요한 산물인 합리적 비판을 통해 통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을 통한 통제는 지식의 성장과 우리 자신의 성장이 보여주는 합리적 양상이다.
합리적 비판은 우리 자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 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두 요소는 공감과 오류 가능성에 대한 자각이다.
프라이스는 여론(public opinion)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군중(crowd),대중(mass),공중(public)의 차이점을 분석하려고 애썼다.
먼저 군중은 정치적인 군중심리에 의해 형성되는 집단이다.
군중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쉽게 흉내내며,이들의 감정이나 행동은 전염성이 강하다.
군중 속의 개인은 다른 사람의 설득에 대해 무의식적인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은 군중과는 다르다.
대중에는 현대사회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대중은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서도 사회 전체의 범위에서 동원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중을 이어주는 끈은 공통 관심뿐이다.
따라서 대중의 결집력은 개인적이며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반해 공중은 어떤 이슈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성적인 담론 과정에서 형성된다.
군중이 형성되는 데는 단지 경험에 근거한 감정의 공유만 있으면 되지만,공중은 이슈를 둘러싼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대중에 비해 공중은 이슈를 둘러싼 결합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군중이나 공중보다는 대중적인 성격이 점점 더 지배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현대사회의 개인화,매스미디어에 대한 높은 의존도,사회규범 혹은 통제에 대한 거부감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대중이 점점 공중의 입지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하고 그러한 개인적인 결정의 합을 여론으로 몰아갈 뿐,공적인 공간의 담론 형성과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사회에서 대중은 공중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으며,여론은 공중의 의견이라기보다는 대중의 의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료 3>
개인들이 올린 수많은 글이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합하고 또 성장하여,확고하고 믿을 만한 어떤 것(예컨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공유하는 가상세계,혹은 과학이론 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변변치 않은 아이디어들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려내고,좋지 않은 이론들 중에서 좀 더 나은 이론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협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이런 과정에 대한 효과적인 자율통제가 없다면,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웹 커뮤니티는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밀듯이 몰려드는 다양한 의견과 폭언,거짓말,뒷공론,기만,소문들로 인해 이러한 웹 커뮤니티들이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수많은 공동체(commune)와 협동조합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또 하나 강조해 두어야 할 것은,기고자들이 집단에 매몰되어 개별적 사고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종교적인 집단(cult)이 아니다.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 전집을 읽을 필요가 없으며,또한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훈련된 지역 세포 조직에 가담해야 할 의무도 없다.
'더불어 생각하기'(We Think)는 독립적인 개인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그룹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때 나오는 것이다.
'더불어 생각하기'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동질적이며 사유하지 않는 대중 속으로 빠져드는 '집단 사유'(group think)가 아니다.
개별적 구성원들이 수동적 참여와 능동적 협업,다양성과 공통의 가치,사유의 독립과 공동체적인 결속을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위키피디아처럼 적절하게 결합한다면 강력한 '공유된 지성'이 탄생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협화음 혹은 순응주의만이 생길 것이다.
<자료 4>
(백제) 제30대 무왕(武王)의 이름은 장(璋)이다.
그 모친(母親)이 과부가 되어 서울 남쪽의 못가에 집을 짓고 살던 중,그 곳의 용(龍)과 교통(交通)하여 아들을 낳았다.
아명(兒名)을 서동(薯童)이라 하였는데,그 도량(度量)이 커서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서동은 마를 캐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동'이라고 불렀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善花)가 매우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깎고 서울로 갔다.
서동은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주어 아이들과 친해졌고,아이들이 서동을 따르게 되었다.
서동은 이에 노래 하나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얼어두고,서동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 노래가 서울에 퍼져 대궐에까지 알려졌다.
백관(百官)이 임금에게 강력하게 간청하여,임금은 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 보냈다.
공주가 떠나려 할 때 왕후는 공주에게 순금 한 말을 노자로 주었다.
공주가 귀양처로 가는데 서동이 도중에서 맞이하여 공주를 모시고 가고자 하였다.
공주는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믿고 기뻐하여 그를 따르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서동의 이름을 알고 동요의 내용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일연,「삼국유사」>
⊙ 출제의도 및 문제의 특징
한국외국어대학교 2010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는 지식(knowledge)을 주제로 제시문과 자료를 제공하고 논제를 구성하였다.
제시문과 자료들은 주제와 관련한 개념적 논의와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으며,특히 주제의 설명을 보완하는 개념도를 포함하였다.
2009학년도 모의논술에서 출제됐던 의사소통과 관련한 개념도에 이어 다시 개념도가 포함된 것은 특이할만하다.
한국외대는 전통적으로 제시문과 자료로 구성된 이원화된 지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시문은 2008학년도까지는 국문으로 구성됐으나,2009학년도부터는 두 제시문 중 하나는 영어 제시문으로 나오고 있다.
제시문 2개와 자료 4~6개로 구성되는데,올해는 제시문 두 개가 모두 영어제시문으로 출제된 것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영어 제시문 비중과 난도는 비슷하거나 약간 상향된 듯하다.
하지만 영어 제시문에 대한 독해를 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학교 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어제시문은 고교 수준에서 충분히 독해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외대를 흔히 영어논술이라 하지만 영어 제시문에 대한 어려움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많은 제시문을 통괄하는 하나의 핵심(Key word)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사고를 확장시키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 논제분석
▶ 1번 논제
이 논제에서는 공통된 핵심어를 찾는 능력,그리고 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문제다.
한국외대의 논술은 하나의 공통된 핵심어를 중심으로 하여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시문과 자료를 상호 연관 속에서 이해하도록 문제를 구성하고 있어,핵심어의 파악은 논술의 논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A>의 요지는 지식에는 실재에 대한 믿음으로,지식이 성립하는 데는 세 개의 요건,곧 'Justified','True','Actionabl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Justified'라고 하고 있다.
<자료 1>에서 필자는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이에 따르면 세계는 셋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세 개의 세계가 상호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의 지식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2번 논제
<자료 2>는 대중과 여론에 관한 글이다.
군중과 대중,공중을 구분하고,현대 사회의 여론이 공중에 의한 여론이 아니라 대중에 의한 여론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때 여론은 개인이 지닌 견해의 단순한 합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의 합으로서의 견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보다 지식이 가지는 특징과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료 3>은 '더불어 생각하기(We Think)'에 관한 글이다.
이 글의 핵심은 개인들의 지식을 결합하고,연결함으로써 강력한 '공유된 지성'이 창출될 수 있음에 있다.
<자료 3>은 <자료2>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순한 개인 지식의 합이 아닌 확장적 지성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긍정한다.
따라서 <자료 2>의 경우 지식의 정의와 요건을 기계적으로 제시한 <제시문 A>가 좀 더 분석에 적합하며,<자료 3>의 경우는 'intelligence'의 사전 항목을 제시한 <제시문 B>가 좀 더 적합하다.
▶ 3번 논제
〔문제 3〕<제시문 A>와 <자료 2>,또는 <제시문 A>와 <자료3>을 활용하여 <자료 4>를 분석하시오. (500자 내외)
이 논제는 사실 기술만을 하고 있는 <자료 3>을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문제로,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창의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다.
<제시문 A>는 이미 활용하도록 제시되어 있으며,<자료 2>와 <자료 3>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데,이미 [문제 2]에서 <제시문 A>와 <자료 2>를 연결시켰다면 <제시문 A>와 <자료 2>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료 4>는 「삼국유사」「백제 무왕 조」에 실려 있는 향가 「서동요」와 관련된 설화이다.
<자료 4>에서는 서동이 노래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그로 인해 공주가 귀양을 가게 되자 공주를 맞이한다는 내용으로,공주는 서동을 보고 비로소 노래가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료 4>에는 <제시문 A>에서 제시한 지식의 충족 요건 세 가지 가운데 마지막 요건인 'actionable'이 먼저 있고,나중에 결과적으로 'justified' 'true'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A>에서 말하고 있는 지식의 구성과는 반대의 순서를 취하고 있다.
또 서동과 관련된 이야기는 'justified' 'true'와 무관하게 'actionable'하다는 점에서 <자료 2>에서 말하고 있는 여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이와 아울러 노래가 퍼지는 것을 생각할 때,군중과 공중과 대중 가운데 군중의 속성을 많이 띠고 있음을 지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조건을 빠짐없이 수용하고 글에 적용하는 것이다.
3번 논제는 기본적으로 <제시문A>와 <자료2>를 반드시 언급하고 <자료4>와의 연결성,유사점 등을 지적해야 한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