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교과서 품질 높아져 참고서 사라지게 만들것”

반 “교과서 가격 올리고 출판사들 로비 부추길것”

초 · 중 · 고 검정교과서의 가격 자율화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그동안 정부가 결정 · 고시하던 가격을 출판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게 그 발단이다.

검증교과서 발행에 경쟁원리가 도입되면 교과서 개발이 활성화되고 품질이 높아져 참고서가 필요없게 될 것이라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공동발행제를 악용해 교과서의 품질을 높이는 데 무관심했고,이로 인해 참고서에 대한 수요 증가로 2500억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부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발행제를 폐지하면서 교과서 가격 상한선을 정하지도 않아 교과서 값의 급등은 피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출판업자들이 교과서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참고서 장사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며 교과서에 더 많은 내용을 넣어 품질을 높임으로써 참고서가 필요없도록 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꼬집는다.

참고서 부담에다 교과서 가격까지 올라가면서 학부모들은 허리가 오히려 더 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과서 공동발행제란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교과서를 인쇄 · 발행 · 공급하도록 한 것으로,업체 간 과당 경쟁을 없애고 중소 출판사들에 판로를 열어주는 등의 효과를 거둔 반면 발행사들의 무분별한 검정출원으로 교과서 품질을 떨어뜨린 것으로 지적돼왔다.

공동발행제 폐지를 통한 교과서 가격자율화 조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과서 가격자율화의 타당성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 교과서 개발 의욕 고취, 참고서 사라지게 만들 것"

교과서 가격 자율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공동 발행에 참여하면 시장점유율에 관계없이 이익금을 똑같이 나누게 되므로 교과서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발행사가 난립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과서 질이 떨어지다 보니 참고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교육비 부담만 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검정을 신청하는 도서의 경우 개별적으로 이를 발행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출판사들이 공동발행제를 악용해 교과서의 품질 개선을 외면해온 우리 실정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는 민간의 교과서 개발 의욕을 북돋움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들이 대거 선보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체제가 완전히 뿌리내리면 결국 참고서가 필요없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 심사절차를 강화와 재생용지사용 교과서 제작 등을 통해 가격 상승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반대 측, " 가격 상승 부추기고 로비 경쟁 가열될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검정교과서의 가격이 출판사 자율에 맡겨지면 교과서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현재 교과서 가격이 시중 참고서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만큼 출판사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완하고 부피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선 학교의 검증교과서 채택을 위한 출판사들의 로비도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출판사는 한 학교라도 더 잡기 위해 각종 로비를 펼치고,이로 인해 자칫 학교와 출판사 간 유착관계가 형성되면서 비리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출판사들이 교과서 공급을 독점하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 출판사들은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지나친 가격인상 억제,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출판사의 금품로비 방지,교사들의 금품수수 금지,중소형 출판사의 참여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조치는 교과서 가격만 올리고,대형 출판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 교과서 가격 급등, 대형 출판사 시장 독식현상 초래 안돼

현행 공동발행제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고 보면 정부의 검증교과서 가격 자율화 추진은 수긍할 만하다.

교육 당국이 검인정 교과서를 확대하고 교과서 심사보고서를 공개하며 재생용지를 활용한 교과서를 제작토록 한 것도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교과서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게 너무도 분명하다는 점이다.

출판사들이 교과서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은 참고서 발행을 포기할 리 만무하므로 학부모들은 참고서 구입에다 교과서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교과서 판촉을 위한 출판사 간 로비 경쟁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형 출판사가 교과서 공급을 독점하면서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교과서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격자율화가 교과서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시장경쟁 유도가 대형 출판사들의 '잔치'로 끝나는 사태가 빚어져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교과서 공동발행제

검정합격 발행사들이 한국검정교과서에 가입해 교과서를 공동으로 인쇄 · 발행 · 공급하는 제도로, 1982년부터 시행돼 왔다. 교과서 발행에 자율과 경쟁원리를 도입,교과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동발행제를 27년 만에 폐지하고 앞으로 검정 신청하는 도서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서 가격자율화

초 · 중 · 고교의 교과서 가격을 출판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통해 그 동안 국가가 결정해 온 교과서 가격을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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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8월 11일자 보도기사

앞으로 검정 교과서 가격을 출판사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공동으로 인쇄,발행하도록 한 '교과서 공동발행제'는 27년 만에 폐지된다.

교과서 발행에 자율과 경쟁 원리를 도입해 선진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취지이지만 교과서 가격 상승,소규모 출판사 줄도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공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규정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교과서 가격을 국가에서 직접 결정해 고시해 왔으나 앞으로는 출판사에 가격 산정에 대한 자율성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국정교과서의 경우 입찰 방식으로 전환되고 검정교과서는 저작자와 약정한 출판사가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된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검정교과서 발행에 적용돼온 제도인 교과서 공동발행제는 폐지된다.

교과서 공동발행제란 출판사들이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에 가입해 공동으로 교과서를 인쇄 · 발행 · 공급하도록 한 제도로,업체 간 과다 경쟁을 없애고 중소 출판사들에 판로를 열어주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공동발행에 참여하면 시장점유율에 관계없이 이익금을 똑같이 나누게 돼 있어 교과서 질 저하를 초래하고 발행사가 난립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문제점이 속출했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