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반인륜적 흉악범의 인권까지 보호해야 하나요”
반 “헌법의 원칙 훼손하고 인권 기준 후퇴시킬 것”
흉악범죄 용의자의 얼굴과 이름,나이를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들의 신상공개 문제를 둘러싼 법리 공방이 뜨겁다.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피의자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쪽에서는 "반인륜적 흉악범 용의자에게도 사생활권은 있지만 이는 무제한 보장되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다"며 "국민의 알권리 같은 다른 기본권과 충돌하면 공익을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피의자가 자백을 했다든가, 혈흔 등 특별한 증거가 발견됐다든가 하는 경우에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자의 경우 재판도 하기 전에 검찰이나 경찰이 얼굴 공개라는 사실상의 처벌을 하게 된다"며 이는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의 호기심과 피해자 가족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검거될 때마다 얼굴 공개문제로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형법,인권보호 수사준칙,경찰관 직무규칙 등에 따라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봉쇄해 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문제는 공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피의자 인권보호'를 중시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흉악범 용의자의 신상공개 법안을 둘러싼 타당성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반인륜적인 흉악범까지 인권 보호해 줄 필요 없어"
흉악범 용의자 신상 공개 법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못지 않게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흉악범에게까지 권리를 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 대상 1000명 중 79.4%가 흉악범 얼굴 공개에 찬성했을 정도로 이 사안은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또한 공권력의 입증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 혐의가 명백한 흉악범을 일반 시민과 같이 취급하자는 취지는 결코 아니라고 꼬집는다.
뿐만 아니라 범인 신상 공개를 금지한 우리나라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신상 공개에 관해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없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얼굴을 공개해도 민 ·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범인 신상 공개는 재범으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범인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징벌적인 효과도 있어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 반대 측, "흉악범 얼굴 공개는 인권과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흉악범 신상 공개는 재판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 등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인권 기준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잇단 연쇄살인 사건에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흉악범 신상 공개를 법률로까지 규정하는 것은 자칫 법의 운용을 경직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보복심리에 기대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외국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등에 한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상공개제도를 둔 나라는 몇몇 있지만,일반 범죄자에 대해서까지 신상을 공개하도록 한 입법례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범죄 예방'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식의 사회적 응징을 통해 흉악범죄가 줄거나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 피의자 얼굴 공개로 인한 부작용 막을 방안 서둘러 강구해야
흉악범 용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징벌적 효과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재범의 여지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형법 등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막고 있는 탓에 범인의 신상 공개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 살인과 아동 성폭력 등 중대한 범죄에 한해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증거 관계가 명백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한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여야 정치권은 이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사 당국 또한 피의자 얼굴 공개로 인한 부작용과 역기능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이익'이란 판단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피의자의 죄질과 범행을 입증할 증거 확보 등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법원으로 부터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 피의사실 공표죄
검찰 ·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나 감독 · 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형법 126조)
◆ 인권보호수사준칙
수사과정에서 모든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검사 등 수사업무 종사자가 지켜야 할 기본 준칙을 정한 것으로 피의자 등의 인권보호, 차별금지, 명예 사생활보호 등을 담고 있다. (법무부 훈령)
◆ 초상권
자기자신의 초상에 대한 독점권을 말한다. 헌법상 인정되는 인격권의 하나로 자기 초상이 승낙없이 전시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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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7월 14일자 보도기사
연쇄살인이나 아동 성폭행 살해 등 반 인륜적 중대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얼굴 이름 나이가 공개된다.
정부는 14일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 범죄에 대해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신상 공개의 범위 및 목적과 관련,'피의자가 자백했거나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법무부는 제안 이유에서 "최근 5년간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연쇄살인 · 아동 성폭행 살해 등 반 인륜적 극악 범죄의 발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흉악사범의 얼굴 등을 가리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
반 “헌법의 원칙 훼손하고 인권 기준 후퇴시킬 것”
흉악범죄 용의자의 얼굴과 이름,나이를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들의 신상공개 문제를 둘러싼 법리 공방이 뜨겁다.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피의자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쪽에서는 "반인륜적 흉악범 용의자에게도 사생활권은 있지만 이는 무제한 보장되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다"며 "국민의 알권리 같은 다른 기본권과 충돌하면 공익을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피의자가 자백을 했다든가, 혈흔 등 특별한 증거가 발견됐다든가 하는 경우에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자의 경우 재판도 하기 전에 검찰이나 경찰이 얼굴 공개라는 사실상의 처벌을 하게 된다"며 이는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의 호기심과 피해자 가족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검거될 때마다 얼굴 공개문제로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형법,인권보호 수사준칙,경찰관 직무규칙 등에 따라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봉쇄해 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문제는 공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피의자 인권보호'를 중시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흉악범 용의자의 신상공개 법안을 둘러싼 타당성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반인륜적인 흉악범까지 인권 보호해 줄 필요 없어"
흉악범 용의자 신상 공개 법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못지 않게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흉악범에게까지 권리를 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 대상 1000명 중 79.4%가 흉악범 얼굴 공개에 찬성했을 정도로 이 사안은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또한 공권력의 입증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 혐의가 명백한 흉악범을 일반 시민과 같이 취급하자는 취지는 결코 아니라고 꼬집는다.
뿐만 아니라 범인 신상 공개를 금지한 우리나라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신상 공개에 관해 구체적인 제한 규정이 없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얼굴을 공개해도 민 ·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범인 신상 공개는 재범으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범인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징벌적인 효과도 있어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 반대 측, "흉악범 얼굴 공개는 인권과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흉악범 신상 공개는 재판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 등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인권 기준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잇단 연쇄살인 사건에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흉악범 신상 공개를 법률로까지 규정하는 것은 자칫 법의 운용을 경직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보복심리에 기대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외국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등에 한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상공개제도를 둔 나라는 몇몇 있지만,일반 범죄자에 대해서까지 신상을 공개하도록 한 입법례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범죄 예방'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식의 사회적 응징을 통해 흉악범죄가 줄거나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 피의자 얼굴 공개로 인한 부작용 막을 방안 서둘러 강구해야
흉악범 용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징벌적 효과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재범의 여지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형법 등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막고 있는 탓에 범인의 신상 공개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 살인과 아동 성폭력 등 중대한 범죄에 한해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증거 관계가 명백할 경우 수사기관이 피의자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한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여야 정치권은 이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사 당국 또한 피의자 얼굴 공개로 인한 부작용과 역기능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이익'이란 판단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피의자의 죄질과 범행을 입증할 증거 확보 등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법원으로 부터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 피의사실 공표죄
검찰 ·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나 감독 · 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형법 126조)
◆ 인권보호수사준칙
수사과정에서 모든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검사 등 수사업무 종사자가 지켜야 할 기본 준칙을 정한 것으로 피의자 등의 인권보호, 차별금지, 명예 사생활보호 등을 담고 있다. (법무부 훈령)
◆ 초상권
자기자신의 초상에 대한 독점권을 말한다. 헌법상 인정되는 인격권의 하나로 자기 초상이 승낙없이 전시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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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7월 14일자 보도기사
연쇄살인이나 아동 성폭행 살해 등 반 인륜적 중대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얼굴 이름 나이가 공개된다.
정부는 14일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 범죄에 대해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신상 공개의 범위 및 목적과 관련,'피의자가 자백했거나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법무부는 제안 이유에서 "최근 5년간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연쇄살인 · 아동 성폭행 살해 등 반 인륜적 극악 범죄의 발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흉악사범의 얼굴 등을 가리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