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일반인 신고 받아서라도 촌지 뿌리 뽑아야”

반 “악의적 신고 남발로 교권은 땅에 떨어질것”

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촌지 수수 등 비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3000만원까지 보상금을 주는 조례를 입법예고한 것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사회 여러 분야의 비리를 신고하는 이른바 '파파라치' 제도를 교육계에 도입하는 문제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쪽에서는 "교사들 촌지문제뿐만 아니라 교육관련 공무원들의 납품비리 등 구조적 비리를 막기 위한 획기적 대책마련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조치로 교육계의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측은 "서울시교육청이 전국에서 3년 연속 청렴도 꼴찌를 하게 된 이유는 학교 입찰경매나 납품비리 등 행정관료가 중심이 된 비리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교사를 감시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일선 교사들 또한 자신들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학부모들도 "촌지 제공 사실을 신고할 수 있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촌지와 학교 급식 등을 둘러싼 납품 비리는 교육계의 해묵은 병폐로, 교육 당국은 그동안 수많은 관련 대책들을 내놨다.

촌지 관련 각종 신고센터를 운영하고,학부모는 물론 학생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실효를 제대로 거두지 못해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런 점에서 교직 사회의 청렴도를 높여보겠다는 취지엔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비리신고 보상금제가 교원들의 촌지 수수 등을 막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보상금제 도입이 과연 타당한지 분석해본다.

⊙ 찬성 측, "일반인 신고 통해서라도 촌지수수 부조리 뿌리 뽑아야"

교원 촌지수수 신고보상제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사들의 촌지 수수 관행을 그대로 두고서는 학교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없다"며 "신고제를 도입해서라도 부조리를 잡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내부 공익신고 포상금지급 조례'로는 교직사회의 '제 식구 감싸기'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안은 일반인까지 보상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리를 사전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또 "교사들이 솔선해서 촌지 거부를 실천했다면 강력한 규제방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리 신고 보상금제 도입은 교사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3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학부모의 18.6%가 지난 1년 사이 교사에게 촌지를 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질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직사회의 뼈를 깎는 자성과 촌지수수 근절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무분별하고 악의적 신고 남발로 교권추락 몰고 올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교직사회에서 촌지를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보상금을 노린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신고가 남발되면서 양심적인 교사들까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교권은 더욱 땅에 떨어지게 될 게 뻔하다는 얘기다.

2006년에 국회가 촌지 근절을 위해 학부모의 학교 출입까지 통제하는 법을 제정하려 했다가 그만둔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교직 현장보다는 행정기관의 잘못에 있다"며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조례안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뢰와 애정이 없는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학내외 금품 및 향응 수수는 별도의 입법 대신 현행 제도의 보완이나 의식 전환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강제적 방식이 아니라 교원의 자체 윤리의식 강화 등 자율적 방식으로 비리 근절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실효성 없고 부작용 우려되는 처방 내놓는 데 급급해선 안 돼

전국 교육청 가운데 청렴도가 꼴찌인 서울시교육청으로서는 보다 강력한 비리 근절 대책이 필요했을 법하다.

더구나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도 없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갈수록 은밀해지는 촌지 수수 관행과 교육현장 비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일부 교사의 비위를 갖고 전체 교직사회를 잠재적 범죄집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와 애정마저 빼앗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보상금제로 과연 돈봉투 수수를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교육 당국은 대증요법적 처방으로 고질적 관행을 다스리는 제도를 만드는 데만 급급해할 게 아니라 우선 충분한 논의와 여론수렴 과정부터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자들 또한 자정노력 등을 통해 스스로 교권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교육 공무원 부조리 신고보상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 관련 공무원의 부조리를 근절하고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7월5일 입법예고한 것으로,부조리 행위 신고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에게 금품 · 향응 수수의 경우 해당 액수의 10배 이내,직무 관련 부당이득의 경우 추징 · 환수액의 20% 이내,교육청의 청렴성을 훼손한 신고의 경우 3000만원 이내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파파라치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나온 것으로, 연예인 등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특종 사진을 노리는 직업적 사진사를 일컫는다. 근래에는 자동차 신호위반 등을 촬영하고 포상금을 타가거나(카파라치), 노래방의 불법영업행위를 찍고 포상금을 받아내며(노파라치), 학원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학파라치) 등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이란 의미로 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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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7월5일자 보도 기사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의 금품 수수 등 부조리를 신고하면 최고 3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부조리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부조리 행위는 △직무 관련 금품 수수나 향응 △직위나 권한을 이용한 부당 이득 또는 서울시교육청의 재정 손실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를 훼손한 행위로 규정했다.

보상금 지급 한도액은 3000만원이며,부조리 유형별로 금품이나 향응은 수수액의 10배 이내,직무 관련 부당 이득은 추징 및 환수액의 20% 이내 등으로 구체화했다.

보상심의위원회는 부교육감,감사담당관,교원정책과장,법률 전문가,회계 전문가 등 5~7명으로 구성되며,보상금 지급 시기는 분기별 1회씩이다.

신고는 서면이나 전화,팩스,우편 등으로 관련 내용을 제출하거나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클린신고센터'에서 할 수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