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고3 유형 채점후기 및 총평

“주제나 쟁점이 뭔지 모르고 쓴다면 동문서답과 다름없어”

인문계 고3 유형에서는 오래되고도 새삼스러운 주제인 '몸과 마음의 관계'가 논제로 출제됐다.

제시문 (가)와 (다)는 감각의 제약과 오류 가능성을 들며 신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오로지 정신만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제시문들은 신체를 벗어나는 '초월'적 사유(思惟)를 통해 참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신체의 제약과 한계를 초월하는 독자적 실체로서의 정신(精神)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하려면,그 기본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

즉 신체와 정신의 개별적 성격을 강조하는 논리 구조가 이러한 논의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적절히 답안에서 다뤄야 한다.

반면에,제시문 (나) (라) (마)는 신체와 정신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 인지나 사유와 같은 정신 활동도 결국은 신체로 환원된다는 주장을 한다.

정신이 신체에 귀속된다는 이 입장은 신체와 정신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서 파악하지 않고,연결된 하나의 총체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가) (다)와 명징하게 다른 대립적 시각을 보인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주목해 주제를 정리해야 했다.

우수한 점수를 얻은 학생들은 이를 잘 파악한 답안을 작성했고,몸과 마음이라는 소재를 다루기는 했으되 주제를 엉뚱하게 정리한 학생들은 감점을 당했다.

그렇다면 각각의 논제의 답안에 관해서 평가해 보도록 하자.

논제 1번의 경우,논제의 요구는 '요약'이다.

요약하기의 두 가지 득점 관건은 (1)얼마나 정확하게 주어진 제시문의 정보를 파악하였는가,(2)본인이 이해한 핵심적 논지를 논술에 적합한 명료한 표현으로 잘 드러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학생들이 이해는 잘 했으나,그 요지를 정리하는 작업이 미흡했다.

그리고 표현적 측면에서 답안의 '구성' 또한 문제 삼을 수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제시문 (가)의 요지를 서술하고,그리고 나서 제시문 (나)의 요지를 서술하는 구성을 취했는데,논제의 요구가 두 제시문을 '비교,요약'하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답안의 처음부터 (가)와 (나)의 대비되는 논지를 명료히 표명하면서 글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글쓰기 구성이었다.

또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각각 어느 정도 이해하고 정리했으나,두 제시문을 대비시켜 이해하고 정리한 내용이 많이 부족한 것 역시 많은 답안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논제 2번의 경우에는,우선 논제의 요구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답안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2번 논제는 제시문 (라)와 (마)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의 '관점'을 비판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제시문 (라)와 (마)의 통합된 관점이 무엇인지 그 관점을 추출하고 정리해야 했고,이러한 관점의 정리는 (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수행돼야 했다.

그런데 논제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답안들 상당수는 '관점'에서 '관점'을 비판하라는 논제의 요구를 무시하고 제시문의 표현과 예시를 그대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시를 그저 거론하는 것은 '관점' 표명이 아니다.

예시는 이해의 편의를 돕는 도구이므로 예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고민하면서 '관점'을 추출해내야 한다.

'정신주의'의 주요한 두 특질을 정리하자면 (1)몸과 정신의 분리,(2)정신의 우월성과 완전성을 강조하면서 몸의 불완전함과 무가치함을 설파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인 제시문 (라)와 (마)는 정신과 신체의 긴밀한 연관을 강조하는 관점을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1)과 (2)를 적극적으로 비판했어야 하는데,미흡한 답안이 많았다.

논제 3번은 앞서 지적한 '주제' 파악이 안 된 답안이 가장 많이 등장한 문항이다.

논제가 '몸과 마음의 문제'라는 소재를 명시했으나 특히 그 중에서도 몸과 마음의 '관계'라는 주제에 정확하게 접근해야 고득점 답안이 된다.

3번 논제가 원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서 논하라는 것인데,상당수 학생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전개했다.

채점자 입장에서는 간혹 너무 엉뚱한 이야기가 튀어나와 재미있었으나 '큰 웃음 주시고 빈약한 점수'를 받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정신 활동은 신체에서 발원(發源)하는가,아니면 신체적 작용으로 환원(還元)되는가를 정확하게 논했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간 학생들은 '쟁점'을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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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고1,2 유형 채점후기 및 총평

“논제나 제시문에서 벗어나 자신의 견해만 서술해선 안돼”

인문계 고1,2 유형 논제는 '세계화'라는 친숙한 주제로 출제됐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논의를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고 1,2학년들이 논술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많이 부족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논술은 주어진 논제에서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하는 글쓰기인데,논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만을 서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대체로 논제나 제시문과 무관한 자신의 배경지식을 활용한 서술이나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논제 이탈'에 해당하는 논의를 전개하는 답안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해 평가했다.

논제 1의 경우는 두 제시문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며 요약해야 하는데,제시문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점에서 요약 자체는 평이하게 진행한 것 같다.

그런데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논술에서 요구하는 차이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술에서 차이점을 서술할 때에는 대상 간에 비교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미 제시문은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전제돼 있기 때문에 비교의 기준을 정확하게 설정하지 못한다면 단순 요약,정리만으로도 차이점을 부각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와 (나)가 모두 세계화,시장의 자유화,자유무역에 대한 글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에 대해 (가)는 부정적인 반면에 (나)는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서술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장의 차이를 밝히지 않고 각각을 요약,정리해 나열하는 데 그쳤다.

어떤 경우에는 자본주의나 무역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라고 서술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이는 제시문의 핵심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요약을 할 때에는 긴 글을 짧게 간추리는 것을 넘어 필자의 주장을 정확하게 파악해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숙지해야겠다.

논제 2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판이 아닌 제시문 (라)의 세계시민사회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논술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다.

특히 비판할 때에는 상대방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적절히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소 자신의 생각을 들이대면서 (라)를 부정하며 논제에서 요구한 대로 (다)의 입장에서 비판을 진행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 논제에서는 제시문 (다)가 비판의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다)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가가 비판의 적절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제시문 (다)는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세계화를 실제보다 과장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라)에서는 세계화시대에 세계시민사회의 성립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민사회를 통해 보편적 인간주의와 지구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다)의 입장에서 제시문 (라)를 비판할 때에는 세계시민사회 성립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세계시민사회가 이상향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도 국민국가가 존재하는 구조 안에서는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경우에 따라 UN을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사례로 활용하면서 현재에도 문제가 많은 세계시민사회가 세계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서술한 학생들도 많았다.

이는 모두 제시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배경지식에 의존해 논의를 이끌어 갔다는 점,그마저도 배경지식 자체가 올바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절한 비판이라 할 수 없다.

논제 3은 제시문들을 근거로 삼아 세계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과 전혀 관계없는 온전히 자유로운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다는 점에서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논술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데,논술을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이란 논제와 제시문을 통해 전체 주제를 한정하고,출제자가 논제를 통해 서술해야 할 내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논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제시문 (가)는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제시문 (나)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제시문 (다)는 현재의 세계화는 실제보다 과장돼 이익에 따라 사용되는 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으며,제시문 (라)는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민사회의 성립을 통해 보편적 인간주의와 지구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세계화에 대한 견해는 크게 찬성과 반대 중 한 견해를 선택하여 밝혀야 한다.

논제의 조건이 '제시문을 근거로 삼아'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므로,찬성 입장을 선택했을 때에는 제시문 (나)를 근거로 삼고,제시문 (가)와 (다)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문 (라)에서 찾아 서술하면 된다.

또한 반대 입장을 선택했을 때에는 제시문 (가)를 근거로 삼고,제시문 (나)와 제시문 (라)의 주장이 제시문 (다)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과 다름없음을 부각시키면서 서술하면 된다.

이처럼 자기 견해라 하더라도 찬성할지,반대할지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일단 견해를 선택했다면 그 이후에 펼쳐질 논의의 틀은 제시문에 의해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이다.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