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을 개살구시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18) 정보의 비대칭과 시장실패
경제학은 무수한 전제를 두고 경제이론을 전개한다.

인간의 의도가 개입되어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사회과학의 한계를 경제학은 다른 조건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뛰어넘는다.

라틴어로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같다면)'라는 조건의 고정은 경제학에서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경제 현상을 설명할 때 이미 전제되어 있다는 합의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시장 경제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전제로 삼는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은 무수한 소비자와 공급자,합리적 개인,완벽한 정보 등을 전제로 하여 이론을 전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조건을 완벽히 만족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은 이러한 시장이 존재할 수 없는 요인 중에서 정보가 모든 거래 당사자에게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은 데서 오는 시장의 실패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발품을 많이 팔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정보를 얻고자 노력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탐색행위'라고 하는데,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이 탐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편익과 같아질 때까지 계속 상품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경제학에서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전문용어를 모를 수는 있어도 상품 판매자에 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현실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가 동일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어느 한쪽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면 완전한 정보의 공유를 전제로 하는 완전경쟁시장에 결함이 생기고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뤄지는 원인이 된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은 상품시장에서 역선택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역선택이란 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상대방과 거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선택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경험하게 된다.

판매자의 현란한 말솜씨나 그럴싸한 외양만 보고 상품을 골랐다가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역선택이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이 되는 것에 있다.

반복이 된다는 것은 개인적인 노력으로 극복이 어렵다는 것을 뜻하고 이러한 역선택을 지속적으로 조장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이론을 소개하는 책에서 대표적으로 드는 사례는 중고차 시장과 보험 시장이다.

사실 주변에서 봐도 좋은 중고차는 잘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넘기고,상태가 안 좋은 차들이 주로 중고차 매매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차량이라는 상품의 속성 자체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부족이 소비자에게 나타나는 시장이다.

보험시장의 경우는 상품 판매자의 정보가 부족한 경우이다.

암 보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암은 가족력이 많이 나타나는 병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부모님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암 보험이 많이 팔릴 때 가장 먼저 가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험사는 평균적인 암 발병률을 가지고 보험금을 산출하지만,이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암 유병률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다.

예를 들어 중고차 매매상들은 전문가를 배치하여 차량의 사고 발생 유무나 기본적인 상태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거래되는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보험사의 경우는 보험에 들기 전에 신체검사를 요구하거나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더 비싼 보험료를 요구한 것들이 그런 사례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보완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는 중고차 시장처럼 구매자들이 자동차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경쟁적이어도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였고,이러한 시장을 '레몬 시장'으로 이름하였다.

영어에서 레몬은 겉만 번지르하고 내용은 좋지 않은 물건을 뜻하는데,우리말로는 '개살구 시장'으로 번역하면 의미가 정확히 와 닿는다.

정보의 비대칭이 가져오는 두 번째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도덕적 해이는 본인-대리인 관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교환의 장소이고,교환은 사람들 사이의 특화를 통한 분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고도 분업 사회에서 사람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기 일의 여러 가지를 남들에게 맡기고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남에게 맡기는 것이 자신이 직접 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식 투자 같은 것이 그렇다.

주식 투자를 자기가 가진 정보와 판단력으로 하면 좋지만,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쌓이지 않은 사람은 투자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간접 투자 상품들이 개발되고,은행이나 보험사에 일정 금액을 예탁하면 이를 가지고 금융사들은 주식 투자를 대신 해준다.

이런 간접투자도 본인-대리인의 관계임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정보의 비대칭이다.

간접투자에 대한 계약이 이뤄지면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고 이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것이 암묵적인 계약 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감시할 능력이 주인에게는 없다.

주인의 이익이 아니라 대리인이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도 주인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프로선수와 에이전트,연예인과 기획사,소송 의뢰인과 변호사 등 무수한 사례로 확장이 된다.

이렇게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하여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주인의 이익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이러한 대리인의 행동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도덕적 해이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서 볼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면서 계약자는 사고 예방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오히려 보험을 믿고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때 "알아서 다 해주는 OOO보험"이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했는데,도덕적 해이를 아는 정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문구였다.

사람들로 하여금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실적에 비례한 보수를 지급한다든지,작업을 직접 감독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이것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교사로 살다보면 학생과의 정보의 비대칭으로 고민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아프다고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처리할 때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은 학생 본인인데,이에 대한 허가권은 교사에게 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하여 꾀병을 부리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교사는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약봉투를 가져오게 하지만,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관계가 없다면 명쾌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시장경제도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의 문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은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