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선택권 압박하는 ‘언소주’의 反시장적 기업 공격 논란
회사원 나불매씨는 A신문의 논조가 영 마음에 안 든다.
자신은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데,A신문은 현 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주로 낸다.
평소 존경해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A신문은 줄곧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해왔다.
나씨는 이에 따라 A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독자들이 구독하는 신문을 쉽게 바꾸지 않아 불매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씨는 고민한 끝에 A신문에 광고를 주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신문사 수익의 상당 부분이 광고 수입으로 채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불매운동이 신문에 대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어도 광고에 나오는 식품이나 가전제품에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한 광고주들은 A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고,그 결과 A신문은 광고 수입에 타격을 입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나씨가 원하는 논조에 맞춰 기사를 쓰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한 단계를 거친 '2차 불매운동'인 셈이다.
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신문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광고주를 혼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신문에 광고를 몰아주려는 의도가 있다.
바로 나씨와 같은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최근 벌이고 있는 광고 불매운동이다.
과연 언소주의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 언소주는 어떤 단체인가
언소주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시기에 결성된 단체다.
당시 우파 언론으로 불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 · 중 · 동'의 촛불집회 보도에 대해 불만을 품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같은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만든 것이 시초다.
언소주는 이후 같은 해 8월 시민단체로 공식 출범했다.
언소주는 지난해에는 조·중·동에 광고를 낸 업체들의 전화번호 등을 인터넷에 올려 회원들에게 항의전화를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다.
또 회원 일부는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광고주인 모 여행사 홈페이지에 계속 접속,과부하를 초래하고 여행상품 여러 개를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검찰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에서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威力) 등을 사용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업무방해로 인정,지난 2월 언소주 카페 개설자 이모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20여명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광고 중단 요구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위력이란 유 · 무형과 관계없는 것으로 피해 기업들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며 "카페 운영진은 광고 중단 뜻이 없는 기업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게 했고 회원들을 독려해 압박 강도를 높여 피해 업체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의 수준까지 진행되게 했는데 이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약한 것"이라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항의전화나 자동접속 프로그램 등 사용에 대해서만 유죄로 봤고 불매운동을 위해 광고주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 검찰,형사처벌 검토
언소주는 이에 따라 운동 방식의 변화를 모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언소주는 다시 본격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조 · 중 · 동에는 광고를 게재하고 좌파 성향의 논조를 보이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광고를 내지 않는 기업을 공격하는 방식을 택했다.
언소주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만 주로 광고를 게재한 특정 제약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선언했다.
이 단체는 "조 · 중 · 동에 광고 게재를 철회하거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같은 횟수와 금액으로 광고를 게재하면 불매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약사는 이에 굴복,하루 만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란히 광고를 냈다.
언소주는 "힘없는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11일에는 삼성그룹 5개 계열사를 '불매운동 2호'로 지목했다.
검찰은 이에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 위법에 반경제적 논리
언소주의 기업 공격 행위는 여러가지로 논란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1996년 7월에 발생했던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반대운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2006년 7월 대법원 제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에 따른다면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개최했던 공연기획사 T사는 아동 성추행 스캔들,외화낭비 등을 이유로 공연 반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간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4600여만원을 지급받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해 일반시민을 상대로 관람 반대운동을 벌이고 협력업체에 협력 중단을 호소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경제적 압박수단으로 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위법하다고 풀이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올린 기고문에서 "소비자들끼리 'A라는 제품을 사고 B라는 제품을 사지 말자'고 서로 간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설득할 권리가 있음은 물론 이를 위해 담합을 하는 것도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언소주는 공식적으로 '광고주에게 항의전화를 하라'고 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 이는 시민들이 스스로 착안하여 하고 있는 것으로 언소주와의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리 논쟁을 떠나 언소주 행위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 견해도 많다.
기업은 광고효과가 높은 신문에 광고를 내는데,판매부수가 적은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 언소주 게시판에도 '고작 여기저기에 광고나 나눠 주자는 것으로 회원들이 구속되고 깜방(감옥)엘 갔습니까?'라고 따지는 글도 올라와 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
회사원 나불매씨는 A신문의 논조가 영 마음에 안 든다.
자신은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데,A신문은 현 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주로 낸다.
평소 존경해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A신문은 줄곧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해왔다.
나씨는 이에 따라 A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독자들이 구독하는 신문을 쉽게 바꾸지 않아 불매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씨는 고민한 끝에 A신문에 광고를 주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신문사 수익의 상당 부분이 광고 수입으로 채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불매운동이 신문에 대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어도 광고에 나오는 식품이나 가전제품에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한 광고주들은 A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고,그 결과 A신문은 광고 수입에 타격을 입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나씨가 원하는 논조에 맞춰 기사를 쓰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한 단계를 거친 '2차 불매운동'인 셈이다.
여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신문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광고주를 혼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신문에 광고를 몰아주려는 의도가 있다.
바로 나씨와 같은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최근 벌이고 있는 광고 불매운동이다.
과연 언소주의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 언소주는 어떤 단체인가
언소주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시기에 결성된 단체다.
당시 우파 언론으로 불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 · 중 · 동'의 촛불집회 보도에 대해 불만을 품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같은 이름의 인터넷 카페를 만든 것이 시초다.
언소주는 이후 같은 해 8월 시민단체로 공식 출범했다.
언소주는 지난해에는 조·중·동에 광고를 낸 업체들의 전화번호 등을 인터넷에 올려 회원들에게 항의전화를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다.
또 회원 일부는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광고주인 모 여행사 홈페이지에 계속 접속,과부하를 초래하고 여행상품 여러 개를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검찰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에서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威力) 등을 사용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업무방해로 인정,지난 2월 언소주 카페 개설자 이모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20여명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광고 중단 요구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위력이란 유 · 무형과 관계없는 것으로 피해 기업들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며 "카페 운영진은 광고 중단 뜻이 없는 기업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게 했고 회원들을 독려해 압박 강도를 높여 피해 업체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의 수준까지 진행되게 했는데 이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약한 것"이라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항의전화나 자동접속 프로그램 등 사용에 대해서만 유죄로 봤고 불매운동을 위해 광고주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 검찰,형사처벌 검토
언소주는 이에 따라 운동 방식의 변화를 모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언소주는 다시 본격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조 · 중 · 동에는 광고를 게재하고 좌파 성향의 논조를 보이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광고를 내지 않는 기업을 공격하는 방식을 택했다.
언소주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에만 주로 광고를 게재한 특정 제약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선언했다.
이 단체는 "조 · 중 · 동에 광고 게재를 철회하거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같은 횟수와 금액으로 광고를 게재하면 불매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약사는 이에 굴복,하루 만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란히 광고를 냈다.
언소주는 "힘없는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11일에는 삼성그룹 5개 계열사를 '불매운동 2호'로 지목했다.
검찰은 이에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 위법에 반경제적 논리
언소주의 기업 공격 행위는 여러가지로 논란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1996년 7월에 발생했던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반대운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2006년 7월 대법원 제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에 따른다면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개최했던 공연기획사 T사는 아동 성추행 스캔들,외화낭비 등을 이유로 공연 반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간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4600여만원을 지급받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해 일반시민을 상대로 관람 반대운동을 벌이고 협력업체에 협력 중단을 호소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경제적 압박수단으로 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위법하다고 풀이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올린 기고문에서 "소비자들끼리 'A라는 제품을 사고 B라는 제품을 사지 말자'고 서로 간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설득할 권리가 있음은 물론 이를 위해 담합을 하는 것도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언소주는 공식적으로 '광고주에게 항의전화를 하라'고 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 이는 시민들이 스스로 착안하여 하고 있는 것으로 언소주와의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리 논쟁을 떠나 언소주 행위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 견해도 많다.
기업은 광고효과가 높은 신문에 광고를 내는데,판매부수가 적은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 언소주 게시판에도 '고작 여기저기에 광고나 나눠 주자는 것으로 회원들이 구속되고 깜방(감옥)엘 갔습니까?'라고 따지는 글도 올라와 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van7691@hankyung.com